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마지막 주말에 주왕산을 거쳐 울진 백암온천을 돌아보는 코스를 잡았다. 서울에서 친구 부부를 태워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는 죽령터널을 지나니 풍기, 영주, 안동, 영양, 청양 등의 낯익은 지명이 줄줄이 엮여온다. 결혼해서 처음 구미에 살던 그 시절, 주말이면 어김없이 돌아다녓던 곳들이다. 곧게 뻗은 심심한 고속도로를 벗어나 속도를 줄이고 꼬불꼬불 자연에 순응한 길을 달려 찾은 주왕산 달기약수터.
그저그런 달기백숙을 먹고 백암온천을 찾아가는 길에 영양 봉감 마을의 '5층 모전석탑'을 찾았다. 위풍당당한 품새지만 강물을 끼고 폐사지에 덩그라니 저 혼자 외롭겠다 싶었는데, 살짝 고개를 돌리니 구형 안테나와 옆으로 나란히 하고 있다. 저렇게 허접해보여도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나름대로 유명한 탑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사진을 찍고 돌아나오는 마을길. 어느 댁 담장에서 금방이라도 툭 터질듯 새빨갛게 영근 앵두가 우리를 유혹한다. 누가 볼새라 우루루 달려가 한움큼씩 서리를 하고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온다...-.-...
2007년 5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