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날씨는 맑음 - 날씨의 장기 예측을 가능케 한 어느 기후학자 이야기
자가디시 슈클라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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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날씨는 맑음] 서평
자가디시 슈클라 지음


💧기후학자 슈클라는 중학교까지 인도에서 맨발로 학교를 다녔다. 인도의 환경은 몬순에 따라서 그해의 농사가 결정이 되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보아왔다.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는 계절풍인 '몬순'은, 비를 내리기도 하고 폭풍을 몰고 오기도 하며 인도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슈클라가 자연스럽게 몬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인도의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으로 태어났지만 흙집에서 살았고, 교사인 아버지의 뜨거운 학구열 덕분에 슈클라는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석유 시추 현장에서 일하다가 우연찮게 인도열대기상연구소에 발탁되었는데, 이것이 그가 세계적인 기후학자가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MIT, 프린스턴, COLA, 조지 메이슨 대학교, 나사를 거쳐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이르기까지,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인도의 몬순을 연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뿐이었다.


💧"그즈음 우리는 과거 관측을 통해 극심한 엘니뇨가 인도 전역에 심한 몬순 가뭄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대학원생 시절 우리 마을을 방문했을 때 겪은 1972년 가뭄도 그중 하나였다." (p.212)
"역학계절예측은 현실에서 시행되어 진짜 목숨을 구하고 진짜 삶을 개선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주요 기상 센터에서는 독자적인 장기 예보를 실시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간절하게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었고 기상학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훨씬 큰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굶주림, 불평등, 빈곤처럼 수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고통을 어떻게 가라앉힐 수 있을까? 이것이 내가 답하고 싶은 문제였다." (p.257)


💧인도를 장기간 여행했던 나의 관점에서 보아도, 이것은 단순히 기상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목격한 인도 역시 만연한 부정부패와 미비한 법제도, 그리고 가장 시급한 상·하수도 문제와 교육 공백까지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었다. 슈클라가 목격한 몬순의 가뭄처럼, 인도의 서민들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취약성이라는 또 다른 가뭄 속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슈클라는 서민들이 먹고사는 서글픈 현실이 몬순에 직격타를 맞는 것을 보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평생에 걸쳐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에게 기상학은 상아탑 속의 학문이 아니라 생존이었고,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인류애적 실천이었다. 흙집에서 살던 소년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부딪힌 삶의 궤적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깊은 몰입감을 주었다. 기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변하고 있다. 이 책은 한 과학자의 아름다운 여정을 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모두를 향한 묵직하고 시급한 경고장이 숨겨져 있다. 기후 위기는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곳부터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내일 날씨는 맑음'이라는 제목이 역설적인 희망이 되지 않도록, 변해가는 지구와 소외된 이웃을 향한 우리의 연대와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내일의 날씨를 맑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하늘의 몫이 아니다. 슈클라가 그랬듯,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에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인류의 내일도 맑아질 수 있지 않을까. 책을 덮으며, 내가 딛고 선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에 잠기게 된다.
@banbibooks
#내일날씨는맑음 #반비출판사 #기상학 #과학책 #인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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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 - 107세 철학자와 함께하는 특별한 인문학 여정
김형석 지음 / 위더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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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 서평
김형석 지음


'인문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거창하게만 느껴지곤 해요. "인문학이 뭐야?"라는 질문에 딱 한마디로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인문학 역사기행을 몇 년 동안 다녔던 저조차도 이 질문 앞에서는 한참을 머뭇거리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올해 107세를 맞이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명쾌하게 말씀하십니다. 인문학이란 결국 '인간을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학문'이라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인문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에 받아들여야 할까요?


✍️역사를 돌아보면 상고시대부터 인류를 움직여 온 것은 예술이었고, 그 속에서 인간과 사상을 탐구하는 인문학이 싹텄습니다. 특히 종교와 예술을 중심으로 살아가던 서양 사상의 전통 속에서 '철학'이 태어났는데, 이것이 바로 인문학의 출발점이에요. 철학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제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듯 말이죠.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한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이유 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인문학의 첫 뿌리였다." (p.34)
결국 인문학은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는 학문입니다. 어떤 사상과 가치가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인 셈이죠.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혼란스러운 요즘이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사람에 대한 이해, 가치에 대한 성찰, 그리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 모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인문학의 역할이에요.


✍️교수님은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본질적인 가치, 즉 '인간다움'을 이해하고 실천하면 된다고 조언하십니다. 그리고 그 인간다움을 이루는 세 가지 조건으로 '진실, 양심, 자유' 를 꼽으시죠. 인문학은 우리 삶이라는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삶의 방향을 정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단단한 힘이 되어 줍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본질인 거죠.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소중한 교훈은 '미래를 향한 사고'와 '책임의 균형'입니다. 아무리 AI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해도 그것은 결국 도구일 뿐, 우리 삶의 본질이 될 수는 없다고 해요. 모든 철학과 인문학적 탐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인간이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꿈꾸는 선하고 아름다운 관계, 그리고 내일의 희망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요?
답은 결국 '나 자신'에게 있었습니다. 나를 돌아보고 성장시키는 것에서 출발해, 나의 노력과 성취를 공동체와 연결해 나가는 것. 인문학은 결코 멀리 있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서 시작된다는 점을 마음 깊이 새겨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우리에게 이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이성'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with_thebook_
#AI시대에인문학은무엇인가 #김형석 #인문학 #인문학책추천 #인문학강의 #위더북 #두란노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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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자라는 방 : 제11회 CJ도너스캠프 문예공모 작품집
강미소 외 133명 지음, CJ나눔재단 엮음 / 샘터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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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꿈이 자라는 방] 서평
강미소 외 133명 지음 / CJ나눔재단 엮음


[꿈이 자라는 방]은 '나답게, 내 꿈, 사랑, 용기'라는 주제로 134명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담아낸 문예공모 작품집입니다. 두 해 동안 CJ도너스캠프 문예공모 작품집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책을 볼 때마다 매번 놀라곤 합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어리지 않고 참 성숙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창작 활동은 자신의 꿈과 재능을 탐색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어줍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성장하면서 큰 힘이 된다는 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어린 시절의 수상 경력 또한 큰 경험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자신감의 원천이 됩니다. 이번 작품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아이들의 작품이 있습니다. 먼저 <하늘을 향한 꿈>을 쓴 하미르 학생입니다. 어릴 적 공항에서 본 항공기를 계기로 항공정비사의 꿈을 키웠고, 진주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 번의 실패로 좌절을 맛본 아이입니다. 하지만 하미르는 어떤 노랫말 하나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다시 한번 일어서기를 결심합니다.


지금까지 편하게 살아온 것을 깨닫고, 실패를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입니다. 다시 처음 항공기를 볼 때의 그 마음과 열정을 떠올리며 두 번째 도전을 한 끝에, 결국 합격 통지서를 받아냈습니다. 만약 단번에 합격했더라면 이런 간절한 마음이 없었을 거라며,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하미르. 중학생이지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도전하는 당차고 야무진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하나 마음을 울린 것은 하산의 시 <그렇구나!>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놀 때마다
너는 왜 한국에 살아?
땡그란 눈처럼 굴러오는 질문들
급식실에서 밥 먹을 때마다
너는 왜 고기 안 먹어?
영양사 선생님의 걱정스런 눈빛
— 하산, <그렇구나!> 중에서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 이 시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우리들은 다른 문화를 마주할 때 그저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은연중에 편견을 가지고 대하곤 합니다. 아버지가 한국에 일하러 오시면서 네 살 때 한국 땅을 밟은 하산은 한국 생활에서의 힘든 점들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다른 문화가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은근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지를 아이의 눈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우리 아빠가 한국에 일하러 오셨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고기를 먹지 않는 문화예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매번 이런 말을 되풀이했을 하산의 모습이 떠올라 안쓰러운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알록달록한 무지개빛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나에게도 빨간색의 꿈이 있었습니다. 비록 환경에 부딪혀 그 꿈이 잠시 사그라들기도 했었지만, 지금 나는 다시 그 꿈을 붙들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의 오색찬란한 꿈을 어른들이 꺾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이 꾸는 꿈들이 다른 누구의 색이 아닌, '자기만의 색'으로 온전히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따뜻한 피드백과 선생님들의 다정한 조언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내게 희망을 말해주며 꿈을 잃지 않게 해주셨던 나의 선생님이 지금도 내게 최고의 은인이신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isamtoh
#꿈이자라는방 #제11회CJ도너스캠프 #문예공모작품집 #CJ나눔재단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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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다
지셴린 지음, 허유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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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다 지나간다] 서평
지셴린 지음


📚중국인들에게 '나라의 스승'이라 불리며 97세까지 장수를 누린 언어학자 지셴린. 그의 장수 비결은 의외로 담백하다. 특별한 비법 대신 그저 '태연자약하게' 사는 것. 그가 평생 지켰다는 '3불주의(먹는 것을 가리지 않는다, 빈둥거리지 않는다, 수군거리지 않는다)'를 가만히 곱씹어 보게 된다. 주변에 건강하게 장수하시는 분들을 봐도 그렇다. 어떤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단,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 뾰족하게 날을 세우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처럼 둥글둥글하게 주변을 보듬으며 사는 삶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지셴린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인 독서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라는 비유를 들었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3년간 집중적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나 역시 점점 책에 중독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할 일을 빼먹은 것 같고, 꼭 영양제를 덜 챙겨 먹은 기분이 든다. 책이라는 통로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요즘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우리를 늘 깨어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책을 가까이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미온수에 소금을 넣어 한 잔 마신 뒤, 맑은 기운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 이런 루틴을 평생 이어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지셴린 역시 평생 새벽 4시 30분에 깨어나 책을 읽고 글을 적었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재 93세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가천대학교 김길여 총장님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그 모습을 보면 "저 에너지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는 존경심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책 속에서 당나라 학자 한유는 스승의 세 가지 임무로 '진리를 전하고, 학업을 전수하며, 의혹을 풀어주는 것'을 꼽았다. 결국 스승이란 학생에게 아낌없이 은혜를 베푸는 존재인 것이다. 지셴린 역시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큰 은혜를 베푸는 스승이 되어준다.

"옛날에 배우는 이에게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는데, 스승은 진리를 전해주고, 학업을 전수해주며, 의혹을 풀어주는 존재다" (p.163)


📚그가 책 전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평정심을 잃지 않는 마음'이다. 살아가면서 행운이 오든, 불행이 오든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 마음이 곧고 단단하여 세상 풍파에 쉽게 흔들리지 않아야 비로소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지셴린이 말하는 잘 사는 법은 명쾌하다. 평정심을 갖고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되, 독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남과 적절히 어울리는 삶이다.


📚인생의 대선배가 들려주는 이 담담한 이야기들은 마치 잔잔한 이슬비처럼 마음에 촉촉이 스며든다. 문득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답이 없으니까 생각하지 말자"라고 했던 통쾌하고도 진솔한 대답이 떠오른다.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지셴린의 말처럼 그저 평정심을 유지하며 오늘 하루를 태연하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진정 잘 사는 법이 아닐까.


@chungrim.official
#다지나간다 #청림출판 #지셴린 #책추천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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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다
지셴린 지음, 허유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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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다 지나간다] 서평
지셴린 지음


📚중국인들에게 '나라의 스승'이라 불리며 97세까지 장수를 누린 언어학자 지셴린. 그의 장수 비결은 의외로 담백하다. 특별한 비법 대신 그저 '태연자약하게' 사는 것. 그가 평생 지켰다는 '3불주의(먹는 것을 가리지 않는다, 빈둥거리지 않는다, 수군거리지 않는다)'를 가만히 곱씹어 보게 된다. 주변에 건강하게 장수하시는 분들을 봐도 그렇다. 어떤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단,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 뾰족하게 날을 세우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처럼 둥글둥글하게 주변을 보듬으며 사는 삶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지셴린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인 독서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라는 비유를 들었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3년간 집중적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나 역시 점점 책에 중독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할 일을 빼먹은 것 같고, 꼭 영양제를 덜 챙겨 먹은 기분이 든다. 책이라는 통로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요즘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우리를 늘 깨어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책을 가까이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미온수에 소금을 넣어 한 잔 마신 뒤, 맑은 기운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 이런 루틴을 평생 이어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지셴린 역시 평생 새벽 4시 30분에 깨어나 책을 읽고 글을 적었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재 93세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가천대학교 김길여 총장님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그 모습을 보면 "저 에너지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는 존경심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책 속에서 당나라 학자 한유는 스승의 세 가지 임무로 '진리를 전하고, 학업을 전수하며, 의혹을 풀어주는 것'을 꼽았다. 결국 스승이란 학생에게 아낌없이 은혜를 베푸는 존재인 것이다. 지셴린 역시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큰 은혜를 베푸는 스승이 되어준다.

"옛날에 배우는 이에게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는데, 스승은 진리를 전해주고, 학업을 전수해주며, 의혹을 풀어주는 존재다" (p.163)


📚그가 책 전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평정심을 잃지 않는 마음'이다. 살아가면서 행운이 오든, 불행이 오든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 마음이 곧고 단단하여 세상 풍파에 쉽게 흔들리지 않아야 비로소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지셴린이 말하는 잘 사는 법은 명쾌하다. 평정심을 갖고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되, 독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남과 적절히 어울리는 삶이다.


📚인생의 대선배가 들려주는 이 담담한 이야기들은 마치 잔잔한 이슬비처럼 마음에 촉촉이 스며든다. 문득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답이 없으니까 생각하지 말자"라고 했던 통쾌하고도 진솔한 대답이 떠오른다.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지셴린의 말처럼 그저 평정심을 유지하며 오늘 하루를 태연하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진정 잘 사는 법이 아닐까.


@chungrim.official
#다지나간다 #청림출판 #지셴린 #책추천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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