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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멈출 수 없다면 투쟁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투쟁의 대상을 모를 땐 삶의 다짐 자체가, 삶의 지속 그 자체가 투쟁일 수도 있는 것. 투쟁은 길을 묻지 승리의 가능성을 묻진 않는다. -
내오랜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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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혁명, 사회주의 대안인가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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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오랜꿈
(
) l 2007-11-20 01:26
https://blog.aladin.co.kr/729846193/1709657
‘21세기 사회주의’ 향한 발걸음 뗐을 뿐
[기획] 우리시대 지식 논쟁 ② - 차베스 혁명, 사회주의 대안인가 ③
출처 : <인터넷 한겨레> 2007-10-12
» 베네수엘라의 달동네 주민 한 명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주민자치위원회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김수행 교수 제공
차베스 혁명, 사회주의 대안인가
③ 판단은 아직 이르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정책을 사회주의 대안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지난 두 주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센터장과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논쟁을 벌였다.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민중참여 권력의 토대라고 할 만한 주민자치위원회와 노동자가 참여하는 공동경영제도의 심화·확산 등을 예로 들며 이 나라 사회가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21세기 혁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 교수는 반미와 민중주의 경향이 합쳐진 차베스주의는 마르크시즘의 기본 원칙인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국제주의와 무관하다면서 차베스주의는 “사회주의의 탈을 쓴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의 민족 부르주아지 분파의 생존전술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주 김수행 서울대 교수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 교수는 차베스 정부가 자국의 자본주의 사회를 새로운 사회, 곧 ‘21세기형 사회주의’ 사회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노동자들을 혁명의 주체로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차베스가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나 자주관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그를 지지하는 노동조합단체조차 그의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동계급을 혁명 주체로 끌어들이고 미국 정부의 간섭을 저지할 국제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가 새 사회로의 이행의 관건이라고 김 교수는 봤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지식논쟁의 주제는 ‘근대문학은 종언을 고했는가’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 이 나라는 극심한 빈부격차로 악명 높다. 빈민의 다수는 ‘바리오’로 불리는 달동네에 산다. 김수행 교수 제공
자본주의서 새로운 사회로 전환 위해
전체인구 60~80% 달하는 “빈민 대변”
전폭 지원 통해 정치·경제 참여시켜
기득권층과의 계급투쟁 예비
차베스 정부는 현재의 베네수엘라 자본주의 사회를 새로운 사회, 곧 ‘21세기형 사회주의’ 사회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새로운 사회에서는 소수의 기득권층(국내외의 독점자본, 국내외의 친자본적 정치세력과 각종 언론 매체들, 친자본적 지식인과 중산층, 어용노동조합, 부패하고 무능한 관료들, 대중을 탄압하는 경찰과 군인 등)의 특권이 사라지고, 개인들이 자기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공동체가 모든 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의해 사회가 발전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사회에서 새로운 사회로 가는 기나긴 이행과정은 기득권층의 권력을 제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거대한 규모의 계급투쟁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차베스 정부는 이 이행과정에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데, 계급투쟁과정에서 혁명이 왜곡될 수도 있고 좌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행과정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이 몇 개 있다.
하나는 ‘참여민주주의’다. 민주행동당(AD)와 기독교민주당(COPEI)이라는 보수 양당이 1958년 푼토 피호(Punto Fijo) 협정을 맺어 베네수엘라를 계속 통치했다. 4년마다 대통령, 국회의원, 주지사, 시장 등을 선거로 뽑지만 빈민은 계속 인구의 60~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석유산업과 석유수익으로 건설한 국영산업들의 이익을 기득권층이 나누어 먹으면서 빈민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를 하기만 하면 민주주의다’는 주장의 잘못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이러다가 1989년 2월 민주행동당의 페레스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의 긴축정책을 받아들여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버스와 전철 요금을 2배 올린 것에 항의해 빈민들이 봉기했고, 군인들이 달동네 주민들을 무차별 총살함으로써 카라카스에서만 2천 명 이상이 죽는 사건(‘카라카소 Caracazo’)이 발생했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빈민은 정치에 무관심해지지 않을 수 없었고, 투표의 기권률이 60%나 달하면서 ‘구세주’를 기다리는 현상이 두드려지게 되었다.
차베스가 1998년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빈민을 대변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카라카소에 대해 군인으로서 용서를 비는 것뿐 아니라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빈민을 정치에 참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지금 차베스 정부는 빈민들을 위한 교육, 건강, 취업, 문화 프로젝트에 엄청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특히 달동네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자기 동네의 모든 어려운 문제들을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아내어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들어 정부에 제안하면, 정부가 전문가를 보내어 주민자치위원회와 상의한 뒤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필요한 자금을 제공한다. 이처럼 빈민들이 정치와 경제와 문화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기들의 능력을 놀랄 만큼 향상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새로운 사회의 건설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물론 차베스의 가장 믿을 만한 지지 세력은 이 빈민들이다.
» 부자 동네는 담장 위에 전기철조망까지 설치해 놓고 있다. 김수행 교수 제공
다른 하나는 차베스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베네수엘라에는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자가 없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생각은 2002년 12월~2003년 3월에 일어난 자본파업에서 조금 수정된다. 최대의 국영석유회사(페데베사)의 자본파업에 경영진은 물론이고 1936년에 창설된 어용 노동조합연맹(CTV) 소속의 노동자들도 많이 참가했다. 차베스 이전의 정부가 공약한 민영화를 통해 큰 이익을 얻으려 한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오히려 국유화를 강화하는 차베스 정부를 몰아내기 위해 생산중단 등을 단행한 것이다. 공장을 계속 가동시키면서 생산을 유지하는 작업에 일반노동자들과 퇴직노동자들이 크게 공헌했다. 이 자본파업을 계기로 차베스는 공장을 노동조합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과, 공장을 경영자가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맡기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 다. 이 두 가지 생각에 의거해 차베스는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나 자주관리를 꺼려하면서 공장 소재지의 공동체가 공장을 관리하는 것을 새로운 헌법개정안(2007년 12월 2일 국민투표 예정)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파업 계기로 어용노조 불신 커져
경영참가 배제과정서 적대관계 형성
노동계급 혁명 주체로 끌어들이고
미 정부 간섭 저지할 국제연대 맺어야
어용 노동조합연맹(CTV)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중심이고 노동자 이기주의에 빠져 비공식부문(행상이나 소규모의 개인서비스업)의 노동자나 비정규직 등 노동계급 전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돌보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공장 경영에 이해당사자들(주주 대표, 노동자 대표, 소비자 대표, 공동체 대표 등)이 모두 참가해야 한다고 차베스는 주장해 왔다. 새로운 헌법개정안에 따르면, 주민자치위원회가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선거위원회, 감사위원회 등과 나란히 하나의 독립권력으로 격상되고 몇 개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코뮌(Commune)을 형성해 이 코뮌이 지역사회를 총괄하면서 그 지역의 공장들도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 제안은 너무나 획기적인 것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지금 무어라 논평할 처지는 못 되지만 ‘노동자에 의한 자주관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차베스를 지지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2003년 창설한 새로운 노동조합연맹(UNT)의 최대 정파는 “자유로운 생산자들의 연합”(마르크스가 새로운 사회를 묘사한 것)을 내세우면서 차베스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셋째, 미국의 전통적인 세력권인 남아메리카에서 차베스 혁명이 얼마나 오래 버틸 것인가가 매우 우려된다. 차베스 혁명이 새로운 사회로 가는 이행기에서 왜곡되거나 좌절될 수 있는 가능성은 미국의 태도에 크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으로 정신이 없고, 차베스 정부가 모든 정책을 헌법과 법률에 의해 수립·실시하며,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석유 수입량의 15%를 공급하고,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및 니카라과에서 차베스와 비슷한 철학을 가진 대통령이 탄생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칠레의 아옌데 정부나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게릴라 정부를 타도하듯 쉽게 차베스 정부를 타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의 지원을 받는 기득권층이 사회를 계속 지배하면서 차베스의 암살까지 소리 높여 외칠 정도로 계급투쟁의 열기가 치솟고 있다.
» 김수행 서울대 교수
결론적으로 말해, 차베스 혁명의 진행 방향과 성공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차베스가 용감하게 ‘21세기형 사회주의’를 목표로 혁명을 개시한 것인데, 지금까지는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빈민을 하나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인간으로 각성시키면서 새로운 사회의 건설에 동참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그러나 앞으로 노동계급을 혁명의 ‘다른 하나의 주체’로 등장시키는 과제와, 미국 정부의 제국주의적 간섭을 저지할 국제 연대를 형성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 같다. 물론 1999년 2월 차베스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석유 1배럴의 가격이 7달러였는데 2007년 9월에는 70달러로 올랐기 때문에, 석유로부터 얻는 정부의 세입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 차베스의 활동 여지를 넓혀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수행 교수는
1942년생으로 영국 런던대에서 1982년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마르크스 경제학 이론과 자본주의 불황이 주요 관심 영역입니다. <자본론>(비봉출판사)을 완역했으며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공황>(서울대 출판부)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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