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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곰 워브 ㅣ 두고두고 읽고 싶은 시튼 동물 이야기 2
우상구 글.그림, 어니스트 톰슨 시튼 원작 / 청어람주니어 / 2013년 3월
평점 :
회색곰 워브- 내가 친구가 되어 줄게.
시튼 동물 이야기를 읽을 때면 언제나 자연주의 작가 시튼의 동물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훈훈하면서도 애절하다.
어느덧 동물 문학의 고전이 되어 버린 시튼 동물 이야기.
그 중에서 <회색곰 워브> 는 사라져가는 동물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어렸을 적, 가족의 잔인한 죽음을 목격한 아기 곰의 분투기여서 안타까운 엄마 곰의 마음으로 회색곰 워브의 삶을 따라가게 한다. 어린 아이가 겪는 가족의 죽음만큼이나 충격적이었을 아기 곰 워브. 회색곰 워브가 느끼는 대로 감정이입해 읽다 보면 인간의 욕망과 잔학성에 치를 떨게 된다.
주인공 회색곰 워브는 거칠고 험난한 미국 서부지역인 리틀파이니에서 4마리 중 맏이로 태어난다. 어미 곰은 아기 곰 4마리를 데리고 다니며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열매를 따 먹는 법, 나무뿌리 캐는 법, 납작한 돌이나 쓰러진 통나무를 들어 올려 개미나 굼벵이를 잡는 법, 물고기를 잡는 법 등을 가르치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목장 주인의 총에 맞아 엄마와 동생들을 모두 잃게 되고 혼자가 된 워브는 쓸쓸히 숲 속에 적응하는 법을 깨쳐 나간다.
세상은 온통 적이고 싸워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음을 깨달아 가는 워브. 고슴도치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 오소리에 쫓기기도 하고, 흑곰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강철 덫에 발이 걸렸을 때 영리한 워브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다 한 발로 덫을 누르고 반대쪽을 이빨로 물어서 발을 빼낸다. 그리고 덫의 존재와 덫을 빠져 나가는 법을 익히며 가슴에 하나씩 생존법칙을 새겨 나간다. 숲 속에는 동물 말고 또 다른 적이 있다고. 세상엔 온통 무서운 놈뿐이라고.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고.
겨울잠을 자고 나서 몸집이 점점 커진 워브는 곰 특유의 행동을 한다. 그것은 길목에 있는 눈에 띄는 나무마다 두 발로 서서 높은 곳까지 몸을 비벼대며 자기 땅이라는 영역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 곳은 워브의 땅, 함부로 들어오지 마시오.'
워브의 덩치는 점점 커지고 메팃시 계곡엔 그를 맞설 상대가 없게 된다. 사냥꾼 스파왓이 쏜 총에 왼쪽 어깨 총상을 입은 워브는 스파왓에 맞서다 그를 죽이게 되고 가슴엔 새로운 깨달음이 새겨진다. 평화를 위해서는 꼭 싸워 이겨야 한다고.
파이니강 하류에서 엄마와 동생을 순식간에 잃은 그날 이후로 워브의 마음엔 우정이나 사랑이 싹 틀 공간이 없었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임을 너무 일찍 알아 버렸기에 그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자신의 영토 안에 들어 선 통나무집을 허물기도 하고 금광의 늙은 광부들 곁을 지나기도 했지만 그를 내버려 두면 아무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를 건드리면 누군가가 죽어갔다.
혼자서 터득해 가는 숲 속의 생활에서 유일한 기쁨이라면 적을 물리치거나 자신의 힘을 보여줄 때의 짜릿한 만족감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강 아래쪽에 목장이 들어서고 호텔도 들어서게 되지만 나라에서는 이 지역을 동물보호구역으로 정하게 되면서 더 이상 워브를 괴롭힐 인간은 없게 된다. 나이가 들고 기운이 다한 워브는 날렵하고 약삭빠른 점박이 곰 로치백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 마지막임을 직감한 워브. 숲 속을 둘러 보며 어린 시절 행복했던 엄마와 형제들의 추억을 떠올리고 높은 곳에 올라 자신의 거대한 왕국을 쓸쓸히 바라본 뒤 조용히 죽음의 골짜기를 찾아 편히 잠들게 된다.
평생 동물을 연구한 영국 과학자 시튼의 글에는 동물들의 생태와 행동, 독특한 행동 특성과 먹이 습성 등이 자세하게 드러나서 동화가 마치 동물 백과사전 같기도 하다. 모두 실제 일어난 이야기를 교훈 가득한 내용으로 담아 낸 시튼. 이 글도 그의 동물 사랑을 절절히 느끼게 한다.
실제로 워브가 살았던 땅에 세워진 펠릿 목장에 기거하면서 여러 사냥꾼과 광부들의 도움으로 회색곰 워브의 삶을 들여다 본 시튼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연은 인간의 친구이며 같이 지구를 꾸려야 할 동반자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에 희생되거나 파괴된 자연과 환경은 결국 순환되듯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침묵의 봄>에서 레이첼 카슨이 울린 경종이나 <회색곰 워브>에서 시튼이 외치는 경고는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하다.
지금 지구 어디선가 인간의 이기심에 희생되는 동물은 없는지…….
자연과 환경은 우리가 파괴해야할 적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