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옹호될 수 있는가
 
대학신문 2007년 09월 01일 (토) 22:03:18 문승기 기자 msk0314@snu.ac.kr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금지돼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폭력행위에 대해 비합법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가치를 부여한 결과다.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품는 두 권의 책이 지난 7월 함께 번역돼 나왔다. 사카이 다카시의 『폭력의 철학』과 조르주 소렐(Georges Sorel)의 『폭력에 대한 성찰』이 그것이다. 특히 소렐이 자신의 혁명적 생디칼리즘(Syndicalisme) 철학을 집대성한 『폭력에 대한 성찰』은 발간 100여년 만에 번역된 터라 더욱 눈길을 끈다.

 

 

 

 

 

 

 

 

먼저 『폭력의 철학』의 저자 다카시는 세상을 폭력과 비폭력만으로 나누는 명확한 이분법을 경계한다.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다양한 대상을 향해 각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복잡함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장선 상에서 그는 ‘폭력 중에도 옹호해야 할 폭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탱크에 맞서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행위 혹은 인종차별주의자에 맞서 흑인 폭력단이 행하는 폭력을 그 예로 든다. 여기서 저자는 옹호해야 할 폭력의 기준으로 근원적 동기의 순수성 여부를 제시한다. 누군가가 절실히 옳다고 주장하는 폭력이라도 그 동기가 불순하면 옹호의 대상일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조르주 소렐은 “옹호해야 할 폭력이 있다”고 말하는 다카시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폭력을 찬미한다. 그는 먼저 ‘억압의 폭력’과 ‘해방의 폭력’이란 용어로 폭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전자는 통치 질서를 강제하는 소수 지배자의 힘으로, 후자는 기존 질서의 파괴를 지향하는 힘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부여를 토대로 소렐은 사보타주, 보이콧, 스트라이크(동맹파업) 등 생산현장에서 직접행동을 통해 실현되는 노동자 중심의 사회주의야말로 인간의 완전한 해방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증오나 복수심의 표현으로 나타나는 폭력이 아닌 총파업과 같은 계급투쟁적 성격이 짙은 폭력을 옹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혁명성을 찾으려한 소렐의 이러한 성찰은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파시즘에 이용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 중 함께 읽을만 한 책으로는 “육체를 부여받은 우리에게 폭력은 숙명”이라고 주장한 메를로-퐁티(Merleau-Ponty)의 『휴머니즘과 폭력』, 혁명가 네차예프의 심리적 특성을 분석한 필립 폼퍼(Philip Pomper)의 『네차예프, 혁명가의 교리문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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