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그냥 살자] 서평
김홍신 시집


저자의 이름앞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 건국대 석좌교수 등. 소설 '인간시장'을 읽었던 아버지는 별이 되었고,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다시 저자의 시집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냥 살자]라는 시집은 저자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삶의 파도를 경험하며, 깨달은 것들이 알알이 박혀 있다. 짧은 시를 통해서 아~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면서, 나도 그랬지하는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시집은 총 4부로 나누었다. 1부 '대바람 소리'에서 [귀신에게 시비 걸기]를 읽으면서 유쾌하고 명랑한 저자의 위트있는 모습이 보여진다. 제목부터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귀신에게 시비 걸어도 괜찮은 나이가 되었지요'

이 구절은 몇 번을 읽어도 잔잔한 웃음이 나온다. 어린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귀신 이야기였다. '전설의 고향' 부터 '구미호'까지 눈을 반쯤 가리고 귀신 이야기를 듣는건 꿀잼이었다.


귀신이 가장 무서운 아이는 어느덧 귀신이 시비 걸어도 괜찮은 나이가 되었다는 건, 산전수전 공준전까지 겪어보니 별 것 아니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저승사자 네 이놈
오기만 해봐라
카악...'


세상살이를 두루두루 살아보니 귀신인들 무서울까, 저승사자인들 무서울까. 마지막 구절이 속이 뻥 뚫린다.
2부 '겪어보면 안다'에서 인상적인 시는 '그냥 살자'이다.


'어찌 살아야 합니까
인생사 전쟁터가 아니더냐'

모든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의문이 아닐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질문에 답할 사람이 있다면 붙잡고 해답을 얻고 싶을 정도로 간절할 때가 있었다.
'웃고 건강하게 신나게 살고 싶습니다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살라'

가장 기본적이고도 교과서적인 답이 평범하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백발이 되어서야 우리는 알게 된다. 화려한 삶보다는 담백하고 두루두루 세상에 보탬이 되게 살라는데, 그 삶이 왜 그리도 어려울까..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그냥 살라'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사는 법을 알려 달라고 하니 그냥 살라고 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특별할 것도 없고,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백발의 저자는 넌지시 알려준다. 아웅다웅하며 살아왔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면 인생사 새옹지마이다.


4주 '모루'에서 '흔들리며 살자'를 읽어 보면


'휘늘어진 버드나무
살랑 바람에도 춤춘다
내 마음이 자꾸 춤추는 것도
바람 탓이었구나
그럼 그렇지
이제라도 알았으니 흔들리게 내버려 두자
까짓 거'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흔들리는 내 마음을 보면서 그냥 바람탓이라고 한다. 그러니 흔들리는 이유를 알았으니 그냥 내버려두라고 한다.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의해서 흔들리는데 어찌 멈출수가 있을까. 그것은 자연의 섭리인 것을, 자연을 거스를수는 없는 노릇이다. 흔들리면 흔들리는대로 자연의 섭리대로 그냥 맡겨두면 된다.


20대에는 짧은 시가 읽기에는 편한데, 깊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갈 때 머리에 서릿발이 내리기 시작한다. 살아오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터득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연륜이 아닌가.


[그냥 살자]는 저자가 살아온 굴곡과 연륜이 시속에 새벽이슬처럼 스며들었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뒷짐 진 철학자처럼 우리의 인생을 논한다. 걸걸한 막걸리 내음이 폴폴난다. 막걸리 한사발에 파전 한장 부쳐서 먹으면 더할 나이없이 즐거운 인생이어라.


어떻게 살라고 물으면 이제 서스럼없이 그냥 살자라고 말하고 싶다. 시원한 물에 두발을 담그고, [그냥 살자]를 음미하면서 시원한 수박 한덩이 먹고싶은 날이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cultura_magazine


#그냥살자 #김홍신 #시집 #김홍신시집 #작가출판사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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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일기
파블로다니엘 지음 / 파블로다니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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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자살일기] 서평
글/그림 파블로다니엘 지음




[자살일기]라는 파격적인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우울감에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님은 '우울이라는 것을 병으로 여기고 그것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삶의 우울을 작품으로 녹여낸 이 시집을 보면서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느끼기를 바랬습니다. 자살이나 슬픔속에 머물러서 외롭게 살아갈 이들을 위해서 [자살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우울감에 빠져서 삶을 등지고 싶었던 적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느꼈을 감정과 느낌을 시를 읽으면서 공감되고, 그땐 그랬었지 하며 희미한 기억을 붙잡아봅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 한 그루)에서

'내가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무는 단 한 번도 내게 거짓말을 한 적 없다

내가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한 순간도 사람은 내게 진실을 말한 적이 없다'

첫 단락을 읽는 순간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마음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사람보다는 나무, 식물, 자연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속이고 거짓말을 하지만 나무는 자연은 그대로 보여줍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힘든 마음을 나무에게서 위안을 받고싶은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나라는 인간)에서

'다같이 정신병에 걸려 자살하지 않으려면
외로움을 견디자 우리의 존재를 견디자'

이 대목을 읽으면서 현대사회에서 만연해 있는 철저한 이기주의, 개인주의의 병페를 엿볼수 있었습니다. 나가 아닌 다같이 정신병에 걸려서 자살하지 않으려면 외로움을 견뎌야 하고 우리의 존재를 견뎌야 한다고 말합니다.

외로움을 이겨내어야만 하는 현대사회의 쓸쓸함, 그런 작가의 마음이 그려집니다.


'나는 외로운 인간
나는 나약한 인간
나는 더러운 인간
나는'

핵가족화로 인한 단절,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법한 외로움이 절절한 구절입니다. 언젠가 MBC FM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배철수 DJ가 하던 말이 떠오릅니다.

"인간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무덤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외로움을, 고독을 즐기자"

외로움이 불쑥불쑥 다가올때마다 전 이 말을 곱씹으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외로움을 나만의 즐거움으로 승화시킨다면 우울한 외로움이 아닌 즐거운 외로움일 될 것입니다. 어느정도 나이가 먹어가면서 이제는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서 편해졌습니다. 외로움은 떨쳐낼 것이 아닌 평생 함께가야 할 친구인지도 모릅니다


[자살일기]속에는 각 시마다 작가님이 손수 그린 그림이 실려 있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그림이지만 원초적인 본능이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자살일기]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청춘의 한 여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새파랗게 푸른 시절 작가님이 느꼈을 고독과 외로움과 우울이 피어낸 한송이 붉은 장미를 연상케합니다.

[자살일기] 시집을 읽으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느껴지고, 이중섭 화백의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이 글들은 작가님이 우울을 겪고 있는, 외로움을 겪고 있는 모든 청춘들에게 건네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위 서평은 작가님으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pablodanielwrite




#자살일기 #파블로다니엘 #시집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추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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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
최백규 엮음 / &(앤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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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 서평
최백규 엮음

최백규 시인은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창작동인 '뿔' 로 활동중입니다. 파란 수국이 그려져 있는 표지를 펼치면 수국의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름날에 피는 수국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같기도 하고, 첫사랑에 설레는 연인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가 나왔을 때 모든 여인들은 풀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풀꽃이 된 자신을 오래 바라봐주기를 사랑스럽게 말해주기를 은근히 바래었습니다. 풀꽃도 사람도 오래 바라봐주고 표현해주어야 관계가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최태규 시인은 함께 별을 보러 간 기억과 파도소리 들리던 바닷가에서 보았던 별을 떠올립니다.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을 가리키며 이름을 불러보았다고 해요. 옆에서 별빛처럼 환하게 웃던 그대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풀꽃처럼 사랑스러웠다고 합니다

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에 나오는 시들은 익숙한 시도 있었고, 처음으로 읽는 시도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때 국어시간에 공부했던 그때는 시의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오늘 다시 읽어보니 시인이 얘기하고자 하는게 무엇인지 알것 같습니다


이정하 시인의 [낮은 곳으로]에서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 구절은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밀려오는 물에 잠겨 죽어도 좋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무엇이든지 다 핑크색으로 보입니다. 최백규 시인은 물처럼 밀려오라고, 내가 그대를 데리러 가겠다는 다정한 마음으로 이야기합니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이 시를 참 좋아합니다. 나는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매순간 그것이 사랑이든, 무엇이든 열정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최근에 열병을 앓았다는 최백규 시인은 평소 챙기지 못한 것들이 하나씩 밟히기 시작했고, 열병을 앓고 나서야 그 방향을 조금 알 것 같다고 해요.


[호수1]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정지용 시인은 현대시의 선구자이자 절제된 언어로 표현을 하는데요. 가곡인 '향수'를 짓기도 했습니다. 보고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너른 호수같다고 할까요? 그 마음이 너무 커서 두눈으로 보기에는 감당이 안되니 눈을 감을수 밖에 없다고 표현합니다.

최백규 시인은 다른 시인의 시에 사랑하는 이를 대하듯 그 느낌과 감상을 적었습니다. 그대의 여름에 말간 얼굴을 하고 호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아무 곳에도 갈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알아!] 원태연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

이 시는 너무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마치 속을 들켜버린 심정이라고 할까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속내가 훤히 얼굴에 드러나잖아요. 거짓말로 둘러대도 이미 다 알아채는 상대방이 가끔 미울때도 있습니다. 최백규 시인은 그대가 좋아하던 수국을 내놓은 꽃집에서 머뭇거리고, 버스타고 자주 가던 곳에 정차할때, 함께 한 순간 순간들을 생각하며 그리운 이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은 바람과 같아서 살랑살랑 움직임이 이는 곳으로 움직이거든요. 아름다운 시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시처럼 움직였다가, 빗소리에 잠시 마음의 창문을 닫았습니다. '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는 처음으로 대하는 시집의 형태라서 새롭기도 하고, 다른 시인들의 시에 공감하면서 그 시를 저만의 시각으로 다시 재해석하게 됩니다.

처음 읽어보는 시도 있어서 비어있는 시간에는 시를 읽어야 겠습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저의 심장을 말랑말랑하게 녹여주고, 가을비처럼 촉촉하게 적셔 줍니다. 가을에는 시집 한권 읽어 보세요.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brillano_le_stelle
@singpoet
@nexus_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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