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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멈출 수 없다면 투쟁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투쟁의 대상을 모를 땐 삶의 다짐 자체가, 삶의 지속 그 자체가 투쟁일 수도 있는 것. 투쟁은 길을 묻지 승리의 가능성을 묻진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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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트남 어제와 내일 - ‘트랜스팝: 한국 베트남 리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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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오랜꿈
(
) l 2007-12-21 19:06
https://blog.aladin.co.kr/729846193/1776403
한국-베트남 어제와 내일 ‘담담한 공감’
‘트랜스팝: 한국 베트남 리믹스’ 전
임종업 선임기자
출처 : <한겨레> 2007년 12월 20일
» 리호앙라이 <자화상 이야기>
한국계·베트남계 미국인 공동 기획
작가 16명 역사상처·문화결합 표현
“과거 매듭짓기보다 미래 여는 시도”
에스비에스의 주말드라마 <황금신부>가 인기다. 라이따이한, 곧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난 소녀가 생부를 찾으려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드라마다. 종전 34년 만에 비로소 공중파를 타는 베트남 관련 텔레비전 드라마지만 참혹한 전쟁은 ‘그림자의 그림자’로만 비칠 뿐이다.
그동안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이 애정드라마로 시치미를 뚝 떼는 것은 한국의 참전으로 인한 두 나라 사이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 송상회<푸른 회담>
아르코미술관(02-7604-598)에서 열리는 ‘트랜스팝:한국 베트남 리믹스’ 전시회는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상처와 대중문화의 결합이 보여주는 초국적 현상을 미술의 관점에서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민영순, 비에트 레 등 두 큐레이터가 함께 기획해 한국, 베트남, 미국 출신 작가 16명(팀)의 작품을 내걸고 내년 2월말까지 전시한다. 양국 간의 미묘한 주제로써 열리는 본격적인 대형 전시회로는 처음이다.
기획자 민영순, 비에트 레는 미 캘리포니아 소재의 유니버시티 오프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난 사이. 민씨는 7살 때 이민으로, 레는 4살 때 보트피플로 미국에 건너가 살게 되었다. 태생적으로 민족 이산(디아스포라)에 관심을 두던 터. 몇해 전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서 점심을 함께 들면서 ‘트랜스팝’ 전시를 기획하기로 뜻을 모았다. 뿌리는 다른 나라지만 일찍 자기 나라를 떠난 탓에 민감한 주제를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처지다.
두 나라의 애증관계는 전시장 입구에 ‘연대기’로 요약돼 있다. 외세에 의한 전쟁과 분단 등 약소국의 아픔을 공유하던 두 나라는 1962년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면서 공감이 깨졌다. 1973년 종전까지 한국군 32만여명이 참전해 5000여명이 죽었다. 한국은 피값으로 경제발전의 토대를 굳혔고, 초토화한 통일 베트남은 1986년에야 도이모이(개혁·개방) 정책과 더불어 개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양국은 악연 30년 만인 1992년 수교했다. 1997년 텔레비전 드라마가 수출되기 시작하고 1998년 인기배우 장동건이 하노이를, 2004년 베트남의 팝스타 마이 탬이 서울을 방문한다. 양국 간 혼인도 늘어 2006년에만 1만 명이 넘는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
» 농부와 헬리콥터
기획자들이 고민 끝에 선별한 작품들은 대부분 에둘러 말하는 방식. 가장 직접적인 유순미의 <씻김굿>조차 양국의 다큐영상과, 한국군이 휩쓸고 간 중부 베트남 주민한테서 딴 인터뷰를 병치하는 정도. “꿈속에서 귀신을 본다”는 울먹임이 가장 충격적이다. 딘 큐 레는 <농부와 헬리콥터>에서 손수 만든 농업용 헬기를 국가에 강탈당한 농부의 하소연과 과거 전투헬기의 영상과 굉음을 병치한다. 이용백의 꽃으로 위장한 <앤젤 솔저>(비디오)에서는 전쟁을 상기하기가 쉽지 않다.
기획자 민씨는 “베트남 전쟁 자체나 역사적 의혹에 대한 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다. 30여년이 흘렀거니와 예술은 그럴 수도 없다. 우리는 양국의 폭력적인 역사, 민족의 이산 등 상처가 대중문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다면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한다.
되레 담담한 이야기에 깊은 울림이 있다. 깨진 소주병 조각으로 만든 팝송악보, 소화제 알약으로 만든 시와 유행가 가사(배영환), 해체를 앞둔 재개발아파트 앞의 10대들(박진영), 전투기가 끄는 수레, 판잣집을 이어낸 고층아파트(응엔 만 흥), 아무리 씻어도 거무튀튀한 탄광부(트렌정). 이들 작품은 전쟁 또는 군사정권 뒤꼍에서 두 나라 민중이 박탈감을 공유했음을 증언한다.
세대를 건넌 상흔은 ‘기억놀이’로 침잠하기도 한다.
1960년대 선전영화에서 1초간에 지나간 24컷을 뽑아내고(린+람), 침침한 술집에서 찍힌 자기사진에서 토굴 속의 여인을 연상하고(리호앙라이), 벌거벗은 네이팜탄 소년소녀 사진을 조각내거나(최민화), 육영수 피격사건을 재연해 반복한다거나(송상희), 여러 경치와 광경을 몽타주한다거나(오용석) 등이다.
전시는 아시아 문화가 국경을 넘어 뒤섞이면서 아시아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장 표나는 것은 티파니정의 작품들. 한국무대에 선 베트남 가수, 베트남 의상을 입은 일본인, 도쿄와 서울지하철이 겹쳐진 호찌민 도시계획도 등이 그것이다.
“멀리서 보면 독자적인 덩치를 형성해가는 아시아권의 움직임이 뚜렷이 보인다. 이번 전시는 과거에 대한 매듭이라기보다 새로운 미래를 여는 시도라고 봐 달라.” 기획자의 당부다. 하여튼 이번 전시는 참전군인들의 공격을 당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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