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멋진 거인 웅진 세계그림책 68
악셀 셰플러 그림, 줄리아 도널드슨 글, 고정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독서
《우리 마을 멋진 거인》 서평
줄리아 도널드슨 글/액설 셰플러 그림


"새 옷을 다 잃어버리고도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진짜 멋쟁이를 만나는 시간."
우리는 흔히 '멋지다'는 말을 외모가 수려하거나, 잘 차려입은 모습을 보았을 때 쓰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조지'를 만나고 나면 '멋지다'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그루팔로》로 전 세계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콤비, 줄리아 도널드슨과 액셀 셰플러가 전하는 이 이야기는 진정한 친절과 나눔의 가치를 유쾌하고 뭉클하게 그려냅니다.
겉모습은 '가장 똑똑한 거인', 속마음은 '가장 따뜻한 거인'


마을에서 가장 지저분한 거인이었던 조지는 어느 날 새로 문을 연 옷가게에서 멋진 양복과 구두, 넥타이를 사 입고 '마을에서 가장 멋진 거인'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새 옷을 입고 기분 좋게 걷던 조지는 길 위에서 곤경에 처한 동물 친구들을 차례로 마주하게 됩니다.

* 추워서 목이 길어 슬픈 기라프에게는 넥타이를 목도리로 내어주고,
* 집이 불타버린 생쥐 가족에게는 구두를 든든한 보금자리로 선물합니다.
* 배를 타고 가다 돛이 부러진 염소에게는 셔츠를 돛으로 달아주지요.

새 옷을 하나씩 내어줄 때마다 조지의 차림새는 다시 볼품없어지고 바지는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조지는 실망하기는커녕, 친구들을 도왔다는 기쁨에 겨워 노래를 부르며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아오는 친절의 미학
결과적으로 조지는 다시 낡은 가운을 입은 '부랑자 같은' 거인으로 돌아옵니다. 외형만 보면 처음과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더 초라해진 셈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에 있습니다. 조지에게 도움을 받았던 동물들이 모두 모여 그에게 황금 종이 왕관과 편지를 선물합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당신의 셔츠는 염소 배의 돛이 되었고, 당신의 구두는 생쥐들의 집이 되었어요. 당신은 이 마을에서 마음이 가장 멋진 거인이에요!"

이 책은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당장 내 손에는 남는 것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그것이 더 큰 사랑과 존중으로 되돌아온다"는 나눔의 선순환을 억지스러운 교훈이 아닌, 자연스러운 감동으로 마음속에 심어줍니다.


🍎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관전 포인트
1. 액셀 셰플러 특유의 위트 있는 그림:줄리아 도널드슨의 리드미컬한 글과 더불어, 그림 구석구석 숨어있는 작은 동물들의 표정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거인의 커다란 신발 속에서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생쥐 가족의 모습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2. 진정한 '멋'에 대한 질문: 잘 차려입은 겉모습이 주는 만족감도 크지만, 타인을 향한 공감과 연대가 만드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더 오래가는지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woongjin_junior
#우리마을멋진거인 #웅진세계그림책 #그림책추천 #그림책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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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나의 딸 연주 - 편지
김해나 지음 / 해나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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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나의 딸 연주] 서평
김해나 지음


🍎가장 가까운 가족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소설 속 주인공 연주는 결혼식이 다가오자, 오래전 집을 나간 아버지의 행적을 쫓는다. 결혼 상대자는 연주가 다니는 대기업 사장의 아들. 시어머니가 될 분은 어느 날 연주에게 "끝까지 들키지 말라"는 뼈아픈 말을 건넨다. 남자친구가 프로포즈를 건넬 때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연주의 깊은 어둠은 서글펐던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가난과 무능력한 부모님, 이를 악물며 악바리같이 살아야 했던 과거는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닌다.


🍎그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해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결혼이라는 틀 앞에서 그녀는 결국 아버지라는 존재를 포장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빠의 무능력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부서지게 만들었고, 그 책임감에 아버지는 가족 곁을 떠났다. 흥신소를 통해 아버지의 행적을 쫓은 연주는 마침내 집 가까이에 살고 있는 아버지를 마주하게 된다. 어린 시절 손을 잡고 걸었던 듬직한 아빠는, 어느덧 왜소하고 몸을 움츠린 초라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버리고 가셨으면 잘 사셔야지... 꼴이 이게 뭐예요?"
"미안하구나"


🍎고단했던 아버지의 10년과, 그 아버지를 마음에서 버리기 위해 애쓰며 살았던 딸. 하지만 결국 아버지라는 존재 앞에서 그동안 쌓아 올린 벽들은 무너지고 만다. 딸의 결혼식 날, 잘려진 손가락으로 기타를 치며 아버지는 '애비'라는 노래를 부른다. 가삿말 하나하나에 10년간의 공백 동안 말하지 못한 아버지의 심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 부분에서 깊이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나의 아버지도 이런 심정이었으리라.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빠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내 안의 감정들이 메말랐는지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몇 개월 동안 사업을 하신다며 돌아다니신 아버지의 부재가, 내게는 원망과 분노로 자라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아버지도, 자녀들도 모두가 처음이다. 처음이기에 부모 노릇도, 자식 노릇도 서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아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너무나 원망했다. 가족들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만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때의 아빠도 아빠가 되는 것이 처음이어서 모든 것이 서툴고 부족했던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이제야 조금씩 부모님의 마음자리를 알아가고 있다.
평소 부모님에게 속마음을 단 한 번도 털어놓은 적이 없다. 그냥 참고 사는 게 익숙해서인지, 혹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는지 그랬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가족이지만, 가족이기에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은 더 신중해야 한다.


🍎이 소설은 내게 아버지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고, 아빠와의 지난 추억을 꺼내보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아빠가 오지 않아 씩씩거리며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니, 아빠는 마당 한가운데에 그네를 완성해 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 딸 졸업선물이야"하시면서. 아빠는 무뚝뚝하지만 참 로맨틱한 사람이었다. 여름이면 엄마가 그 그네 위로 등나무를 심어 울타리를 만들어 주셨고, 덕분에 온 동네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집만의 명소가 되었다.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세상 모든 우리들의 아버지들에게, 사랑과 박수를 진심으로 보낸다.
@hannahbooks1004
#TO나의딸연주 #소설추천 #소설 #해나북스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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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일 - 몇 년째 초심인 어느 무명 번역가의 소소한 번역 일기
양지윤 지음 / 책과이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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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일] 서평
양지윤 지음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치열한 기록


✍️저자는 번역을 두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정처 없이 헤매는 일'이라 말한다. 처음의 열정은 초벌이 끝나갈 때쯤이면 어느새 힘을 잃고, 마음은 한없이 쪼그라든다. 도서관 사서로 오래 일하며 1년 넘게 번역 수업을 들었지만 데뷔조차 못 했던 시간들. 그렇게 외면해왔던 꿈은 내 안에서 울리는 쥬만지의 북소리처럼 다시 그녀를 찾아왔다.


✍️재도전 끝에 마주한 실전반 수료식 날, 선생님이 건넨 "반드시 번역가로 대성하실 테니 자신을 믿으라"는 메시지는 단순한 응원 이상의 큰 의미였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본어 번역은 타 언어에 비해 번역료가 낮아 '다른 언어를 선택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 화려함 뒤에 숨겨진 번역가의 현실
카페 창가에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노트북을 두드리는 우아한 모습만을 상상했으나, 이 책을 통해 번역가의 실질적인 고통을 알게 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일본어의 쉼표를 적절히 끊어내야 하는 기술적 고민부터,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독서 모임을 이끌고 일본어를 가르치며 지역문화 활동가로 뛰는 치열한 일상까지.
"첫 소설만 맡으면 확실히 자리 잡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소설 번역 경험이 없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p.79)
작가의 이 고백은 번역가라는 직업이 가진 무게를 실감 나게 전해준다.


✍️"뭐든 써야 뭐든 된다"는 다짐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고민은 서평을 쓰는 내 모습과도 닮아 있다. 처음엔 아무 사심 없이 즐거웠던 글쓰기가, 어느덧 '있어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다가와 마음을 짓누른다. 나 역시 3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거친 문장들을 다듬고 부담을 내려놓으려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저자가 다짐하듯 "뭐든 써야 뭐든 된다"는 말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문장일 것이다.


✍️경험이라는 이름의 보물
일본 유학 시절 우동집에서 배운 생활 언어와 도서관 사서로서의 경험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저자만의 보물이다. 나 또한 작가처럼 빨강머리 앤을 좋아한다. 때로는 수다스럽지만 초긍정적인 앤을 보면 다시 일어설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저자가 간절히 바라는 '역자 후기'를 쓸 날이 머지않았음을 믿는다. 세상에 그냥 흘러보낸 시간은 없기에, 그녀의 소중한 자산들이 진주처럼 빛을 발할 날이 올 것이다.


✍️우연이 모여 필연이 되는 삶
어떤 일이든 고충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책 첫 장에 적힌 "물결이 모여 파도를 만들듯 여러 우연이 모이면 필연이 된다"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마침 일본어학과에 다니는 조카가 있어 이 책이 더욱 각별하고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언젠가는 베스트셀러 소설에 번역가로 작가님의 이름이 올려질거라 반드시 믿으며 작가님 응원합니다.
@book_connector
#번역가의일 #번역가 #책과이음 #책추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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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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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
명료함: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리더의 기준이 흔들리면 조직은 '침몰하는 선박'이 된다
조직에서 "일을 잘한다"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많은 구성원, 심지어 리더조차 그 명확한 기준을 모른 채 항해하곤 합니다. 기준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리더 밑에서 일하는 것은 마치 폭풍우 속에서 선장 없이 표류하는 대형 선박에 올라탄 것과 같습니다.
저자 탁민오는 말합니다. 리더의 핵심 책임은 '모두가 이해하고 따르는 하나의 사고 체계, 즉 '명료함'을 만드는 것'이라고요.


💡 이 책이 제시하는 '명료함'의 3단계
위대한 수준의 구체성을 갖춘 조직은 단순히 "열심히 하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1. '가치 체계의 구체화**: 우선순위가 정리된 가치와 그에 대한 명확한 정의.
2. 행동의 명료화': 그 가치가 실제 어떤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세부적으로 정의.
3. 인간 등대의 설정: 조직의 모범이 되는 인물(인간 등대)을 지키고, 성과가 아닌 '행동'에 반응하는 보상 시스템 구축.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조직의 방향성이 모호해 답답함을 느끼는 실무자
* 팀원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를 주고 싶은 초보 리더
* 자신만의 단단한 경영 철학을 세우고 싶은 CEO
교보문고 '이달의 책'으로 선정된 이유가 명확합니다. 리더의 자질을 이토록 쉽고 명쾌하게 풀어낸 책은 드뭅니다. 지금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독을 권합니다.

✍️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무질서한 '복잡함'을 깎아내어 날카로운 '명료함'을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많은 조직이 정체되는 이유는 구성원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디로 힘을 쏟아야 할지 모르는 모호함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 흩어진 에너지를 하나로 묶어 폭발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강력한 접착제가 바로 '명료함'임을 일깨워줍니다.


✍️저자가 치열하게 고민해온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명료함이란 단순한 소통 기술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리더가 무엇이 올바른지 자신의 머리와 가슴으로 성찰하고, 그 결과로 얻은 가치를 시스템으로 설계해내는 고도의 설계 능력입니다. 리더가 스스로 명료한 인간이 되어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릴 때, 비로소 조직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10년 뒤, 나는 지금 내가 따르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과 닮아 있을까?"
이 질문은 리더뿐만 아니라 성장을 꿈꾸는 모든 일하는 이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화두입니다. 만약 그 대답이 망설여진다면 지금이 바로 나만의 '인간 등대'를 다시 세우고, 내 삶과 조직의 지도를 선명하게 그려나가야 할 때입니다.


✍️모호함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이 제시하는 명쾌한 이정표를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 법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함께 승리하는 팀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해답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명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방향을 재설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taky.oh .oh
@clarity.book
#명료함 #탁민오 #자기계발 #자기계발도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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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동유럽 신화 - 뱀파이어부터 늑대인간까지, 서양 신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드디어 시리즈 11
노아 차니.스베틀라나 슬랍샤크 지음, 송민경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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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드디어 만나는 동유럽 신화] 서평
뱀파이어부터 늑대인간까지, 서양 신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노아 차니. 스베틀라나 슬랍샤크 지음
송민경 옮김


동유럽 신화, 그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세계를 만나다
1. 서양 신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그리스·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에 비해 우리에게 동유럽 신화는 다소 낯선 영역입니다.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관문이자 아시아를 잇는 통로였던 동유럽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신화야말로 인류 문화의 풍부한 보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동유럽 출신 작가들의 시선으로 일곱 편의 주요 신화를 다루며, 우리가 단편적으로만 알았던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같은 상징들의 뿌리를 깊이 있게 파헤칩니다.


2. 공포의 근원에서 발견한 시대적 아픔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뱀파이어 전설의 기원입니다. 슬라브족에게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은 궤를 같이하는 존재였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의학 지식이 부족했던 시절, 가사 상태의 환자를 조기 매장하면서 벌어진 비극들이 뱀파이어라는 전설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은 현대적 시각에서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사후 세계에 대한 공포와 무지가 낳은 '말뚝과 성수'라는 처방은, 역설적으로 당시 민중들이 겪었던 삶의 고단함과 불안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3. 바바야가와 바실리사: 축복이 일구어낸 기적
책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서사를 꼽으라면 단연 마녀 '바바야가' 이야기입니다. 계모의 모략으로 사지로 내몰린 바실리사가 어머니의 유산인 나무 인형의 조언을 얻어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은 한 편의 성장 드라마 같습니다. 마녀의 무리한 요구를 완수하고 "엄마의 축복이 있다"라고 답하는 바실리사의 당당함은, 초월적인 힘조차 압도하는 인간의 선한 의지와 사랑의 힘을 보여줍니다.


4. 신화, 시대를 비추는 거울
동유럽 신화의 낯선 이름들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우리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재래식 화장실 밑에 달걀귀신이 살고 있다 믿으며, 동생을 문 앞에 세워두고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적 상상력이 태동하는 지점이 닮아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신화는 결코 허구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염원과 두려움, 그리고 삶의 철학이 응축된 거울입니다. 이 책은 동유럽이라는 낯선 공간의 신화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을 선물합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서평입니다.


@hdjsbooks
#드디어만나는동유럽신화 #동유럽신화 #현대지성사 #책추천 #슬라브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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