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
마크 H. 엘리스 지음, 조세종 옮김 / 하양인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가난한 이들과 함께 한 평신도 아나키스트이자 성자~

 

피터 모린(1877-1949)을 모르는 상태에서 읽게 된 책입니다. 20세기를 살다간 예언자라는 제목에서 종교적 예언자일 거라는 짐작을 하면서 읽었는데요.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을 바탕으로 살았던 피터 모린은 그리스도와 같은 삶을 지향했던 종교 혁명가이자 실천하는 신앙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이기적으로 변질된 공동체를 배려와 나눔을 아는 순수한 사랑의 공동체로 바꾸고자 했고요. 실제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도시의 번화한 거리에 나가서 농경공동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답니다.

 

 

대개 피터 모린을 선동가, 징병거부자, 아나키스트, 온화한 생활인, 인격주의자, 중세인, 진보주의자, 반자본주의자, 농경공동체주의자, 평신도, 독신, 가난한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된 그는 예수님을 따라 철저하게 가난 속으로 들어가 나누는 삶을 살다간 유쾌하고 실천적인 삶을 살았던 행동하는 신앙인입니다. 책 속에는 피터 모린의 어린 시절부터 종교적 순수함으로 돌아가자고 운동하던 모습까지 볼 수 있기에 그의 신앙적인 진정성을 보면서 감동했답니다.

 

그는 프랑스 울테에서 가난한 농부의 22명의 맏이로 태어났는데요. 조상 대대로 신앙의 유산을 가정이었기에 모린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의 신앙생활에 철저할 수 있었네요. 청소년기엔 그리스도교 교육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기숙학교를 다니면서 순수한 신앙생활을 유지했고, 나중엔 그리스도 교육수도회 소속의 교사가 되었어요. 그는 군복무를 하면서 군복무를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에 서게 됩니다. 군인이 부유층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된 사람이라는 점과 전쟁이 사람들의 조작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반대하게 됩니다.

 

그는 독서를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섭렵하게 되면서 사회와 종교의 문제를 연구하는 평신도 단체에 가입하기도 합니다. 농장과 교실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가톨릭 사상에 대한 생각도 발표하기도 하고, ‘르 실롱연합단체를 만들고 행동주의자가 되기도 합니다. 평신도 농부 출신인 그는 캐나다와 미국으로 이주한 후 1933년 도로시 데이와 함께 가톨릭일꾼공동체를 설립하게 됩니다. 그는 성과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삶을 거부하고 도시화와 산업화의 비인격적인 면보다 농경사회의 인격적인 삶을 추구했고요. 안정보단 방랑을 더욱 추구하면서 평신도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전한 멋진 어른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편이 되어준 피터 모린의 그리스도적인 삶의 세밀한 해법이 인상적입니다. 단순하지만 명쾌하고 세세한 선의의 해법이기에 말입니다.

이익을 위한 사업의 남용을 지적하고, 상거래를 중시한 올바른 가치에 대해 거부하는 현대 경제, 공동선에 대한 노력조차 방해하는 상황을 질타하며 해법을 제시했기에 그를 예언자라고 하겠죠.

 

자선은 제도화되었지만 가난한 이들은 더욱 고통 받는 현실임을 비판한 피터 모린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난한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준 그가 대단해 보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 빈익빈부익부의 환경 속에서 인격모독까지 견뎌야 하는 빈자들의 현실을 직시한 그가 그리스도처럼 노숙자 등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구현하는 모습에 실천하는 지성을 본 듯 합니다. 그는 자신의 소유물을 모두 포기한 채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자발적 가난을 택했고, 현재 사회의 잘잘못을 가렸던 예언자입니다. 그는 언제나 고통 받는 이들을 환대하고, 그리스도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일에 힘쓰며 영적으로 그리스도 정신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성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한 평신도 아나키스트이자 성자가 살다 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지식의 소유자는 지식을 자신의 선과 세상의 선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174)

 

우리는 가톨릭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생계를 위한 일 사이에 벌어진 간격에 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것이 농경공동체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며 가톨릭 사회가 성장하는 삶의 방식이다.(164)

 

나는 다수결을 믿지 않습니다. 집회와 선거도 믿지 않아요. 로비하고 선거운동하고 파벌을 지어 혼란만 가중시킵니다.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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