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서 실종된 비정규직(상)] ‘관객’ 전락한 860만 유권자들

황보연 기자
출처 : <인터넷 한겨레> 2007 12 05


» 1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왼쪽)과 윤성술 뉴코아 순천지부장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농성장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이랜드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선서 실종된 비정규직 (상)

검찰의 비비케이 수사 발표가 나오며 대선 정국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공학과 ‘부패 프레임’에 갇힌 ‘2007 대선’ 구도는 요지부동이다.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미래가 담긴 정책 경쟁이 실종되며, 유권자는 그저 ‘관객’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실종된 ‘비정규직 해법’과 외면당한 ‘860만 비정규직 유권자’는 그 대표적 사례다. 비정규직 해법의 실종 배경과 선거 이후 전망을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정책선거 사라지며 유력후보들 해법 제시안해
“상황은 더 악화됐는데…” 5년동안 100만명 늘어


“이명박 후보도 ‘비정규직들에게 신경 좀 써 달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왔습니다.”

검찰의 비비케이(BBK) 수사결과 발표에 온 국민의 눈귀가 쏠려 있던 5일 오전 11시께.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 지하철 5~8호선 역사 청소용역업체의 여성노동자 40여명이 빗자루를 들고 섰다. 한나라당사 앞을 쓸며 평화적인 ‘청소 시위’를 벌이던 ㄱ(61)씨는 “월급 100만원으로 일해온 400여명이 도시철도공사의 예산 삭감으로 잘리게 됐다”고 울먹였다. ㄱ씨 등은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 후보 쪽에 이런 사연을 수차례 알렸지만, 답변이 없어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2002년 이맘 때만 해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며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선 당선권에 있는 유력 후보들의 ‘약속’에는 ‘비정규직 고용 개혁’이 들어 있지 않다.

지난 5년 사이 더욱 악화된 비정규직 실태와는 대조를 이룬다. 지난 8월 현재 비정규직은 861만명(노동계 집계)으로 2002년보다 100만명 가까이 늘었고, 특히 비정규직 중에서도 더욱 열악한 파견·용역 등의 일자리가 급증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비정규직 사정이 더 나빠졌는데도, 이번 대선에선 쟁점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에서도 공론화가 제대로 안 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차기 정부가 ‘보완 대책’을 마련할 의지를 보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5일 공개한 각 대선후보들의 비정규직법 개정 관련 답변을 보면, 이런 현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명박 후보는 11개의 질의 중 10개 항목에 대해 찬·반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무소속)의 경우 지난달 20일 민변이 보낸 질의서에 대해 보름이 지난 이날까지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는 “(정부 통계로) 35.9%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임기 내에 25%까지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행안’은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정 후보 쪽은 차별시정 회피를 위한 외주 용역화 등 현행 비정규직법의 부작용 해소 방안엔 입을 다문 채 “현행 법의 긍정적 효과”를 낙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극화 해소’를 강조해 온 현정부 아래서 되레 양극화가 심화되다 보니,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모든 문제를 해소하려는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조명받지 못하는 주요 원인도 거기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내부적으로는, 노조 조직률이 10%대에 불과한 양대노총이 각개전투를 펴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지후보 결정을 조합원에 맡겨 가장 친기업적인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을 맞고 있고,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조합원들의 ‘계급투표’를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국노총 전직 간부는 “한국노총은 늘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만 편승하려 하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평소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같은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코스콤 비정규직노조와 기륭전자노조 등 장기간 파업중인 비정규직 노조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5명 가운데 3명이 비정규직인데, 대통령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에 왜 관심이 없느냐”고 하소연했다. 실종된 해법 찾기에 실망한 이들은 여전히 집회와 농성장으로 나가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대선후보들 비정규직법 입장 들어보니
이명박 “시장 원리” 정동영 “부작용 해소”
권영길 “폐기” 문국현“특수고용직 신중”


»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대선후보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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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 노조원들 파업 166일째
추위·무관심속 기댈 곳은 성당·교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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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서 실종된 비정규직 (하)] 전문가들 ‘이것만은 바란다’
기업 외주화 규제방안 급선무
제도적 규율·차단 필요…“사내 하도급 특별법 만들자” 주장도


황보연 기자
출처 : <한인터넷 한겨레> 2007 1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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