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팔았어요 샘터어린이문고 17
박현숙 지음, 김경찬 그림 / 샘터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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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팔았어요/샘터]어른에 대한 요즘 세태를 그린 죄송한 동화...

 

제목이 황당하고 끔찍하다. 할머니를 팔다니. 인신매매범도 아니고 노예시장도 아니지만 철없는 아이의 말실수로 어이없게도 할머니를 팔아 버린 이야기다. 가족 간의 소통부재, 이기적인 자녀세대. 철없는 손자가 일으키는 헛소동에 움찔할 정도다. 장유유서, 노인 공경이란 말이 점점 구식이 되어가는 요즘의 세태를 그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으로 읽은 동화다.

 

주인공 대발이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로 반에서 유명하다. 학교 가는 길에 있는 문방구는 대발이가 좋아하는 최신 게임기가 늘 놓여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듯 대발이에게도 문방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어느 날, 대발이는 미술 재료를 살 돈을 동전으로 바꿔 문방구 앞 게임기에서 게임을 하게 된다. 그리곤 문방구 할아버지에게 미술 준비물인 골판지 2장을 외상으로 달라며 부탁한다. 외상은 절대 안 된다는 할아버지 말에 대발이는 자신의 물건을 꺼내 할아버지에게 팔려고 시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대발이가 꺼내는 동화책, 만화책보다는 수다스런 로봇이 있다면 말동무도 할 겸 사겠다는데……. 대발이가 할머니 같은 수다스러운 사람은 있어도 수다스런 로봇은 없다고 말하자 문방구 할아버지는 대뜸 너희 할머니를 천원에 팔겠다는 거냐며 천 원을 내민다. 그리곤 거듭 확인한다. 천 원에 너희 할머니를 샀다고 말이다.

 

자신이 천원에 팔린 걸 알면 할머니는 노발대발 할 텐데…….

할머니를 판 사실이 들통 날까 봐 노심초사하던 대발이는 결국 캄캄한 밤에 천 원을 들고 문방구 할아버지에게 돈을 갚으려 간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약속을 함부로 하거나 자기 멋대로 쉽게 물리지 말라며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키라고 한다.

 

가볍게 생각한 약속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되어 대발이를 괴롭힌다. 더구나 대발이 생일잔치에 초대된 명주는 대발이의 비밀을 가족들에게 고자질한다. 대발이가 반 아이 중에서 게임을 제일 많이 하고, 미술 준비도 늘 하지 않는다며 대발이의 비행을 폭로해 버리자 가족들은 충격을 받는다.

 

 

엄마는 야단치다가 앓아눕고 할머니도 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하소연을 하고. 일찍 간 할아버지를 탓하며 이젠 남자 친구를 사귀겠다는 할머니의 하소연에 대발이는 절호의 찬스를 얻게 된다. 그리곤 그 틈을 타서 할머니를 문방구에 팔았으니 문방구 할아버지랑 만나라고 설득을 하게 되고... 애들 돈이나 뺏는 문방구 늙은이로 단단히 오해한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서 서로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가 되어 종종 만나게 된다. 하지만 가족들은 할머니의 이런 행동에 제동을 걸며 반대를 하는데…….

 

 

대가족이 핵가족화 되는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미풍양속 중에는 노인 공경, 가족 간의 대화가 있을 것이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가족 간에 자주 발생한다. 때로는 노인들을 집이나 봐주는 사람, 아이를 맡아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하는 요즈음이다. 그런 세태를 꼬집는 동화다. 어른에 대한 요즘 세태를 그린 죄송 동화다. 어른들에게 괜스레 죄송하고 미안해져서 고개 숙이게 되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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