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여수로 내려가 만 4년을 지냈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 1Km 거리에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었다. 아는 사람 가운데 한 분이 대구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일을 하고 있기에 간혹 여수로 내려올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샤말타파 이야기,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실상 등등. 그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순천으로 나오는 길목에 있기에 일주일에 몇번 씩은 어쩔 수 없이 그 앞을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겹게 보고 다니던 그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결국 올 2월에 불이나 9명의 이주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를 '진보정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지만 실상 노무현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향해 취한 정책은 극우정권 저리가라 할 정도였다. 지난 2002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극우파 국민전선(FN; Front National)의 르펜 후보가 결선 투표에까지 진출해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지만, 르펜의 국민전선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 바로 '이민자 추방'이었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았는 주범이라며.

노무현 정권이 출발하고 강금실이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이주노동자와 관련하여 취하는 정책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맨 아래 붙인 글처럼 이것에 관련된 글을 몇 번 썼던 적이 있을 정도다. 사람을 그물총으로 쏴서 잡을려는 발상, 이건 극우파 정권 아니면 할 수 없는 발상이다.

아래는 <프레시안>에 실린 노무현 정부의 이주노동자 탄압을 규탄하는 글이고, 그 밑의 글은 이러한 노무현 정부의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에 대해 1960~70년대에 독일로 광부, 간호원으로 나갔던 사람들이 '우리도 40년 전에 이주노동자였다'며 이주노동자의 '인권개선'을 호소하는 글이다.

이런 까닭에 난 노무현 정부를 가리켜 '진보'니 '개혁'이니 운운하는 사람만 보면 옆에 있는 소주병이든 방망이든 아무거나 들고 대갈통을 갈겨주고 싶다. 정녕, 오늘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

"노무현 정권, 이주노동자 탄압도 따를 자가 없다"
'표적 단속'된 이주노조 간부 석방 요구, 농성 시작

여정민 기자
출처 : <프레시안> 2007 12 05


“이주노동자들의 꿈 짓밟지 마세요”
40년 전 독일 간 광부·간호사들의 호소

황예랑 기자
출처 : <한겨레> 2007 11 05

------------------------------------------------------------------------------------------


우리 안의 또 하나의 파시즘


파시즘, 또는 극우적 멘탈리티의 요체는 무엇일까? 사람들에 따라 여러 가지 기준을 들이밀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나와 다른 것을 부정하는 것, 곧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집단적 이기주의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대체로 광기라 불리울 수 있는 그 어떤 '뻘짓'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 그물총을 쏜 모습
어제 아침, <한겨레신문>를 보고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법무부에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잡기 위해 그물총을 쓰기로 하고 수입까지 했단다(옆 사진을 보라). 경찰에서조차 내부적으로 사용여부에 대한 논란 끝에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다수라 포기했던 방침을, 참여정부의 법무부에서 사용하기로 했단다. '강짱'이라 불리우는, '노짱'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강금실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법무부에서 말이다.

오늘 신문을 보니 결국 그물총 사용은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용하고 안 하고, 어떤 결론이 났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따위 발상을 할 수 있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무슨 짐승 사냥하는 것도 아니고, 이주노동자 한 사람이라도 더 잘 잡기 위해 그물총을 수입해서 쓰겠다는 발상. 이게 바로 파시즘의 '멘탈리티'라는 것이다.

그저껜가, 보도를 보니 산업연수생 7만 명을 새로 받아들이면서 오는 8월 고용허가제 실시 전까지 10만 명을 강제추방하겠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참여정부 법무부의 계획이다. 4달 동안 10만 명을 강제추방하려면 한 달에 2만5천 명이고, 하루에 833 명이다. 하루 833 명의 '토끼사냥'.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이렇게, 극우 파시스트 정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인간사냥'에 노출되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짓밟히고 있다.

이 '인간사냥'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때문에 할 수 없이 하는 일인가? 거대 야당의 힘에 밀려서 억지로 하는 일인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다. 노무현 정권이 가진 '진보성'이 여기까지라는 것이다. 강금실이 가진 '진보성'이 딱 요만큼이라는 것이다. 기실 이것은 노무현 정권이 극우 파시즘의 멘탈리티에 가까운 보수정권이라는 것을 그대로 웅변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지지자나 노무현 지지자들 가운데 여론주도층은 다들 고학력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 여론주도층은 한나라당 같은 극우 정권보다 나은 노무현 정권을 바라는 것이지 그네들의 삶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주노동자 문제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침묵한다. 물론 이들 중에는 이주노동자의 문제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신 문제 등에 가슴아파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기까지다. 그게 노무현 정권이 가진 한계 때문에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하는 문제라는 걸 절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일까? 그들 스스로 노무현 정권에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하긴 노무현 정권이 이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넌센스겠지만... 비판 능력을 상실한 맹목적 추종 만큼 위험한 건 없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단지 꼴통 보수집단의 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바뀌는 것, 진보정권으로 바뀌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정권들이 우리에게 어떤 삶의 질을 보장해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딱 까놓고 말해서 기층 민중들의 삶은 한나라당이 잡으나 열린우리당이 잡으나 별반 달라질 게 없을 수도 있다. 왜냐면, 그네들의 삶이 달라질려면 그 어떤 구체적인 정책들을 통해 변화되는 것이지 상층부의 권력이 이동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안 그런가? 그런데, 그런대로 먹고 살만 하면서 자신들의 합리적 사고를 과신하는,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들이 단순히 정권의 변화에 목을 메는 경향이 농후하다. 왜일까? 민중들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만 만족시키면 된다는 이기적 생각의 발로는 아닐까?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문제는 극우정권-->보수정권-->진보정권 순으로 단계를 밟아나가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여기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실행될 수 있는 문제다. 의료, 교육, 환경 등등 각각의 문제들에 관심이 많다고 말만 하지 말고 각 정당들이 가진 정책들을 비교해보라. 그리고 선택하면 되지 않는가. 비교할 능력도 없는 건 아닐테니까. 다만 한 가지, '하지만, 당선가능성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은 하지 말기 바란다. 나에겐 그것이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변명하는 말들로밖에 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다시 한 번 결론을 내리자면,

네 이념대로 찍어라!

2004/04/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