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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멈출 수 없다면 투쟁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투쟁의 대상을 모를 땐 삶의 다짐 자체가, 삶의 지속 그 자체가 투쟁일 수도 있는 것. 투쟁은 길을 묻지 승리의 가능성을 묻진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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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활동가와 ‘벌금’ 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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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논평
댓글(
0
)
내오랜꿈
(
) l 2007-12-05 21:19
https://blog.aladin.co.kr/729846193/1742153
[야!한국사회] 활동가와 ‘벌금’ 먹는 하마
야!한국사회
이명원/문학평론가
출처 : <인터넷 한겨레> 2007 12 05
» 이명원/문학평론가
“아룬다티 로이 아시죠?” 소설을 쓰고 있는 한 후배가 물었다. 물론 나는 잘 알고 있다.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받은 뒤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른 인도의 여성 작가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스스로를 ‘활동가’로 규정하면서, 인도 사회의 반핵, 환경, 반세계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성 멸시의 분위기가 다른 사회보다 압도적인 인도의 현실에서, 아룬다티 로이의 활동은 인습적 편견과 함께 직접행동에 따른 법의 압력에 자주 노출된다.
1990년대 이후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활동가라는 표현이 익숙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 가운데서도 스스로를 활동가로 규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민운동단체에 소속되어, 한국 사회의 다채로운 억압구조와 부패의 사슬을 걷어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활동가로 사는 것은 괴롭다. 그들이 단체에서 받는 활동비는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대학생의 한달 용돈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가와 시장을 투명하게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은 공적 지원 없이 철저하게 후원회비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고 비판은 하면서도, 정작 활동가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대단히 낮은 수준에 있다.
그러한데도 한국의 활동가들은 이 고통스러운 환경을 거슬러, 한국 사회의 열악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싸워 왔다. 이들의 소명에 가까운 직접행동이 있어, 거인들이 지배하는 난쟁이 나라의 시민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알게 모르게 확대시켜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활동가에 대한 탄압의 양식이 자못 고약해지고 있다.
“너희들은 직접행동을 해라. 우리는 벌금을 걷겠다.” 이게 요즘 대한민국의 정부와 사법부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다. 노동3권을 제창하는 노동자들에게, 악덕 기업들이 손배소 등을 통해서 경제적인 파산 상태로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즈음의 활동가들은 직접행동에 따른 벌금 탄압에 신음하고 있다. 가령 지난해 평택에서 있었던 불복종 직접행동의 결과로 인권운동 사랑방 활동가들은 개인당 100여만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이 때문에 소송으로 인한 비용까지 떠안게 되었다. 사정은 다른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여서, 어떤 곳은 벌금액이 1억원을 넘어선 곳도 있다고 한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사례는 장애인 인권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헌신했던 인권활동가들에게 부과한 벌금이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포함한 차별 철폐를 위해 직접행동에 나섰던 활동가 66명에게 법원은 2007년 8월 현재 총 1억2381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활동가들 중에는 이규식씨와 같은 중증장애인도 있는데, 경찰은 486만원의 벌금을 낼 수 없었던 이규식씨를 구속했고, 노역을 통해 벌금을 갚게 했다.
아무리 시장 전체주의라지만, 시민들의 언로와 행동 모두를 ‘돈’으로 제어하겠다는 발상은, 오늘의 민주주의를 가감 없이 ‘금권 민주주의’로 인식하게 만든다. 천문학적 돈을 횡령하거나 편법 상속한 기업가 집단에 대한 정부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과 이들 활동가들에 대한 벌금 탄압을 비교해 보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정의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활동가들의 직접행동도 시민사회가 아니라, 교도소의 싸늘한 노역장 안에서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울한 상상이 들기도 한다. 지난 연대의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랐는데, 어찌된 게 오늘의 포스트 민주주의는 ‘벌금’ 먹는 하마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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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이전에는 기업이 파업을 벌인 노조에 피해보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주로 노조활동 탄압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곧, 기업과 노조간의 사적대립을 중재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게 소송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적대립은 파업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노조가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송취하를 통해 없었던 일이 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는 이러한 손배소송이 사적대립 뿐만이 아니라 국가 대 시민단체 및 개인으로 확대된다. 그 결과가 이 글에서 언급하고 있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그리고 기업과 노조간의 사적소송도 취하되는 경우가 점점 드물어졌다). 노무현이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강조한대로 이른바 '준법'을 내세우면서 '불법(시위)'에 단호하게 대처한 결과이다.
노무현은 기억하고 있을까? 그는 90년대초 울산 현대파업 당시 '제3자개입금지' 라는 대표적인 노동악법조항을 무시하고,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현장에 제3자로 '불법 개입'해 노동자들 앞에서 악법철폐를 외쳤었다. 이순간 그는 진정 '전태일의 친구'였을까?
철저하게 이미지로 먹고 사는 대중정치인 노무현. 이런 노무현을 진보라는 이미지로 치장하고 받들며 민노당 찍으면 한나라당 집권하게 돕는 거라고 온갖 난리를 치던 유시민 같은 인간들.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노무현과 이회창의 차이가 뭐였냐,고? 내가 이해하는 차이는 한놈은 차떼기로 했고 한놈은 사과상자로 했다는 정도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아, 분명한 차이 하나가 있다면 한놈은 자기가 하는 일이 어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지 숨기지 않는 반면에 한놈은 자기가 하는 일이 어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지를 애써 숨기려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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