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힐에서 진짜 세상을 배우다 - 세계적인 대안학교 서머힐에서 9년, 채은이의 생생한 성장일기
채은 글.그림 / 해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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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머힐에서 진짜 세상을 배우다]한국인 서머힐리언, 서머힐에서 배운 건....

 

세계적인 대안학교 서머힐. 1921년 A. S 니일에 의해 창설된 자유로운 학교다.

대학교 때 교양서적을 통해 알게 된 서머힐은 내가 알던 학교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아이들이 의논해서 일을 추진하고 자유에 따르는 책임감은 있지만, 수업에 대한 강제 규정도 없고, 나체 수영까지 가능한 곳이었으니까. 어쨌든 자유를 원하는 아이들의 천국 같았다. 아이들은 즐겁겠지만 학교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스스로 수업을 선택하고 책임진다는 것을 체험하지 못했기에 그저 막연히 부러울 뿐이었다. 학교생활에 큰 불만이 없는 나였지만 서머힐은 별천지 같았다. 아이들만의 에덴동산, 아이들의 유토피아, 학생들의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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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힐 체험기는 처음 읽어본다.

직접 체험해 본 학생의 입장은 어떨까. 장점만 있을까. 단점은 없을까.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9세에 오빠, 남동생과 함께 서머힐에 입학한다. 그리고 9년을 다닌다. 18세에 졸업. 10대 시절의 거의 대부분을 서머힐에서 보낸 셈이다. 스스로를 서머힐리언이라 부를 정도다.

런던에서 2년간 칼리지를 다니고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를 잠깐 하다가 지금은 런던의 연극대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배움의 연속선에 있지만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에 익숙해서인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즐기는 모습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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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서포크 주의 레이스톤 타운. 한적한 시골구석에 있는 서머힐. 학생은 70~80명, 선생님은 10~13명, 학교는 거대한 놀이터다.

넓은 잔디밭, 미스터리한 놀이기구, 다양한 모양의 건물들, 트램펄린, 스파이더 웹,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하프 파이프까지 있다. 미술실과 목공실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고 피아노와 탁구테이블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축구장, 농구장, 누드 수영이 가능한 수영장, 넓은 숲을 가진 학교다. 꽃이나 채소를 재배할 수도 있고 토끼나 족제비도 키울 수 있다.

매주 두세 번 저녁시간에 열리는 그램(댄스파티)은 춤추는 클럽이 된다. 도서실의 다양한 책들, 교실의 다양한 퍼즐과 보드게임들......

 

'미팅'이라는 학교 회의.

일주일에 두 번 있는 단체 '미팅'에서는 교장선생님이나 5살 아이나 똑같이 동등하게 발언권과 투표권이 주어진다. 학교의 규율을 정하거나, 변경하거나, 일상의 소소한 문제들까지 도 미팅에서 다룬다. '미팅'에서 정해진 규율은 꼭 지켜야 할 것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들은 자유다. 원 없이 놀아도 되고 최선을 다해 쉬어도 되는 학교다. 물론 수업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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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생활을 하며 베드타임을 책임지는 빅 키드의 역할이 흥미롭다. 어린 아이들의 방에 들러 베드타임 키스를 하고 잠을 재우는 일이다. 집을 떠나온 어린 아이들의 보호자 같은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기숙사 사감과 같은, 엄마와 같은 의무와 책임감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서머힐에서 3년은 뛰어놀았던 시기라고 한다. 세계명물을 주제로 하는 EOT파티, 1년에 3학기마다 끝나면 파티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렇게 놀이와 만나게 되고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숲 속 나무 위에 집을 짓고. 밤에는 침낭 안에 들어가 별을 보며 자고, 선생님과 아이들과 함께 하이킹을 하고, 한국 라면 등으로 가게를 열어 장사의 신이 되어 가고...... 그렇게 자연을 배우고 경영을 배우고 세상을 배워간다.

 

아이들은 때가 되고 동기가 생기면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걸까. 자신의 길을 찾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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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클래스1에서 클래스2로 올라간 후 별 흥미를 못 느끼다가 클래스2가 달라지고 있다는 말에 다시 수업에 참석하게 된다.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긴 클래스2를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과 함께 꾸미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습이 정말 낯설다. 하지만 흥미를 가지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하게 전해진다. 진하게.

클래스2를 교실, 도서관, 활동 룸으로 구분해놓고 테니스, 글쓰기, 요리, 연극, 마술 활동도 하고...... 책자와 보드게임, 퍼즐, 포스트로 꾸미고 포스터로 흰 벽을 장식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한 교실꾸미기가 얼마나 즐거웠을까. 읽으면서도 그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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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하던 저자는 수업이 아닐 때는 팔찌를 만들고, 책도 읽고, 친구들과 보드 게임을 하고, <오렌지 필>에 글을 쓴다. 일주일에 한 번 씩 있는 '무비 나이트'를 위해 영화를 고르고 팝콘을 준비한다. 다양한 활동들이 무슨 클럽 활동이나 무슨 이벤트 같다. 한국에서는 평생해보지도 못할 이벤트들......

 

저자는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 온 후 패션에 관심이 생기자 교사에게 패션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제일 감동적인 부분이다.

패션을 모르는 교사는 어떻게 가르칠까.

일단 패션 디자이너 훈련과정을 엮은 교과서를 포함한 다양한 책들을 구입한다. 그리고 책을 참고하며 패션 드로잉 연습, 과제들을 수행한다. 그리고 박물관이나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전시회에 데려가 다양한 컬렉션들을 접하게 한다. 이후에는 학생들 스스로 패션 잡지를 구입하고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하고 선생님의 책까지 탐독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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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가 생기면 선생님에게 달려간다. 일단 도움으로 시작하지만 조금씩 주도적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다.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서머힐을 유지하는 힘인 것 같다.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려면 개인적인 시간, 돈까지 써야하니까.

 

본인들이 관심 있는 것을 가르쳐달라면 되는 학교가 이젠 이상적으로 보인다. 자신이 배우고 싶으면 거액을 투자해서 따로 과외를 해야 하는 우리와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배우고 싶어도, 알고 싶어도 질문조차 못하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대조된다.

 

심심한 덕분에 나는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103쪽)

 

지독히 심심한 열 두 살의 여자아이가 서머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식사 시간 줄을 일찍 가서 서 보는 것이다. 남의 수업에 기웃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연달아 책을 읽기도 하고 영어 선생님의 권유로 글을 써서 <오렌지 필>에 실리기도 하는 쾌감을 경험한다. 식당에 놓인 피아노를 혼자서 터득하기도 하고, 테니스를 치다가 친구들을 모아 연극을 기획하는 묘미를 즐기게도 된다. 

 

-심심함은 아주 중요해.

-충분히 빈둥거려도 돼. 괜찮아. 잘하고 있는 거야.

 

잘하고 있다는 엄마의 격려는 적중했고 심심타파를 외치며 여기저기 기웃했던 소녀를 별 걸 다하게 만들었고 하나씩 시도하게 만들었다. 

심심한 시간이 창의력을 위한 시간, 새로운 시도를 위한 시간, 호기심을 끌어내는 시간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잘 자극하고 잘 끌어주는 선생님, 늘 격려해주는 부모가 있어야 할 텐데......

 

 스스로 끌어가는 삶, 마음이 소통하는 자유로운 학교, 호기심을 채우고 놀이로 배워가는 서머힐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세상의 모든 삶이 그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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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서머힐은 설립자 니일의 생각을 이어받아 그의 딸과 손자들이 선생님으로 있기도 하다. 학생들을 오랜 시간동안 너무 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충분히 심심하면 인간은 뭔가를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작가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 심리기획자 이명수의 딸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부모, 자유로운 학교 서머힐의 가르침, 자유롭게 훨훨 비상하게 될 저자의 삶은 우리의 교육계에도 던지는 메시지가 많지 않을까.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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