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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멈출 수 없다면 투쟁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투쟁의 대상을 모를 땐 삶의 다짐 자체가, 삶의 지속 그 자체가 투쟁일 수도 있는 것. 투쟁은 길을 묻지 승리의 가능성을 묻진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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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는 과거형, 지구제국은 미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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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오랜꿈
(
) l 2007-11-20 12:51
https://blog.aladin.co.kr/729846193/1710304
달러 약세가 전 지구를 울고 웃게 만들고 있다. 그저께 인도의 타지마할 입장료 중 일정한 액수를 달러로 받던 인도 정부가 이를 폐기하고 전액을 루피로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전엔 세계적 모델인 지첼 번천이 모델료를 달러가 아니라 유로로 결제해 달라고 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리고 상당히 오래 전에 베네수엘라 등은 석유 수출대금을 유로로만 결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미국의 상징이기도 한 달러화가 왜 이리 됐을까? 물론 달러화의 약세는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려는 미국의 약달러화 용인 정책이 어느 정도 깔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일련의 사태는 그저 약달러화 용인이라는 정책적 차원에서 이해되기에는 석연찮은 점들이 있는 것 같다.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국>은 바로 이런 미국의 위상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이전의 '임페리얼리즘'이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음에 인용하는 세 개의 글들은 네그리와 하트의 이 <제국>을 둘러싼 논쟁들이다.
제국주의는 과거형, 지구제국은 미래형
[기획] 우리시대 지식 논쟁 ① - 제국인가 제국주의인가 ③
출처 : <한겨레한겨레> 2007 09 14
» 이진경 교수는 유럽연합의 출현과 남미의 좌파 정권 연대 시도 등을 들며 현 세계 체제는 ‘지구 제국’이 아니라 복수의 국가적 연합이 경쟁·적대하거나 때로는 협조하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제국인가 제국주의인가 ③ 제3의 시각 ‘과잉제국주의’
논쟁의 첫 주제에 대해 조정환 성공회대 강사와 정성진 경상대 교수가 지난 두 주 상반된 논지를 펼쳤다. 조 강사는 미국이 농업국 아프간에 수천억 달러의 전비를 쏟아붓고 있는 ‘역설’을 들며 국가주권의 확장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제국주의론으로는 21세기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지구제국’이 국민국가를 넘어 전지구적으로 주권질서를 구축하고 있다고 그는 본다. 반면 정 교수는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을 침공한 것은 유럽과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자국 패권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 제국론은 세계적 불균등 발전과 양극화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세계화 시대에도 국민국가와 국민주권이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주체임을 지적했다.
제3의 논자인 이진경 서울산업대 교수는 이번 글에서 자본운동의 전지구화가 아직 국민국가의 전지구화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제국론과는 다른 시각이다. 그는 유럽연합이나 남미 좌파 집권 국가들의 연대 시도 등을 들며 현 세계 체제를 복수의 국가적 연합들이 경쟁·적대 혹은 협조하는 구조로 파악한다. 그는 이 체제를 ‘과잉제국주의(overimperialism)’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렀다. 복수의 국가들이 하나의 제국주의적 연합체로 결합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이는 훨씬 확장된 규모의 제국주의 사이의 관계 체계라는 것이다. 지식논쟁의 다음 주제는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혁명론’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국가 단위의 제국주의 지났지만 미국 정점으로 한 제국은 시기상조
현 단계는 유럽연합·소련·중국과 협조-적대 공존하는 ‘과잉제국주의’
나는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국민국가 단위의 제국주의 체제와 다른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다는 네그리와 하트의 주장을 인정한다. 자본이 국민국가적 경계를 넘어 생산하고 축적하는 새로운 단계로 이행했다는 주장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하나의 중심에 의해 통합되고, 주요8개국(G8)을 비롯한 몇몇 선진국들에 의해 구성되는 ‘귀족정’을 통해 경제적으로 관리되는 하나의 단일한 ‘제국’을 형성했다는 말은 인정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제적 약화가 군사적 지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약해진 경제적 능력이 언제까지 군사적 지배력을 떠받쳐줄 것인지도 의문이다. 사회주의와의 대결구도가 일국적 권력을 넘어서는 ‘제국적’ 권력을 촉발했음은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사회주의 붕괴는 그러한 통합요인의 소멸 내지 약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특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별로 먹히지 않았던 것은 미국의 군사적 지배력이 단일한 중심이라는 말을 믿기 어렵게 한다. 반면 국가연합으로서 유럽연합의 출현은 아메리카연합(미국)의 지배로부터 이탈하여 독자적 중심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리고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에서 달러 아닌 유로로 결제되는 석유시장의 출현 조짐은, 유럽연합의 경제력이 약해진 미국 경제력과 보완 관계가 아니라 대체·경쟁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제국이 전 지구적 권력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제국의 권력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고, 따라서 제국의 외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더더욱 인정하기 어렵다. 반대로 제국의 권력은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디든 그것이 작동하지 않은 구멍들, 외부들이 광범하게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런 외부가 없다면, 네그리가 그토록 강조하는 다중이나 저항적 대중의 형성은 불가능한 게 아닐까? 역으로 그 모든 저항의 지점들, 저항이 발생하는 모든 지점들이 제국적 권력의 외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와 유사한 이유에서, 제국 안에서 국민국가를 저항의 거점으로 삼는 것이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하다고 하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 물론 국민적 차원에서 권력의 장악을 목표로 삼는 것이 혁명의 핵심고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령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의 존재가 제국 체제 안에서 제국과 대결하는 데 별 다른 의미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중국이나 쿠바 같은 사회주의 국가나, 이란 같은 반미국가의 존재 또한, 제국적 체제 안에서 의미 없는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국주의와 다른 단계의 현 세계체제를 일단 네그리처럼 ‘제국적 체제’라고 본다고 해도, 그 체제는 미국과 그 ‘귀족’들과는 다른, 쉽게 통제되지 않고 종종 적대적이기도 한 국가들, 그리고 러시아나 중국처럼 많은 경우 협조자로 행동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만은 아닌 국가들이 공존하는 체제다. 그 국가들은 제국적 국가들과는 다른 특이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이들 국가는 제국적 체제 안에 포함되는 경우에도 제국의 ‘내부’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혁명을 통해서든 선거를 통해서든 제국적 체제 안에 제국적 국가와 다른 종류의 특이점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제국적 체제를 약화시키거나 교란시키고 그것에 대한 저항의 전선을 형성하는 데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인터넷 발달로 자본은 전지구화
국민국가는 여전히 국민관리 주체
초국민적 정치·경제연합 가능성 커
언젠가는 지구제국 시대 올 수도
확실히 일국적 국가 간의 경쟁이나 적대로 세계체제에서 국가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순 없다. 이전의 세계체제가 제국주의적 ‘탈영토화’조차 국민국가적 영토성의 확장이라는 형태로 진행되었다면, 지금은 국민국가적 영토성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영토화가 국민국가로부터 ‘탈영토화되는’(벗어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내적으로는 자본의 이윤율 저하가 일국 내에서는 극복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 외적으로는 이를 이런저런 식민주의적 방식으로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러한 한계지점을 넘어서기 위해서 자본은 국민적 영토성을 넘어선 새로운 생산 및 착취 형태를 창안한다. 거기서 일차적인 기초가 되었던 것은 컴퓨터와 디지털화, 그리고 인터넷을 비롯한 전지구적 소통수단의 창안이었다. 인터넷과 통신수단의 발전은 대중들의 활동범위는 물론이고 자본의 활동범위를 전지구적 스케일로 확대했다. 하나의 독립적 네트워크로서 존재하는 자본은 이제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 탈국민화된 형태로 존재한다. 삼성이 한국 자본이고, 도요타는 일본 자본이라는 관념은 이러한 변화의 실상을 보지 못하게 한다. 물론 초국적 자본도 국적을 갖는다. 그러나 증식에 유리한 국적을 갖는다. 따라서 자본은 많은 국적을 갖는다. 자본에게는 원래 국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국가의 경우는 이와 나란히 가기 어렵다. 자본은 이윤을 일차적 관리대상으로 하지만, 국민국가는 ‘국민’이란 범위의 ‘인구/주민’을 관리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본이 탈국민화되는 만큼 노동력의 이동도 커졌지만, 그것은 여전히 국가장치에 의해 절단되고 국적을 이용해 과잉착취된다. 이주자란 국경을 이용해 과잉착취되는 노동자들의 이름이다. 또한 국민의 ‘생존’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 역시 국민국가가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항목이다. 예컨대 ‘생존’의 문제를 경제적 발전의 문제로 이해하기에, 경제성장을 위해 자본을 끌어들이는 게 국가로선 주민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아, 일부 주민(가령 농민)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투자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다. 곧 여전히 국민국가는 전략적 판단의 주체로 존속하고 있다. 주민의 관리, 주권의 관리 문제는 국민국가의 독자성에 더 강하게 연루되어 있다.
요컨대 국민국가는 자본의 탈국민화와 나란히 탈국민화되지 않으며, 자본의 운동과 리듬을 맞추려 하지만 그것과 함께 움직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본 운동의 전 지구화가 국민국가의 전 지구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실 자본 또한 국가적 경계를 이용하여 착취하며, 필요에 따라 국가들을 선택한다. 따라서 국민적 경계로부터 탈영토화된 경제적·정치적 권력-네트워크가 전 지구적 통합체로 나아간다는 것은 성급한 추상적 추론이다. 그렇지만 복수의 국가들 간에 새로운 통합이나 연합, 연결의 필요성이 증대한 것은 분명하다. 곧 초국민적 연합의 정치·경제적 형태가 출현할 가능성은 매우 커졌음이 분명하다. 유럽연합의 출현이 지닌 의미를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성공 가능성은 아주 미약하지만, 남미의 몇몇 좌익적 성향의 국가들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대의 제안들 또한 미국과 거리를 둔 국가적 연합의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진경/ 서울산업대 교수
미국이 중국의 성장에 대해 경계를 높이며 견제하려는 것 역시 자국의 지배로부터 이탈하는 또 하나의 거점의 가능성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복수의 국가적 연합들이 경쟁하기도 하고 적대하기도 하며 때로는 협조하기도 하는 체제. 이를 일단 ‘과잉제국주의(overimperialism)’라고 부르자. 무엇보다, 이질적인 위상을 지닌 복수의 국가들이 결합하여 하나의 제국주의적 연합체로 응축되어 성립되는 체제라는 의미에서, 그것은 이전보다 훨씬 확장된 스케일의 제국주의 간의 관계체계일 것이고, 제국주의를 넘어선 단계의 제국주의 체제일 것이다. 이진경/서울산업대 교수
이진경 교수
는 1963년생이며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마르크스주의 전반에 대해 다시 사유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와 구별되는 ‘코뮨주의’란 화두를 들고 공부하고 있으며, 생명의 경제·정치학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미-래의 맑스주의>, <자본을 넘어선 자본>, <노마디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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