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망명은 처량한 격리
분쟁지역 작가들이 말하는 나의 땅 나의 문학
③ 파크리 살레 팔레스타인 비평가
 
 
 출처:<한겨레신문> 2007 10 25  
 


» 파크리 살레 팔레스타인 비평가
 
지난해 11월 미국 메릴랜드주 안나폴리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중동평화회담을 앞두고 브레진스키, 리 해밀턴, 브렌트 스카우 크로포트를 포함한 일단의 저명한 미국 정치학자들, 여론결정자들, 그리고 역사학자들은 한 호소문을 통해 미국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만일 실질적이고 항구적이며 포괄적인 평화가 11월까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폭력의 악순환은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크게 번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는 정치가가 아니고,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평화가 회담과 직접협상 따위를 통해 가능하리라고 믿지도 않는다. 평화는 우리가 과거 우리 적에게 저질렀던 일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느낄 만큼 선의와 의지를 지닐 때 달성될 수 있다. 국제회담은 양쪽이 각기 자신들의 부정한 과거를 정리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평화의 수단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중동 땅에서 서로 기꺼이 어울려 살고 공존하는 식으로 희구되는 평화에 다가가고 있는가? 팔레스타인에서, 이라크에서, 레바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그러면 우리 지구별에서 화약고가 어디인지 알게 될 것이다. 거기서는 모든 게 몇분 내로 화염에 휩싸일 수 있다. 나는 평화가, 완전히 분리된 분위기에서는, 그러니까 사람들이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상황에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자신이 망명자이며 동시에 추방당한 자라고 생각한다. 내 가족은 아직 팔레스타인 땅 제닌, 그 초토화된 도시에 이스라엘이 2002년에 몰아넣은 난민 캠프에서 분노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1948년에 우리 조국을 몰수해버리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가난의 구렁텅이로 내몰렸다. 나는 그 당시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슴에 품고 산 슬픔과 분노에 공감한다. 1967년 6월 아랍-이스라엘 전쟁이 터졌을 때, 어린아이였던 나는 폭력이 거듭되는 가운데 공포 속에서 살았다. 나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영원히 지워낼 수 없을 공포를 안겨주며 우리(나와 내 동생) 머리 위로 날아갈 때 부들부들 떨면서 작은 팔레스타인 마을에 있던 우리 집으로 달아나던 장면을 여전히 기억한다. 그 감정은 이데올로기적 헛소리가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들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멍텅구리 정치인들이 느껴볼 필요가 있다.

수백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추방당하고, 망명 중에, 그리고 1948년과 1967년 다른 아랍세계로 유랑을 떠나게 된 뒤부터 깊게 뿌리내린 공포감 속에서 살아왔다. 팔레스타인인들 중 3분의2는, 아니 그 이상은 여전히 디아스포라로 살아가고 있으며, 난민으로서 자신들의 문제가 미국이든 세계 어디서든 열리는 정치회담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지고 접근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혀 느끼고 있지 못하다.

나는 이렇게 자문한다. 나는 현대라는 황야에서 오욕의 생을 운명처럼 지고 태어난 디아스포라 피조물, 곧 한 사람의 망명자일 뿐인가? 천만에! 나는 이스라엘이 내가 학업을 마치러 외국에 나간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막아 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국적을 지니게 된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내 망명은 강요된 것일 뿐만 아니라 처량하기 짝이 없는 분단과 격리다.

내 가족 또한 모든 점에서 분리되어 있다. 몇몇은 요르단 사람이고(나 역시 그렇다), 다른 가족은 서안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20년 이상 나는 팔레스타인 국경을 넘어가는 게 금지되었기 때문에 여동생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게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중동 위기의 존재적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떠맡겨진, 심지어 강제된 격리의 수십 년 세월이 지난 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산가족과 친척들!

그렇다. 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이 서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작은 구역, 곧 분쟁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러나 뿌리, 민족, 국적을 잊고 그 작은 땅덩어리에서 나란히 살아가는 게 과연 가능할까? 나는 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진정으로 평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중동 지역에서도 좌절과 공포, 극단주의의 분위기가 그 일대를 예측할 수 없는 폭력과 파괴의 악순환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 같이 신에게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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