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의 고백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6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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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 6. 아르센 뤼팽의 고백] 짧아서 읽기 편한, 그래도 반전이 있는 소소한 사건들...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보면 대개 하나의 사건이 여러 개의 작은 사건들과 촘촘하게 얽히며 장대한 스토리로 복잡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 여섯 번 째 이야기는 작은 사건들이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작은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 복잡하게 얽히는 구조는 아니지만 반전은 존재한다. 저자인 모리스 르블랑의 이야기꾼의 면모를 새롭게 느꼈던 책이랄까.

 

 

처음에 나오는 <거울 놀이>부터 인상적이다.

<거울 놀이>는 기암성이나 813 사건 같은 규모가 큰 사건들이 벌어지기 전의 일이다. 이를테면 뤼팽이 작은 규모의 도둑질에 만족하고 적당히 벌고 적당히 즐겼던 시절의 전설 같은 소소한 이야기다.

 

신문 기사에 난 뤼팽 기사의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달라는 친구에게 뤼팽은 숫자를 부르며 맞은 편 저택의 3층 높이에 깜빡거리는 햇빛 반사광을 유심히 보라고 한다. 누군가 거울을 가지고 암호를 보내고 있음을 파악한 뤼팽은 친구에게 숫자를 적어보고 알파벳을 대입해 보라고 한다. 그렇게 반사광의 깜빡임을 해독한 결과 철자가 틀린 메시지가 된다.

 

무엇보다도 위험으로부터 도맹치고 공긱을 피해야 하며, 석의 힘에 대항하되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12)

 

뤼팽은 친구에게 느닷없이 렙스타인 남작에게 전화를 걸어서 저녁 10시에 찾아가겠다고 알리라고 한다.

렙스타인 남작은 대단한 재력가이자 엡섬 더비대회, 롱샹 그랑프리에서 우승자이기도 한 스포츠맨이었다. 최근에 사치스런 자신의 부인에게 절도를 당했는데, 베르니 공주에게 판매되기 전까지 남작이 보관하고 있던 다이아몬드, 진주, 수집품 일체를 부인이 훔쳐갔다고 한다. 해서 남작은 공주에게 빚진 돈을 갚아야 했기에 자신의 저택을 판 매각 금액을 오늘 오후에 전달할 예정이라는데

 

뤼팽은 남작과 관련된 사람을 만나러 자신의 집 근처에서 거울 신호를 보낸 곳을 찾아갔지만 남작의 비서이자 집사인 라베르누는 이미 살해된 직후였다. 뤼팽은 의사의 처방대로 방에 갇혀 있었다는 라베르누의 방에는 작은 거울이 놓여 있음을 확인하고, 회색 수염을 낀 안경 쓴 노인 의사의 방문 이후 아주 작은 단검에 찔렸다는 하녀의 이야기도 듣게 된다. 라베르누와 신문에 실린 삽화 암호풀이를 즐겼던 그의 친구 뒬라트르는 거울의 반사 암호를 해독해 내면서 경찰에 신고를 하러 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암호는 미처 보지 못했던 뒬라트르는 또 다른 죽음을 막지 못하게 되고…….

 

뤼팽을 따라가다 보면 돈의 냄새를 따라가는 격이다. 뤼팽은 자신의 집 근처에 사는 남작을 찾아 사건 경위를 알려준다. 남작부인의 아내가 살해됐다는 사실, 지금 쫓고 있는 건 살인범의 공범인 애인이라는 사실, 이 집의 누군가가 라베르누의 진실을 알고 의사를 가장해 죽였다는 사실까지 밝혀낸다. 그리고 가짜 수염과 안경을 쓰고 변장한 노인인 그 의사가 바로 남작 당신이라는 사실까지 말이다. 그러니 금고 속에 든 재산을 반 씩 나누면 경찰로부터 지켜주겠다며 뤼팽은 남작에게 공조를 제안한다. 하지만 자신의 범죄가 들통 난 남작은 권총을 빼들었다가 되레 뤼팽에게 당하게 된다.

 

돈과 보석에 대한 후각 신경이 남다른 뤼팽은 거울 반사광의 암호를 해독하고 잘못된 철자의 비밀까지 파악해서 남작의 음모를 밝혀내지만 금고 속의 돈은 도저히 가져올 수 없었다는데…….

 

암호 해독과 사건 추적에 천재적인 추리 능력을 가진 뤼팽의 활약을 보면 비록 소설 속이지만 뤼팽이 탐정이거나 경찰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적의 협박과 공격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는 강력한 체력과 대담함을 볼 수 있는 아주 소소한 사건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기다.

 

비록 국경을 넘나들고 사회 지도층들이 줄줄이 연계되고 뤼팽의 체포와 감옥 탈출이 반복되는 그런 규모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반전은 존재한다. 도둑이지만 탐정 이상의 촉을 발휘하는 뤼팽의 돈과 보석에 대한 추적 기법들을 만날 수 있는 작은 사건이었다. 뤼팽이 도둑이 아니라 경찰이었다면 재미가 반감되었을까. 이야기는 재미로 즐겨야 하지만 뤼팽이 도둑이라는 사실은 자꾸만 꺼림칙하기에 그런 생각이 불쑥 든다. 그 많은 돈과 보석이 그의 삶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도.

 

 

책에서는 거울 놀이, 결혼 반지, 그림자 신호, 악랄한 함정, 붉은 실크 스카프, 배회하는 죽음, 백조 목의 에디트, 지푸라기, 아르센 뤼팽의 결혼 등 모두 9개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매력적인 이야기, 촘촘하지 얽히지 않아 그리 복잡하지 않은, 짧아서 읽기 편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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