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생태] ① 248km 전 구간 최초 보고서
녹색연합 공동기획-DMZ 2007
▣ 출처:<한겨레21> 재678호 2007/09/20
▣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그곳에는 철조망이 있었다. 그 너머 벌판에는 그리 크지 않은 잡목들이 우거진 너른 들이 있었고, 들판 한가운데서 엉키고 흩어져 흐르는 내가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옛 도시의 폐허 너머에서 거친 산맥이 시작돼 북녘 땅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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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서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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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닿지 않는 산과 계곡을 흐르는 개울은 차고 달았다. 그곳에는 산양과 멧돼지와 노루와 삵이 산다. 군 초소와 그 초소를 잇는 철조망은 강과 산맥의 흐름을 가로막지 못했다. 철조망 너머 보이는 북의 군인들은 모자도 없이 서성이고 있었고, 남의 군인들은 때때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카메라를 막았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대치한 풍경은 무료해 보였다. 철조망 건너 갈 수 없는 그 땅의 이름은 비무장지대(DMZ)다.
비무장지대는 한반도를 할퀴고 간 전쟁과 뒤이은 냉전의 유산이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을 맺은 미국과 북한은 임진강변에 세워진 표지물 0001호와 동해안의 1292호를 잇는 길이 248km의 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설정했다. 그 선으로부터 남(좀더 정확히 말해 미국이)과 북이 각각 2km씩 후퇴해 너비 4km, 길이 248km의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비무장지대는 임진강이 한강으로 소실해 사라지는 서해 언저리에서 시작돼 동으로 248km를 달려 강원도 고성에서 끝난다.
비무장지대에서 남쪽으로 5~15km 이르는 지점에는 민간인 통제선(민통선)이 설정돼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그래도 민통선 너머에는 마을이 있고, 사람이 살고,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