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그리는 여자] 난, 벤츠를 디자인하는 여자야!

자동차 그리는 여자 - 벤츠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조진영 지음 / 열림원 / 2015년 2월

[자동차 그리는 여자] 난, 벤츠를 디자인하는 여자야!

자동차나 기계는 남자들의 물건이다. 해서 자동차 디자이너라면 남자들을 연상하고 했다. 디자이너에 금녀의 구역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벤츠 디자이너가 여자라서 놀랐다. 더구나 남성들이 선호하는 벤츠에서 그것도 한국계 미국 여성이라니.

이 책의 저자인 조진영의 이력서를 보면 세계적인 느낌이다.

조진영은 1986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와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고,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영국으로 건너가 왕립예술학교(RCA)에서 자동차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쳤고 이후 자동차 익스테리어 디자인계를 경험했다. GM대우와 포르쉐에서 인턴십을 했고 BMW i를 첫 직장으로 다녔으며 지금은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다재다능했던 어린 시절, 예술가인 엄마의 영향을 받아 예술을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집안의 가전제품을 모두 분리해봤을 정도로 물건의 성능과 디자인에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미대로 진학한 이후로는 디자인의 세계로 빨려들게 되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능과 도전적인 기질은 그녀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하는 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유학을 결정하는 순간에도 자동차 디자인으로 손꼽히는 독일의 포르츠하임과 영국의 왕립예술학교(RCA)를 비교하는 과정도 철저하다. 포르츠하임은 자동차 학과만 있고 학비가 없다는 장점은 있지만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영국 왕립예술학교는 자동차 학과 뿐 아니라 건축, 패션, 순수 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기에 두루두루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학교였고 무엇보다도 석사와 박사 과정만 있기에 쟁쟁한 실력자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종 선택하게 된다.

그녀는 대학과 대학원을 열심히 배우고 도전하면서 브리티시 센터너리 어워드에서 수상의 영예를 얻게 되고, 그 덕분에 디너파티 초대를 받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들과 만나게 되고, 이후 포르쉐 디자이너들과 함께 한 포르쉐 인턴십을 거치면서 성장했고, RCA 최고의 영예인 콘란상 수상하게 된다.

산업 디자이너의 임무와 목적은 단순히 예쁜 조형을 하는 데에 있지 않다. ‘모든 선과 면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자동차를 디자인하면서 명심해야 할 말이다. 이를 위해서 공학적인 지식을 쌓아나가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반드시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내 디자인을 지킬 것이다. (195쪽)

벤츠와 포르쉐, 보쉬, 아이비엠의 본고장인 슈투트가르트의 외곽인 뵈블링엔에서 그녀는 홀로 집과 회사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외로울 것이다. 남성 위주의 회사 분위기에서는 소통의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런 고통을 견뎌낼 수 있게 한 힘은 자신의 일에 대한 꿈과 열정일 것이다. 주저 없이 도전하면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는 그녀의 용기 있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다.

이 책은 벤츠를 디자인하는 최초의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하나의 명차가 만들어지기까지 디자이너와 모델러들의 공동 작업이 여러 번 거치면서 경쟁에 경쟁을 더한다는 자동차의 세계를 알 수 있는 책이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자동차 마니아라면 좋아할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