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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멈출 수 없다면 투쟁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투쟁의 대상을 모를 땐 삶의 다짐 자체가, 삶의 지속 그 자체가 투쟁일 수도 있는 것. 투쟁은 길을 묻지 승리의 가능성을 묻진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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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한 근대문명과 부국강병 예찬 - 권력의 주구, 서정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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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오랜꿈
(
) l 2007-11-21 21:20
https://blog.aladin.co.kr/729846193/1713776
너무 당연한 근대문명과 부국강병 예찬
[석유문명과 예술] 권력의 주구, 서정주 시인
[박승옥 _ 시민발전 대표]
출처 : <컬쳐뉴스> 2007-11-17
▲ 서정주는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을 지낸 그렇고 그런 문단 권력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본문에서
서정주라는 시인이 있다. 아마도 정현종보다도 더 유명하고 더 논란이 많은 시인일 것이다. 특히 그의 친일 행적과 시의 수준과 관련해서는 시 자체와 시인의 삶과는 분리해서 보아야 된다는 주장의 대표사례로서 늘 거론된다. 그런 분리론은 이 땅의 친일 민족반역자 문학인들에게는 그럴듯한 변명꺼리를 제공해주는 아주 편리한 면죄부인 셈이다.
그러나 시와 시인의 삶이 어찌 따로 분리될 수 있겠는가. 시인이라면 누구나 다 당연히 다중인격 장애 정신병을 앓는 사람이어야만 하는가. 모름지기 시인이란 무당이나 영매처럼 다른 귀신이나 영혼이 늘 강림해 있는 사람이어야만 하는가. 결코 아니다. 시는 시인의 삶 그 자체일 뿐이다. 시는 사회 속에서 사는 시인의 경험과 삶이 체화되고 육화된 공동체의 열매일 뿐이다.
서정주의 시에 대해 한국 최고의 시로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해 지금도 나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솔직히 나는 서정주의 시를 읽고 한 번도 감흥을 느낀 적이 없다. 서정주의 친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고등학교 때 화사집이나 귀촉도 시를 읽으면서도 나는 그저 감정의 과잉이나 지나친 엄살 정도로 느끼곤 했다. 그리고 노자의 말대로 교언영색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사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백석과 지용을 비롯한 그야말로 빼어난 시인들이 북으로 가거나 빨치산으로 죽은 폐허 위에서, 1950년 이후 한동안 남한에 빼어난 시인들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극단의 반공 정신병동과도 같았던 남한 사회에서 빼어난 시인이라면 미치거나 감옥에 갇혀 있는 게 정상이었다. 이른바 문단이란 것을 만들고 문단권력을 휘두르며 문인입네 하는 작자들이란 백석과 정지용을 빨갱이라고 한국문학사에서 그 이름을 지우면서 한국문학 자체를 죽이고 있던, 문학을 팔아 계집질과 호의호식을 일삼던 파렴치범들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김수영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나와 기행과 광기를 일삼았던 것이다.
서정주는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을 지낸 그렇고 그런 문단 권력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그는 일제 때는 천황을 칭송하더니 해방이 되면서는 재빨리 친미로 돌아서 이승만의 전기를 쓰는 놀라운 처세술을 발휘했다. 그리고는 역대 독재자를 칭송하는데 늘 앞장서면서 권력의 주구(똥개의 한자말) 노릇을 마다하지 않던 그렇고 그런 잡놈이었을 뿐이다. 때문에 베트남 파병 때 베트남 파병을 칭송하는 시를 쓰는 것은 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새로 나갈 길은/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베트남뿐이다/ 베트남뿐이다”(「다시 비정의 산하에」, 한국일보, 1966. 8. 14)
미국은 통킹만 사건을 조작까지 하면서 베트남을 침략했고 미군이 학살한 베트남인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고엽제 피해는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천인공노할 미군의 만행이었고 밀라이 학살 등 미군의 민간인 학살도 널리 알려져 있는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군도 이 명예롭지 못한 전쟁에서 자그마치 5천명이나 죽었다. 서정주는 젊은이들에게 그런 전쟁에 가서 기꺼이 죽으라고 선동시를 휘갈겨 댔던 것이다. 서정주의 자식이 월남전 참전 용사인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다.
서정주가 일제 때 쓴 친일시와 요즈음에는 ‘30만원밖에 없는’ 알거지가 되어버린 독재자 전두환 찬양시는 서정주의 시와 삶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일관성을 늘 충실하게 견지하고 있음을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월남전에 가서 죽으라는 선동시는 일제 시대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가미가제로 죽어가라고 선동한 시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印氏)의 둘째 아들 스물 한 살 먹은 사내 //
마쓰이 히데오 /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 공격대원 /귀국대원... //
수백척의 비행기와 / 대포와 폭발탄과 /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 그대 /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
장하도다 /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 산천이여 - 서정주, 「오장 마쓰이 송가」
<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 이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
이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얻으셨나니 //
이 나라가 통일하여 흥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 쉬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 서정주, 「처음으로」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의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를 매
입, 개조하여 만든 서정주 문학관.
광주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고도 무참하게 죽어갔고, 수많은 젊은 피들이 전두환 살인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몸을 던지고 있을 그 때, 그 전두환의 생일을 축하한답시고 서정주가 쓴 시를 보고 그때 나는 정말 먹은 것을 다 토할 정도로 꼭지가 돌았다. 1987년 6월항쟁 직전의 일이었다.
하여 나는 지금도 시는 시를 쓰는 사람의 삶과 분리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분리하려는 모든 언사는 사실 기만이자 문학의 호도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런 짓을 태연히 저지르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말이다.
서정주의 이같은 일관성의 근본 뿌리는 서구 근대문명을 향한, 발전과 개발의 서구 산업문명에 대한 뿌리깊은 열광과 열등의식이었다. 흔히 젊은 시절 서정주는 서구 근대를 비판하고 현실의 속물세계에 맞서 술과 방랑을 통해 인간의 원초성과 영원성을 추구하는 에즈라 파운드 류의 모더니스트였다고 그럴 듯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지 어쩐지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잘 알 수가 없지만, 위의 시에서 금방 볼 수 있듯 서정주는 늘 근대 서구의 거대한 물질문명과 부국강병의 국가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근대 신봉자였다. 서정주에게 서구의 근대 자본주의 산업문명은 질문이 필요없는 너무나 당연한 전제였다.
19세기 조선이 근대화를 이루지 못해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된 이후 근대화란 하나의 종교였으며, 의심의 여지가 없는 국가 목표였다. 사회주의건 자본주의건 방법은 달랐어도 근대화, 산업화, 라인강의 기적은 우리가 추구해야만 하는 지고지선의 선이었으며 예민한 시인이 아니면 대부분의 문학인들은 당연히 근대추종자들이었다. 서정주도 마찬가지였다. 동양전통과 신라 문화는 서정주식의 유치한 오리엔탈리즘 기호품에 지나지 않았다.
『미당의 세계방랑기』(민예당, 1994)란 책을 보면 이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과시해서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5대양 6대주에 걸친 한 사람의 이만큼한 광범위한 여행도 내가 알기로는 세계문학사--아니 세계문화사상에서의 처음일 듯하니, 이것만큼은 떳떳한 한 보람으로 느낀다.
스스로 세계문학사와 세계문화사의 사건으로 칭하는 80노인의 이 우매한 치기에는 그저 낯간지러운 웃음만 나올 따름이다. 책의 내용이라고 해보았자 여행기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외교관과 상사주재원 만남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디 가서 대사관 직원 누구를 만났고 높은 사람 누가 자신에게 저녁을 대접했고 따위의 허접스런 얘기들 투성이다. 게다가 ‘세계문학사의 사건’인 5대양 6대주 여행을 하신 노시인의 역사인식과 안목은 그야말로 초등학생 수준도 안된다. 서정주에게는 서구의 근대와 한국의 산업화란 그야말로 일종의 자명한 명제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어떤 성찰이나 언급의 필요성을 느낄 여지는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있다면 아메리카가 고구려의 식민지라는 코메디같은 국가주의의 망령뿐이다.
몽고나 만주나 시베리아 언저리에서 북쪽 아메리카의 알래스카 같은 데를 거쳐 차근차근 남쪽으로 여기까지 내려온 것은 아닌가 보고 있다... 이리 되면... 이 넓은 남북 아메리카 주는 또 옛날 우리 고구려 사람들의 식민지이기도 했다는 것 아닌가
이 테오티와칸이 이곳 수도였던 때의 왕들은 이 피라미드 위의 제단에다가 처음엔 오십 년만에 한 번씩 산 처녀의 심장을 가슴에서 도려내서 해와 달 앞에 바쳐왔던 것이나... 뒤에 아즈테가 족속들에게 그들이 패망한 건 바로 그런 그들의 죄의 벌이다. 이런 살벌한 잔인성이 오래 흥하는 일은 없는 것이니까...
위성사진을 보면 하늘길과 뱃길이 뚜렷하게 시꺼멓게 나온다.
비행기가 석유를 태운 연기와 선박이 태운 석유 매연 때문이
다. 특히 선박용 기름은 질이 제일 낮은 석유로서 지구온난화
를 더욱 가속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와 서구 백인들이 저지른 피의 학살에 대한 무지는 그렇다고 치자. 아즈텍 인들의 제의는 잔인하고 일제 정신대의 만행은 잔인하지 않은 단순한 성매매에 지나지 않은 것일까. 또 한국전쟁 당시의 그 무수한 치떨리는 살벌한 잔인성은 죄가 아니라 당연한 선의의 잔인성일까.
서정주가 5대양 6대주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당연히 값싼 석유 때문이었다. 석유는 지금 이 순간 전세계에서 비행기를 타고 있는 사람이 자그마치 3백만 명에 이르게 할 만큼 관광산업의 폭발과 함께 지구를 아주 작은 행성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006년 한 해 동안 약 1천 2백만의 한국인이 해외관광을 가 138억 달러를 썼다. 전세계 해외관광객 수는 한 해 8억 명이 넘는다. 이 또한 석유와 자본주의가 만든 지속불가능한 이상한 한 때의 풍요, 한 때의 유행이다.
오늘날의 관광이란 혜초의 여행이나 김삿갓의 방랑과는 전혀 다르게 어느새 그나마 남은 공동체를 파괴하고 지구자원을 낭비하는 범죄행위로 변해버린지 오래이다. 예컨대 전세계 자동차가 소비하는 석유는 65억 인구가 음식물로 소비하는 에너지의 두배에 이른다.
위성사진을 보면 하늘길과 뱃길이 뚜렷하게 시꺼멓게 나온다. 비행기가 석유를 태운 연기와 선박이 태운 석유 매연 때문이다. 특히 선박용 기름은 질이 제일 낮은 석유로서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이다.
진보를 주장하는 작가들, 심지어는 자연을 노래하고 드넓은 바다를 말하는 작가들 가운데에도 이런 근대 중독, 석유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부지기수이다. ‘대양을 향한 작가들’이라는 모임이 있다. 현대상선이 공짜로 제공하는 7만톤급 정도의 대형 컨테이너 배를 타고 해양체험을 하고 난 뒤 이들이 쓴 글들을 보면, 이른바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에 대한 국가예찬과 근대 산업문명, 석유문명의 거대함에 압도된 작가들의 그 언어 감수성과 해양문학이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허튼 몸짓과 엄살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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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옥
은 구로동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10여 년 동안 시골을 돌아다님. 지금은 에너지전환 운동 시민기업인 시민발전 일과 전태일기념사업회 일을 하면서 기고와 강연으로 한국 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 일하고 있음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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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갑니다. 감사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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