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빼서 협박하자 "죽여버릴까"
삼일회계-김앤장 조작 가담 거액 챙겨

[기자회견 전문] '그룹의 여인'들 비자금으로 미술품 사들여

김은성 기자
출처 : <레디앙> 2007년 11월 26일


김용철 변호사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아무리 기업의 현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용납이 되지 않는 대목이 많다. 삼성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거의 범죄집단 수준이다. 그리고 이 사회의 최상층을 구성하며 이른바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집단인 김&장이라는 로펌이 삼섬의 불법을 보호하고 막아준 대가로 막대한 돈을 챙기는 대목은 이 사회 상층이라는 곳이 얼마나 썩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와 서민들의 노동과 지출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상당 수준을 비자금으로 만들어, '그룹의 여인'들이 해외에서 최고급 미술품을 사들이는데 사용한 것은 1류, 1등을 외치는 이 그룹이 '가족의 힘'에 의해 전횡적으로 운영되는 전근대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회견문 전문.
<편집자 주>


1.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사례

구조본(현 전략기획실)이 비자금 조성 지시를 하면, 계열사들은 그에 따라 비자금을 각출하였습니다.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사의 해외 구매의 대행과 그룹 내 모든 공사를 맡아서 하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하기가 다른 계열사보다 용이합니다.

실례로 삼성전관(현 SDI) 구매팀장 서준희와 삼성물산의 런던지점, 타이뻬이 지점, 뉴욕 지점과의 사이에 체결된 비자금조성에 관한 합의서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기본계약을 통하여 2,000억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되었습니다.

매모랜덤(첨부자료1. 삼성물산, SDI 매모랜덤)은 삼성물산 해외법인과 SDI의 장비구매계약인데, 삼성물산의 해외법인과 SDI가 SDI의 장비구매대행계약을 통해서 비자금을 어떻게 조성했는지 그 실례를 보여줍니다.

삼성물산 런던지점의 수수료는 Maker 공급가격 기준 1%이고 Maker 공급가격 기준 19% 부분을 해외비자금으로 조성하였습니다. L/C 개설금액은 Maker 공급가격 x 120%로 하였습니다.

즉 삼성물산이 100원에 사온 물건을 SDI에 120원에 팔아서 1원은 삼성물산이 대행수수료 수입으로 하고, 19원은 비자금으로 조성되는 것입니다. SDI가 삼성물산의 런던지점을 통하여 구매한 장비총액을 계산하면 그중의 120분의 19가 조성된 비자금입니다.

삼성물산 타이뻬이 지점의 경우 Maker 공급가격 기준 2%가 수수료이고, Maker 공급가격 기준 13%가 비자금으로 조성되었습니다. L/C 개설금액은 Maker 공급가격 +15%로 하였습니다. 즉 구매총액의 115분의 13이 비자금으로 조성되는 것입니다.

삼성물산 뉴욕지점의 경우 Maker 공급가격 기준 2.5%가 수수료이고 Maker 공급가격 기준 17.5%가 비자금으로 조성되었습니다. L/C 개설금액은 Maker 공급가격 x 120%로 하였습니다. 즉 구매총액의 120분의 17.5가 비자금으로 조성되는 것입니다. 메모랜덤은 1994년 서류지만 기초계약이고 이후에 이 계약을 유지했습니다.

SDI 구매담당 강부찬이 실수해서 퇴사를 당한 사람인데, 메모랜덤 등 비자금 관련 서류를 복사해서 미국으로 들고 나가서 삼성에 협박을 했습니다. 제가 재무팀에 있을 때인 2000년 경, 김인주 사장이 이 문제를 저에게 의논을 해 와서 메모랜덤 등 관련 서류를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범죄를 저지르면서 근거를 남기냐고 한 마디 했습니다.

강부찬은 미국 샌디에고에 거주하면서 김순택 사장에게 협박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그 협박편지도 본 일이 있습니다. SDI에서 차리를 해 보려고 김인주 사장한테 SDI 사장이 와서 보고를 했는데 강부찬이 자신을 삼성전자의 미주재원으로 해주고, 미국 비자와 생활비를 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인주 사장이 답답해 하면서, 협박에 응하다가 보면 끝이 없다. 해결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김인주 사장이 저에게 "강부찬, 죽여 버릴까"라고 진지하게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SDI가 물품을 공급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내용이 공개되면 아주 곤란하니까 하는 수 없이 끌려갔습니다. 당시 저는 김인주 사장과 이 문제를 몇 차례 의논했습니다. 미국에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강부찬이 몇 시에 숙소를 나가서 뭘 하는지 등등 보고가 들어왔는데 돈이 꽤 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사진=뉴시스
 
2. 비자금을 이용한 고가 미술품 구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 이재용씨의 빙모인 박현주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씨 등이 2002~2003년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고가 미술품을 구입하였습니다. 이 기간에 미술품 구입 대금으로 해외에 송금된 액수만 600억원대에 이릅니다.

홍라희 여사는 수시로 구조본 재무팀 관재파트에 연락해 미술품 구입대금을 미술품 거래상인 서미갤러리(관장 홍성원) 등에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그 돈은 모두 구조본 재무팀이 관리하는 비자금이었습니다.

이명희 회장이나 박현주씨 등은 각 관련 그룹의 비자금을 이용해 미술품을 구입하였습니다. 서미갤러리는 이 비자금으로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미술품을 구입해 홍라희 여사 등에게 전달했습니다.

홍라희 여사 등이 구입한 미술품(첨부자료 2. 미술품 리스트 PAGE1) 중에는 800만달러(2002년 당시 환율로 200억원대)나 되는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과 716만달러에 이르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밖에 바넷 뉴먼, 도날드 저드, 에드루샤 등 미국 추상파 작가들과 독일작가 리히터의 작품 등이 100만달러 이상의 고가였습니다. 저는 이재용씨로부터 '행복한 눈물'이 이건희 회장 집 벽에 걸려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홍라희 여사 등이 구입한 작품들은 미술사적 평가 등에서 톱클래스에 오른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주로 60~70년대의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작품이고, 여기에 팝아트, 미디어아트 거장, 최근 유행하는 설치 매체 미술의 중견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이들 작품의 특징 등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미술계를 통해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첨부자료 2. 미술품 리스트 PAGE2는 대금 지급액 목록의 일부입니다. 미술품 대금 지급금액, 대금 수취인, 수취은행명과 그 위치 등이 기록돼 있습니다. 대금 지급 시기는 2002. 1.부터 2003. 9. 까지입니다. 대금 수취인은 삼성가의 미술품 구입 독점 창구인 서미갤러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몇몇 인사와 다른 화랑 이름, 조흥은행, 뉴욕 현지은행 등의 이름이 있습니다.

3. 중앙일보 위장계열분리

중앙일보의 삼성그룹 계열분리는 위장분리였습니다. 중앙일보의 위장계열분리는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회장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중앙일보가 계열분리 하겠다고 대국민 선언을 여러차례 했지만 홍석현 회장이 대주주 지분을 살 돈이 없었습니다.

저는 1999년 김인주 사장이 저에게 주식명의신탁계약서를 비밀리에 써달라고해서 써준 일이 있습니다. 그 계약서는 중앙일보 주주명의자는 홍석현 회장으로 하되 홍석현 회장은 의결권이 없으며, 이건의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공개할 수도 없는 계약서를 왜 만드는지 물어보았는데, 김인주 사장은 그래도 만들어 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계약서는 1부만 만들었습니다.

4. 분식회계와 삼일회계법인

2000. 현재로 삼성중공업 2조원, 삼성항공 1조6,000억원, 삼성물산 2조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원, 제일모직 6천억원을 분식회계 처리를 하였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분식 규모가 너무 커서 거제 앞바다에 배가 없는데도 건조 중인 배가 수십척 떠있는 것으로 꾸미는 등 무모하게 처리하였는데, 감리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를 알면서도 룸싸롱 접대를 받는 등 향응응 제공받고 사실과 다르게 적정의견을 주었습니다.

분식회계를 정상화하기 위하여 주로 삼성전자의 부를 유출시키는 방법을 통하여 분식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항공이 삼성전자에 기드프레임을 납품하고, 제값보다 올려주는 방식을 사용하여 1년에 400억원 정도 지원했습니다.

   
  ▲ 사진=뉴시스
 
5. 김장 법률사무소의 불법행위

삼성의 불법행위, 특히 불법적인 승계에 관련한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대부분 김&장 법률사무소가 법률 조언자 내지 대리인의 방식으로 관여하였습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삼성의 범죄행위를 축소 무마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보수를 지급받았습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가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는 사실 및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주도하였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수사 및 형사 재판 과정에서 이와 다른 내용의 허위 사실을 조작하는 것에 적극 가담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또 다시 김&장 법률사무소는 합법적인 변호활동을 가장하여 불법적인 방법으로 삼성의 범죄를 축소 왜곡하는데 앞장 설 소지가 있음을 우려합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법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자신의 수익을 챙기기도 하였는데, 예를 들면 에버랜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법률비용 수십억원을 김&장 법률사무소가 요구하여 삼성전자의 자문료 형식으로 지급하였습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이재용씨의 삼성전자 CB사건에서는 소송 도중에 약정 외의 보너스로 10억원을 요구하여 5억원을 받아갔고 대선자금 수사시에는 약정된 이상으로 거액을 비자금에서 받아갔습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의뢰받은 사건에 대하여 이재용씨에게 직접 보고하는 등 매우 긴밀한 관계였습니다.

이종왕 전 법무실장은 김&장 법률사무소를 그만두고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 6개월 동안 태평로빌딩 26층 이학수 부회장의 안가로 사용되는 오피스텔에서 수시로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과 회합하고 대선자금 수사 축소와 무마를 협의하였습니다.

6. 차명자산 보유 및 관리

이건희 회장 일가는 자산 중 상당부분을 타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차명예금, 차명주식, 차명부동산은 구조본의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최광해, 최주현, 장충기, 이순동, 이우희, 노인식 및 관계사 사장단 대부분의 명의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현명관, 이수빈, 이필곤 등 전 회장단과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의 명의로도 운용되고 있습니다.

차명자산은 각 계열사 재무팀의 간부 명의로도 운용되는데 SDS 자금부장 유태영의 경우 자신의 명의로 되어있는 당시 주식 시가 16억원 상당을 자신의 처 명의로 옮기고, 반환을 거절하여 협상을 통해 8억원 상당만 회수한 일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승렬 전 부사장(전 구조본 기획팀장)의 경우 삼성생명 주식을 차명으로 갖고 있음을 자신이 시인한 사실이 있습니다.

계열사 사장 중 1인은 퇴임 직후 자신의 명의로 되어있는 예금 주식 등을 반환하여 애를 먹은 적이 있고, 차명부동산의 경우 갑자기 명의자가 사망하여 상속인 십수명 중 1인이 피상속인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빼앗긴 일도 있습니다.

7. 삼성자동차 법정관리기록 불법폐기

삼성자동차가 파산할 때 종업원들이 회사를 점거하고 서류를 태웠는데 예보 조사단이 재속에서 분식회계서류를 발견했습니다. 그 내용은 삼성상용차 손실이 너무 커서 서울보증의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대형 적자가 난 것을 약간의 흑자가 난 것으로 분식한 것이었습니다.

삼성그룹은 그 서류 때문에 예보에서 조사받을 때 굉장히 고생하였습니다. 당시 삼성상용차의 감사는 이학수 부회장이었는데 분식회계문제가 불거지면 이학수 부회장이 형사책임이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었습니다.

삼성자동차가 파산할 때 예보조사단이 분식회계서류를 발견하여 고생하고난 뒤 최광해가 법정관리 중인 삼성자동차에도 문제되는 분식회계서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특별팀을 구성하겨 파산법원 사무관을 매수하여 심야에 문제되는 서류를 빼내 해운대에서 소각하였습니다. 최광해는 저에게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그런 얘기를 하였습니다.

8. 시민단체 등 동향 및 주요인사 인맥 파악

삼성은 정치인, 언론인, 공무원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항상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유사시 매수, 회유하기 위하여 평소에 중요 인사에 대하여 접촉할 수 있는 인맥관리명단을 작성해 두고 있습니다.(첨부자료 3. 인맥관리명단)

실례로 참여연대 내의 모든 변호사에 대해 인맥지도가 있습니다. 각 변호사별로 핵심지인, 출신학교 및 연수원 동기, 친구 등이 나와있습니다.

9. 고소 및 손해배상소송 제기 예정

저는 허위사실로 저의 명예를 훼손한 조선일보, 연합뉴스, 데일리안 등 일부 언론사와 삼성 전략기획실 임직원 및 전 법무실장 이종왕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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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짐작되고, 다른 기업들도 많이 해오던 수법들이지만, 비자금으로 미술품 구입했다는 건 좀 어이없다. 그럼 이 '썩을' 새끼들은 연말에 배당소득이나 이자소득 수백억씩 받는 건 어디다 쓰나? 혹시 전부 금덩이나 다이아몬드 구입해서 금고속에 묻어두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 치사하기 짝이 없는 '생양아치들'이네.

(덧붙임) 홍라희가 구입했다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2,002년 환율로 100억원 가까이 주고 구입한 작품)을 두고 이것들이 이명박 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처음에는 "행복한 눈물"은 홍라희 개인 돈으로 구입했다고 발표했다가, 어디서 한소리 들었는지 다시 구입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틀새 25점 1800만달러 쓰기도

어떤 작품 샀나

노형석 기자
출처 : <한겨레> 2007년 11월 26일


» 위에 보이는 표는 크리스티 등의 국제경매에서 서미갤러리를 통해 사들였다고 기록된 삼성가 작품 구입 목록의 첫장이다. 표 옆의 도판 넷은 목록 가운데 높은 값에 낙찰된 작품들(표에서 색칠된 항목)이다.
 
 

‘미술계 최고 권력’으로 통하는 삼성가 사람들의 미술컬렉션이 처음 ‘몸통’을 드러냈다. 김 변호사의 추가 비자금 내역 폭로로 장막에 싸였던 삼성가 컬렉션의 내밀한 구입 과정 등이 일부 밝혀진 것이다.

구입목록 첫장에는 30점의 작품 제목과 20여명의 작가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한겨레>의 분석 결과, 4점을 제외한 26점은 모두 2002~2003년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품들은 대부분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에드 루샤,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 스기모토 등 세계적 거장 20여명의 구작 혹은 근작들이다. 현재 서구 경매시장에서 최고 가격대에 거래되며, 60년대 이후 현대미술 역사에서도 중요 기준작으로 언급되는 1급 컬렉션들이다.

 
» 최고가인 800만달러에 팔린 미니멀 작가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 사진의 도판은 같은 제목에, 구도가 거의 같은 다른 연작 그림이다.
 
작품들은 2002~2003년 3천만달러 이상(당시 환율로 약 300억원)의 거액을 주고 사들였다. 특히 그 대부분인 25점을 2002년 11월13~14일 무더기 구입했다. 이틀 사이에 1800만달러가 넘는 작품들을 사들인 것이다. 구입은 90년대부터 삼성가의 외국 미술품 구입을 도맡아온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전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개별 낙찰가는 최소 1만달러 선에서 최대 700만~800만달러에 이른다. 대부분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한 명품들이다. 유파는 60~70년대 미국을 풍미했던 기하학적 형태와 단색조 추상인 미니멀리즘,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의 결합을 꾀한 팝아트가 주종이며 포스트모던 계열 작품도 있다.

» 두번째 높은 값인 715만9500달러에 낙찰된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영국의 세계적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60년대 대표작 <닉 와일더의 초상>(낙찰가 286만9500달러), 에드 루샤의 대표 연작 <디자이어>(낙찰가 176만9500달러).
 
 

최고가인 <베틀레헴의 병원>은 60~80년대를 풍미한 미국 미니멀리즘 사조의 거장인 프랭크 스텔라가 화면을 검정색 색면과 기하학적 선으로만 메워 그린 대표적 연작이다. 715만달러에 낙찰된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기쁨에 겨워 웃으며 눈물 흘리는 갈색 머리의 젊은 여성을 그렸다. 낙찰 당시 작가의 이전 경매 기록을 깬 작품이다. 대중 만화를 확대시킨 특유의 그림 스타일이 잘 드러나 있다.

‘숭고한 추상 그림’으로 유명한 미국 거장 바넷 뉴먼의 <화이트 파이어>, 도널드 저드의 유명한 상자모양 미니멀 금속 구조물, 에드루샤의 흐물거리는 문자 이미지, 독일 거장 리히터의 <추상> 연작 등도 100만달러 이상의 고액으로 낙찰된 것으로 나온다. 도시인의 내면을 나른한 구도의 일상 그림으로 묘사한 영국 거장 호크니의 <닉 와일더의 초상>(1966년작)은 작가의 연대기는 물론, 현대 회화사상 매우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기괴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영상, 설치작가 매튜바니의 ‘크로매스터 사이클’ 연작도 보인다.

K옥션 김순응 대표는 “호크니와 리히텐슈타인 등의 현대미술사에서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작품들이 국내에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미술시장 관계자도 “2002~2003년은 세계 미술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기 시작한 때로, 당시 몇몇 재벌이 국제 경매에서 컬렉션을 집중 매입한 소문을 들었다”며 “목록의 주요 작품들은 지금 시장에서 그때 시세보다 최소 4~5배 이상을 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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