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만인보] 유리창닦이

글·사진|유성문 여행작가 rotack@lycos.co.kr
출처 : <경향신문> 2007 12 03


거기 내 삶이 걸려 있다. 내 삶은 나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다른 이의 삶을 본다손 치더라도 모른 체할 뿐이다. 닦아다오. 밝은 빛조차 어둡기만한 내 눈을 닦아다오. 푸른 하늘조차 무겁기만한 내 마음을 닦아다오. 한 점 티끌 없어 차라리 시리도록 눈부시게.



겨울 유리창닦이를 보는 눈은 시리다. 고단한 삶으로 해서 시리고, 고단한 내 처지로 해서 시리다. 시간은 무상하게 흘러가버리고, 한 해의 끝에서 내일은 불투명하다. 어쩌면 가장 바라지 않은 미래가 와버릴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별 다를 건 없다. 그렇더라도 어쩌겠는가. 가릴 수 없는 현실은 바로 내 안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