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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멈출 수 없다면 투쟁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투쟁의 대상을 모를 땐 삶의 다짐 자체가, 삶의 지속 그 자체가 투쟁일 수도 있는 것. 투쟁은 길을 묻지 승리의 가능성을 묻진 않는다. -
내오랜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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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의 탈을 쓴 ‘자본주의 혁명’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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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오랜꿈
(
) l 2007-11-20 01:07
https://blog.aladin.co.kr/729846193/1709631
사회주의의 탈을 쓴 ‘자본주의 혁명’일 뿐
[기획] 우리시대 지식 논쟁 ② - 차베스 혁명, 사회주의 대안인가 ②
출처 : <인터넷한겨레> 2007 10 05
» 베네수엘라 학생과 반정부 세력들이 지난해 4월 수도 카라카스의 한 도로에 누워 차베스 정부의 치안력 부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평화’라는 단어가 한 시위자의 손바닥에 쓰여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차베스 혁명, 사회주의 대안인가
② 왜 대안이 아닌가
지난주 이 지면에서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센터장은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혁명론을 옹호하면서 역사의 무덤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사회주의라는 이념이 새로운 모습으로 남미에서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다수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자치위원회가 민중참여 권력의 토대가 되고 있으며 노동자가 참여하는 ‘공동경영제도’의 심화 확산, ‘협동조합적 기업’을 통한 15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등을 들며 베네수엘라 사회가 ‘실행을 통한 학습’이라는 경로를 통해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21세기 혁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21세기 사회주의는 없다고 단언했다. 반미와 민중주의 경향이 합쳐진 차베스주의는 마르크시즘의 기본 원칙인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국제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반미는 민족해방투쟁의 다른 형태에 불과하며, 차베스 집권 이후 실업과 보건, 빈곤 문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차베스 혁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오 교수는 주장했다. 때문에 그에게 차베스주의는 “사회주의의 탈을 쓴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의 민족 부르주아지 분파의 생존전술일 뿐이다.”
다음 주에는 김수행 서울대 교수가 차베스 혁명의 미래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요지의 제3의 시각을 밝힌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베네수엘라 수년간 물가 치솟고
GNP 증가도 국민 착취 결과
고질적 빈곤·범죄문제도 해결 못해
주변부 자본주의 위기 고스란히
지금 세계자본주의 체제는 인류 문명을 야만의 시대로 이끄는 쇠퇴의 끝으로 향하고 있다. 그 체제는 전세계 프롤레타리아를 처참한 빈곤과 참혹한 전쟁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수년 동안 밑에서부터 솟아오른 계급투쟁이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 투쟁의 주체는 전통적 의미의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공격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 연금생활자와 예비 노동자(청년·학생)였다. 2006년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법’ 반대 투쟁이나 브라질과 칠레에서 학생들의 투쟁은 “미래가 없는” 사회, 곧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불안한 프롤레타리아의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2007년 5월 말에 베네수엘라에서 대학생 시위가 일어났다. 이 시위는 세계자본주의체제 안에서 주변부 자본주의 사회가 처한 위기를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그들에게 “미래는 없었다.” 그저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 아니다. 차베스 집권 동안 베네수엘라 사회가 앓고 있는 오랜 병인 실업과 범죄와 보건과 빈곤문제가 조금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베스 집권 동안 ‘혁명’ 엘리트는 강화되었고, ‘미션’(차베스의 정책 과제)을 통한 공공지출이 늘어났지만, 사회의 빈곤화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아 지난 3년 동안 평균 17%를 기록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그것은 순전히 식품과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인상 때문이다. 국민총생산도 늘었지만, 그것도 착취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며 특히 협동체와 ‘미션’으로 그럴듯하게 꾸민 비공식 부문의 고용 때문이다. 2006년에 1700명의 빈곤층 청소년 등이 범죄로 죽었으며 말라리아, 뎅기열 등 보건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희망이 앞으로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새로운 혁명 세대인 그들은 한편으로는 실업과 범죄, 버려진 어린이와 어머니, 빈곤에 대한 반대를, 다른 한편으로는 거짓말, 부도덕, 불관용, 비인간성에 대한 반대를 뚜렷이 밝히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의 탈을 쓴 국가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착취’ 없는 사회를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21세기 사회주의”라고 하는 “베네수엘라 혁명”이 지닌 뜻은 무엇인가. 2004년 차베스 정권 사회경제 고문을 지낸 좌파연구자 레보위츠는 자신이 쓴 책 〈지금 건설하자, 21세기 사회주의를〉에서 차베스가 메자로스의 〈자본을 넘어〉에 영향을 받았고 2005년 세계사회포럼 연설에서 사회주의의 새로운 유형으로 인본주의적 사회주의를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인본주의적 사회주의’가 제국주의, 신자유주의, 자본의 논리를 거부하는 논리적 연속성을 띠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사회주의 개념을 공동체, 연대, 사회주의 도덕으로 정리하면서 사회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인간 잠재성의 충만한 발전의 과정인 체 게바라의 마르크스주의라는 것이다.
‘공상적’이고 ‘인본주의적’ 수식어가 붙는다 하더라도, 차베스와 차베스주의를 마르크스주의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딱 잘라 비판받아야 한다. ‘21세기 사회주의는 없다.’ 마치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대립물이 “스탈린주의”를 극복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인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마르크스주의의 기본원칙인 국제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혁명”도 차베스가 계승하고자 하는 볼리바르 혁명, 곧 집합생산자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과 미제국주의 반대를 뜻한다면 그것은 사회주의 혁명과 관련 없는 민주혁명, 부르주아 혁명일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국제주의의 원칙을 벗어난 어떠한 민족주의 운동도 앞으로 진정한 사회주의 혁명과 양립할 수 없음을 역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는 제3세계주의와 민족해방 신화의 전성기였다. 좌파와 자유주의자는 베트남 전쟁을 미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베트남 인민의 영웅적 투쟁으로, 체 게바라, 카스트로, 벤 벨라(프랑스에 대항한 알제리 독립전쟁 지도자) 등에 대한 숭배로 나아갔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황금시대’ 자본주의가 위기에 부닥치자, 이러한 신화는 더는 이어지지 않고 빛바랬다. 경쟁하는 민족국가와 제국주의 블록으로 나누어진 부르주아지는 세계전쟁으로 내몰리고 사회적 부의 생산자인 노동계급은 자신의 생활수준을 방어하는 투쟁, 곧 전쟁을 향한 움직임을 막고 공산주의 혁명의 가능성을 향한 투쟁으로 나아간다.
반미·반세계화 결합한 차베스주의는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라는
마르크스주의 기본원칙마저 벗어나
민족 부르주아 분파 생존전술일 뿐
세계자본의 제국주의 시대에는 독자적 자본주의도 나타날 수 없다. 1980년대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이 지난 뒤에도 “민족해방투쟁”에 대한 환상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두 가지 다른 형태로 이탈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반세계화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민중주의의 복원을 통한 ‘미제국주의 반대운동’이다. 그런데 반세계화운동은 “자본주의를 오직 하나의 가능한 체제이고 그 개혁이 하나뿐인 대안이다”와 같은 부르주아지의 이념적 선전을 밑바탕으로 삼고 있다. 미제국주의 반대운동은 반미라고 하는 민족주의 정서와 빈곤화되는 농민과 도시빈민과 노동자의 사회 불만을 밑거름으로 삼은 라틴아메리카의 민중주의 경향이다. 바로 이러한 두 흐름의 결합이 이른바 “차베스주의”이다.
“21세기 사회주의”를 말한 레보위츠도 베네수엘라의 국가발전계획(2001~2007)을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모델로 여기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동아시아(일본·한국)의 발전전략과 시장을 결합한 라틴아메리카식의 신구조주의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그는 1999년 제정된 헌법에 나온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조항을 보기로 들면서 베네수엘라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제3의 길을 추구한다고도 말한다.
»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주변, 곧 주변부 자본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라는 빈민층(비공식부문 노동자)이 인구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고 석유자원 하나에만 의존해 경제를 끌고 나가고 있는 특수한 사회이다. 이 나라의 민족 부르주아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석유 자본을 밑천으로 삼아 다른 제국주의 국가(미국·영국·중국 등)의 부르주아지와 손을 잡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인민이 처한 빈곤조차 풀지 못한 무능함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 주변부 자본주의의 반미 민족주의 세력은 몇몇 좌파 지식인과 혁명가의 도움을 받아 전세계에 베네수엘라를 ‘21세기 혁명의 상징’으로 추어올리면서 “사회주의”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그 탓에 그들은 또다시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국제적 투쟁과 진정한 사회주의 사회의 건설을 잘못 이끌고 있다. 똑똑히 밝히지만, 차베스주의야말로 사회주의의 탈을 쓴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의 민족 부르주아지 분파의 생존 전술일 뿐이다.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1943년생으로 산업노동학회장, 사회이론학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사회실천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제공산주의운동사(특히 유럽)와 세계의 계급투쟁과 혁명전략이 주요 관심 연구 영역입니다. 대표 저서로 <맑스주의, 조직의 정치경제학 그리고 한국사회변혁>(현상과인식, 1993) <사회주의와 노동자정치>(박종철출판사, 2004) 등이 있습니다.
차베스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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