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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멈출 수 없다면 투쟁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투쟁의 대상을 모를 땐 삶의 다짐 자체가, 삶의 지속 그 자체가 투쟁일 수도 있는 것. 투쟁은 길을 묻지 승리의 가능성을 묻진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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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과 해장국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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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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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오랜꿈
(
) l 2007-12-04 23:21
https://blog.aladin.co.kr/729846193/1740314
[시민편집인칼럼] 세금폭탄과 해장국 / 김형태
시민편집인칼럼
김형태/변호사
출처 : <인터넷 한겨레> 2007 12 04
» 김형태/변호사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 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시인 정호승은 가난과 정치적 억압에 시달리던 1970년대 민중을 이렇게 그렸다. 그때 대학생이던 나는 청량리역 건너 순댓국집에서 연애를 했다. 둘이서 천원씩 내면 푸짐한 순댓국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이명박 후보 광고를 보면서 ‘서울의 예수’란 시, 그리고 청량리 순댓국집이 떠올랐다. 그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허름한 해장국집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국밥을 맛있게 먹는다. 그러고는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기 힘든 가난한 이들을 찾아 나선다. 후보 얼굴이 화면에 보이기 전에는 민주노동당 광고인 줄 알았다. ‘세금폭탄이란 말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나오지 않게 하겠다.’ 이명박 후보의 말이 아니다. 정동영 후보가 그랬다. ‘세금폭탄’은 종부세를 내는 2%의 표를 얻기 위해 한나라당이 쓰던 표현이다.
요즈음 대선후보들을 보면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누가 내 편인지 모르겠다. 너도나도 ‘경제’를 화두로 내걸지만 여러 지표들을 보면 그건 아닌 듯하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섰고 외환보유고가 2600억달러에 이른다. 무역규모도 세계 11번째로 7천억달러를 넘어섰다. 10년 전 외환위기 시절이라면 모를까, ‘경제’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대선 의제를 오도하는 것이다. ‘경제’가 아니라 ‘분배’ 때문에 국민들이 낙담에 빠졌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값이 치솟으니 나머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자산을 고가아파트 가진 이들에게 빼앗긴다.
상실감의 근본 원인은 경제가 아니라 분배의 불공정 때문이다. 비정규직이 두 배로 늘어난 것도 그렇다. 현 정권은 ‘경제’가 아니라 ‘분배’에서 실패했다.
그런데도 정동영 후보가 ‘세금폭탄’을 말하고 이명박 후보가 해장국을 먹으니 국민들은 헷갈린다. 당연히 정책선거가 아닌 인기투표로 갈 수밖에 없다. 나라 전체의 부가 순댓국집에서 연애를 하던 70년대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철저히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2%를 세금폭탄에서 구하려고 종부세를 완화하면 나머지 98%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800만 비정규직을 배려하려면 사용자와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 서해안 갯벌을 지키려면 돈을 포기해야 한다.
어느 편을 들 것인가. 후보들은 자신의 정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표를 위해 그저 모두를 잘살게 하겠다는 식으로 색깔을 흐릴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부자나 가난한 이, 많이 배우거나 못 배우거나, 열아홉 아이나 아흔 노인이나 모두 한 표다. 모두가 자신의 처지 그대로 동등하게 이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기에 그렇다.
서로 다른 조건과 이해가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되려면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해 주는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우리 현실은 후보를 중심으로 정당이 새로 생기고 사라진다. 일정한 가치와 이익을 항구적으로 표방하는 정당을 중심으로 선택하게 하는 헌법 정신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이명박과 해장국, 정동영과 세금폭탄 둘 다 잘못된 그림이다.
노동이냐 자본이냐, 환경보존이냐 돈이냐, 남북 상생이냐 적대냐. 후보들이나 유권자 모두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체성을 분명히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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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현실은 왜 이럴까? '존재를 배반하는' 이 기묘한 사회의식화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홍세화 선생 말대로 '의지의 낙관'으로 버텨내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제자리 찾아가는 걸 볼 수 있을까?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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