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 진경산수를 개척한 우리나라 화성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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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서평
유홍준 지음
“아름다워라, 우리 강산이여!”


2025년, 겸재 탄신 350주년을 앞두고 열린 대규모 회고전은 저자 유홍준 교수에게 하나의 '사명감'을 깨웠다고 합니다. 20여 년 전 『화인열전』에서 다뤘던 겸재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다시 써 내려가야 한다는 그 뜨거운 마음이 이 책의 시작입니다.
사실 저에게 겸재 정선은 '교과서에서 본 유명 화가' 정도의 박제된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덮으며 그동안 제가 얼마나 겸재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는지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는 단순한 화가가 아니라, 중국의 화법을 넘어 우리 산천의 실체를 포착해 낸 '진경산수화'의 창시자이자 완성자였습니다.


🎨 시대를 뚫고 나온 예술적 의지
겸재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평생의 멘토였던 관아재 조영석과 사천 이병연이라는 든든한 벗이 있었습니다. 그는 스승 김창업으로부터 기본기를 다지고 중국의 화본을 섭렵하면서도, 결코 타성에 젖지 않았습니다. 36세부터 시작된 금강산 유람은 70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금강전도>라는 불멸의 결실로 맺어집니다.
산을 그릴 땐 남성적인 강인함으로, 강을 그릴 땐 여성적인 부드러움으로 화면을 운용했던 그의 필치는 80세가 넘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연암 박지원이 기록했듯, 노년의 겸재는 겹돋보기를 쓰고 촛불 아래에서 털끝 하나 실수 없이 세화를 그려내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 일상 속에 숨어있던 위대한 유산, <계상정거도>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사실 중 하나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천원권 지폐 뒷면의 그림이 바로 겸재의 <계상정거도>라는 점입니다. 퇴계 이황 선생이 도산서원에서 독서하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삼성문화재단이 34억 원에 낙찰받았을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는 보물입니다. 우리 곁에 늘 있었지만 미처 몰라봤던 그 가치를 깨닫는 순간, 겸재의 예술이 훨씬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 디테일을 넘어 천상의 경지로
76세에 그린 <인왕제색도>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닙니다. 평생의 벗 사천 이병연을 떠나보낸 슬픔과 회한을 묵직한 필법에 담아낸 절창입니다. 만년의 작품인 <박연폭도>에 이르면 바위는 추상화되고 붓질은 더욱 대범해집니다. 마치 피카소나 마티스가 말년에 기교를 버리고 아이 같은 단순함으로 회귀했듯, 겸재 역시 인위적인 기술을 넘어 자연스러운 '활필(活필)'의 경지에 도달한 것입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붓에 맡겨라. 그러면 자연히 모든 경치가 천취(자연스러운 정취)가 되어 인위적이지 않게 되리니,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필치다." (본문 중)


🇰🇷 우리 미술사를 사랑한다는 것
"세상의 미술사는 많은데 정작 우리 미술사가 없어 아쉬웠다"는 저자의 고백이 가슴을 울립니다. 남들이 '환쟁이'라 비웃어도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이 길을 가겠다"던 겸재의 자긍심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겸재에 대한 기록이자, 우리 것을 잊고 살았던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권유입니다. 다시 한번 겸재의 회고전이 열린다면, 이제는 그의 그림 속에 담긴 웅장한 기개와 세밀한 숨결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습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changbi_insta
#겸재정선 #화인열전 #새로쓰는화인열전 #유홍준 #한국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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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해방 - 황금 티켓 증후군에서 자유로워지는 아들러의 인생 수업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지윤 옮김 / 와이즈베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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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해방] 서평
기시미 이치로 지음


"나는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느라 나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나요?"


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나 정말 잘하고 있는 건가?', '남들에 비해 너무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 말이죠. 저도 책장을 넘기며 제 마음속에 깊게 박혀있던 그 불안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이 책은, 우리가 왜 그렇게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며 스스로를 옥죄고 살았는지 그 이유를 차분히 짚어줍니다.


1. 성격은 타고난 운명이 아니라, 내가 고른 '옷'이다
우리는 흔히 "난 원래 이런 성격이야"라고 포기하듯 말하곤 하죠. 하지만 아들러는 이를 '생활양식'이라고 불러요. 성격은 바꿀 수 없는 타고난 유전자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방식이라는 거예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형제들도 저마다 성격이 다른 건, 각자가 자기만의 생존 방식을 골랐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결국, 지금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거든요.


2. '완벽한 척'은 사실 '불안하다'는 증거
책에서는 유독 우월 콤플렉스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룹니다. 남보다 뛰어나 보이려 애쓰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마음의 밑바닥에는 역설적이게도 '열등감'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요.

"내가 가치 없다는 게 들통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자꾸 자신을 꾸미고, 지나치게 긴장하며 삽니다. "수치가 가치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말처럼, 숫자로 매겨지는 성적이나 연봉이 진짜 내 가치는 아닌데 말이죠.


3. 용기, 나를 믿어주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
가장 울림이 컸던 문장은 이것이었어요. "사람은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때만 용기를 낼 수 있다."

뭔가를 새로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는 건 내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믿어주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잘하고 싶어서 무리하게 노력하다 번아웃이 오는 것도 결국 "이 정도는 해야 인정받겠지?"라는 압박 때문이고요. 책은 말합니다. 이제 그만 자신에게 걸었던 브레이크를 풀고, 결과보다는 배우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라고요.


4. 패배해도 내 가치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패배해도 나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어제의 나'와 대화하며 조금씩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단순히 "힘내세요"라는 뻔한 위로보다, "당신이 지금껏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알아요.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살기로 선택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이 책.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조금 지쳐있는 분들, 혹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자꾸 주저하게 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의 방향을 그리는 펜은 오직 나만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예요. 이 책은 어려운 철학서가 아니라 작가의 철학적 경험과 아들러의 심리학을 쉽게 해석했습니다. 술술 익혀서 그동안 나를 옥죄었던 비교를 왜 하고 있었는지 찬찬히 설명해줍니다. 작가는 특별하게 애쓰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우리를 슬며시 위로해줍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wiseberry_bookfolio
#비교해방 #기시미이치로 #미움받을용기 #아들러심리학 #인물심리 #비교사회 #자기계발 #심리책추천 #책추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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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섬 구텐베르크 클래식 시리즈
아나톨 프랑스 지음, 김태환 옮김 / 구텐베르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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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섬] 서평
아나톨 프랑스 지음
펭귄의 섬, 위선의 옷을 입은 인류의 자화상
이 책은 "볼테르의 계몽주의적 이성 비판과 스위프트의 인간 혐오, 그리고 니체의 영겁 회귀 사상이 혼재된 거대한 문명 비판서이자, 인류 역사 전체를 조망하는 반 역사서"라고 작가는 표현한다.


1. 우연이 빚어낸 부조리한 기원
성 마엘의 눈 어두운 실수로 펭귄들이 세례를 받고 인간이 된 사건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는 "인간성이 내재적 존엄성이 아니라, 신학적 오류를 수습하기 위한 행정적 처리에 의해 '발명'되었다"고 선언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숭고하다고 믿어온 인류의 역사가 실상은 어처구니없는 우연과 그것을 합리화하려는 권위 위에서 시작되었음을 나직이 읊조립니다.


2. 옷, 수치심을 가장한 화려한 유혹
작품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펭귄들이 '옷'을 입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기묘한 변화입니다. 흔히 옷은 수치를 가리기 위한 도구라 생각하지만, 아나톨 프랑스는 "옷은 수치심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욕망을 상품화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라고 일갈합니다. 단순했던 펭귄들이 화려한 천으로 몸을 감싸며 서로를 유혹하고 질투하기 시작하는 모습은, 문명이 자랑하는 도덕률이 사실은 인간의 본능을 교묘하게 포장한 위선의 껍데기임을 아프게 꼬집습니다.


3.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광기와 기만
'건초 사건'과 '피로 사건'으로 이어지는 대목은 국가와 종교가 어떻게 대중을 선동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유죄의 확실한 증거가 되는 궤변, 그리고 "진실보다 조직의 무오류성과 명분이 우선시되는 사회"의 모습은 섬뜩한 기시감을 안겨줍니다. 펭귄들은 애국심과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증오를 배설하고, 권력은 그 광기를 이용해 체제를 공고히 합니다. 100년 전의 풍자가 오늘날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유입니다.


4. 비극적 희극의 반복, 그럼에도 흐르는 연민
작품의 끝에서 문명은 거대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잿더미가 되고 다시 야만이 시작됩니다. 작가에게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비극적 희극'의 무한한 반복"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비관적인 예언 끝에 남는 것은 차가운 냉소가 아닙니다. 어리석고 나약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쌓아 올리려 애쓰는 인간(펭귄)들을 향한 작가의 "서글픈 연민과 헌사"입니다.


결론
이 책은 펭귄들의 우스꽝스러운 행진을 통해 거울 앞에 서 있는 우리 자신의 민낯을 비춥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옷으로 진실을 가리고, 어떤 광기에 휩쓸려 걷고 있는가. 아나톨 프랑스가 던진 이 질문은 펭귄의 섬을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뼈아픈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계신가요?
우리가 믿는 정의는 정말 견고할까요?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gutenberg.pub
#펭귄의섬 #아나톨프랑스 #쿠펜베르크 #노벨문학상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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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 -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 필사
월간 <샘터> 지음 / 샘터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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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의 울림을 옮겨 적다: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 서평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을 말하는 걸까요?
좋은 글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삶의 진실함이 담긴 글입니다.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겨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시대를 초월해 보편적인 감동을 전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빛바래지 않는 온기같은 감동을 주는 글이 샘터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소모되는 시대 속에서, 5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월간 교양지 〈샘터〉의 발자취는 그 자체로 하나의 경이로움입니다. 최근 발간된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그곳에 머물렀던 수많은 명사들과 평범한 이웃들의 진솔한 목소리 중에서도, 특히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들을 엄선하여 엮은 필사집입니다.


​나의 20대, 매스미디어가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 <샘터>는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따뜻한 통로였습니다. 매달 <샘터>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 시절의 설렘은, 지금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코끝을 스치는 종이 냄새와 함께 살아납니다. 5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샘터>가 지켜온 온기는, 그 시절 나를 키웠던 자양분이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 책은 인간관계, 행복, 삶의 태도, 사랑, 그리고 자연이라는 다섯 가지 테마로 나뉘어 독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 관계와 성찰: 김재순의 "인생길은 한 번밖에 지나가지 않으니 좋은 일은 즉석에서 해야 한다"는 구절이나, 법정 스님의 "세상일이란 모두가 마음의 메아리"라는 가르침은 관계의 본질과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 삶의 지혜: 송정숙의 "환상을 쫓는 동안 유휴 부분들은 녹이 슨다"는 지적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느라 정작 자신의 알맹이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뼈아픈 충고를 던집니다.
* 사랑의 유연함: 목정배의 "사랑은 불이라기보다 물이다"라는 표현은 상대의 모양에 맞춰 자신을 비워내고 채워주는 사랑의 유연한 가치를 아름답게 형상화합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눈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옮겨 적는 '필사'의 과정에 있습니다. 양희은의 "나이 따라 내 노래도 옷을 입자"라는 구절을 옮긴 후, "세월이 흐르며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정성스레 채워 넣는 과정을 적으면서 나를 생각하는 시간들을 만들게 됩니다. 잠시 멈춰서서 자신을 그대로 응시하는 시간을 갖으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필사는 타인의 문장을 빌려와 나의 내면을 채우고, 잊고 있던 순수한 감각을 깨우는 행위가 됩니다. 소박한 일상으로 채워가면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영원한 청춘'으로 늙고 싶다는 독자의 다짐은, 이 책이 지향하는 바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눈으로 읽는 것보다는 필사를 함으로써 각 장의 구절들이 깊이 와 닿습니다.


결론: 나를 찾는 시간을 위한 초대장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은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담백하고 진실한 고백이 가진 힘을 믿는 책입니다. 고달픈 삶 속에서도 용기와 온정을 잃지 않았던 우리 이웃들의 사연은, 독자들에게 "잘 살고 있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바쁜 일상 중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펜을 들어 한 자 한 자 눌러 쓰는 시간을 통해 나만의 소중한 자화상을 완성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매 페이지마다 날카로운 질문들이 등장하는데,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써내려가는 과정 또한 필사의 일부분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재미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일상이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다고 여기시는 분들에게 나만의 시간을 만들면서 필사하는 시간을 살포시 건네봅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 계시거나 신학기 학생들에게 좋은 선물로도 추천합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isamtoh
#56년샘터잊지못할명문장 #샘터 #샘터필사책 #샘물필사단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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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경찰관 을유세계문학전집 147
플랜 오브라이언 지음, 이정화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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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경찰관] 서평
플랜 오브라이언 지음/이정화 옮김
1940년 작가는 완고한 출판사들로부터 거절당한 뒤, 원고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하며 27년간 서랍 속에 감춰두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아일랜드 문학의 보석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독자는 단순한 독서를 넘어 '지적인 멀미'와 '기묘한 해방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물리 법칙이 붕괴된 서사와 드 셀비의 기이한 이론들 때문에 매우 난해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마치 토끼 굴에 빠진 앨리스처럼, 상식이 뒤틀린 세계를 여행하는 묘한 해방감과 지적 유희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 당연했던 세상이 '의심'스러워집니다
우리는 밤이 오면 해가 진다고 생각하고, 바람은 그저 공기의 흐름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길가에 부는 바람을 보며 '저건 무슨 색일까?'라고 자문하게 되거나, 밤의 어둠이 정말로 '검은 공기'가 쌓인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익숙한 현실의 질서에 균열이 생기는 경험이죠.


p91
"무슨 말인지 압니다. 하지만 법은 지극히 복잡한 현상이에요. 이름이 없다면 시계를 소유할 수 없고, 그럼 도둑맞은 시계도 존재하지 않는 거지요. 그걸 찾는다면 정당한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거고요.


✍️. '나'라는 존재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름을 잊어버린 주인공이 경찰서에서 겪는 수모를 보며, 독자는 깨닫게 됩니다. 내가 나라고 믿는 근거들이 사실은 이름표, 주민등록번호, 소유한 물건들 같은 '외부의 기호'들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요. 이 책은 "그 모든 껍데기를 벗겨냈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묵직한 실존적 질문을 던집니다.


p130
"인간성 함량이 높은 자전거의 행동은 굉장히 교활하고 아주 놀랍습니다. 이들이 혼자 움직이는 걸 볼 수는 없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예기치 않게 이들을 보게 되지요.


✍️. 사물과의 관계가 기묘해집니다 (자전거의 유혹)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를 예사로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혹시 저 자전거의 주인은 자전거와 원자를 너무 많이 섞어서 이미 반쯤은 고무와 철로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오브라이언식 유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되거든요. 사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부조리한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p148
"제게 이름이 없으므로, 제가 여기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신걸 기억하세요? 제 존재가 법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어른 버전을 여행한 기분이 듭니다. 앨리스처럼 환상적이지만 그 끝은 훨씬 서늘합니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죄의 대가가 물리 법칙이 붕괴된 기괴한 지옥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굴레(뫼비우스의 띠)임을 깨닫는 순간, 독자는 이 책이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인간의 운명에 대한 거대한 비유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p177
이봐. 가기 전에 말해 줄게. 난 네 영혼이고, 네 모든 영혼이야. 내가 가면 넌 죽게 돼. 과거의 인류는 새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깃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 안에 실제로 담겨 있어.


✍️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
"당신이 믿는 현실은 정말로 실재하는가?"
작가는 우리가 집착하는 이름, 명예, 지식 같은 것들이 이 부조리한 세계 앞에서는 자전거 바퀴살보다 못한 가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현실에 대한 맹신을 멈추라고 말합니다. 이 모든 기괴한 여행은 결국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이 겪는 '영원한 회귀'의 형벌이며,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실존의 굴레를 상징합니다.


p239
나도 몰라, 이런 경우 나 같은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기억이 안 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떨 땐... 세상의 한 조각이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 결론적으로
읽기 전에는 '난해하고 이상한 책'일 수 있지만, 읽고 나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렌즈'를 갖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의 파편화된 괴변들도 결국 '실존의 허무와 죄의 굴레'라는 거대한 그림을 완성해 줍니다. 내 안의 또다른 자아와 종종 대화를 나누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언어유희의 재간에 말문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ulyoo
#을유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_서평단 #을유문화사 #세번째경찰 #세계문학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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