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괴테를 읽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류시건 옮김 / 오늘의책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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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괴테를 읽다]다시 읽는 파우스트, 역시 세계고전은 달라!!

 

내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처음 접한 건, 여고 1학년 때였다. 물론 읽다가 말았고 악마와 거래하다가 천상에 갔다는 정도만 기억할 뿐이다. 내용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던 탓일까. 하여튼 문장은 아름다우나 해석은 어려웠다고 할까. 어쩌면 세계적인 문학을 읽고 있다는 지적 허영심과 자만심에 끌렸던 지도 모른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서 읽는 괴테의 작품은 그 시절과 다르게 와 닿는다. 조금 더 세월이 흐르면 공감지수도 다르지 않을까.

<파우스트>는 괴테가 60여 년 간 집필했다는 평생의 대작이다.

파우스트는 인간의 존재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인물이 아닐까. 이 책은 인간의 본성이 선인지 악인지, 영혼 구원의 진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1부에서는…….

메피스토펠레스(악마)가 인간을 악의 구렁텅이로 유혹하여 파멸시켜 보겠다며 주님(신)과 내기를 하게 된다. 인간이 선한 본능을 믿는 신은 모든 것을 악마에게 맡겨 버린다.

선과 악 사이에서 과연 누가 승리하게 될까.

파우스트는 16세기 전설적인 마술사이자 학자이다. 그는 모든 학문과 재주를 획득한 최고의 인간이지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주의 신비와 최고의 향락을 맛보고자 악마의 거래를 받아들인다.

악마가 인식과 향락에 대한 욕망을 만족시켜주고 24년 후에는 악마가 그의 영혼을 가져간다는 계약이다.

 

악마는 파우스트를 술집으로 데려가 술로 그를 취하게 하지만 실패한다. 인생을 향락하기에는 파우스트가 너무 늙었다고 판단한 악마는 그를 마녀의 주방으로 데려가 마약을 먹여 20대 청년으로 탈바꿈시킨다. 청년이 된 파우스트는 거리에서 순결한 처녀 그레첸을 만나는 순간 정욕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점차 그의 감정은 진실한 사랑으로 승화되어간다. 악마의 패배다.

하지만 욕정에 눈이 멀어 어머니와 아이까지 죽인 그레첸은 사형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힌 다. 파우스트는 악마의 힘을 빌려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감옥으로 간다. 하지만 그녀는 파우스트의 호의를 뿌리치고 신의 은총만을 빌게 된다. 하늘에서 그녀가 구원받았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제 2부에서는…….

제 1부의 시민적이고 개인적인 일에만 국한되었던 세계가 2부에서는 사회적 활동이 바탕이 되는 포괄적인 세계로 옮겨진다.

알프스의 초원에서 잠들었던 파우스트는 자연의 위대한 소생력으로 잠에서 깨어나 거대한 세계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어느 봉건왕조의 궁정으로 들어가게 되고…….

악마는 향락적이고 타락한 이 궁정에서 파우스트를 향락과 악덕의 구렁텅이로 빠뜨려 넣을 속셈이었다. 봉건 왕조의 재정을 구해준 파우스트는 황제의 신임을 얻게 된다.

 

황제는 희랍신화의 미녀 헬레네와 미남 포르키스를 보여 달라고 파우스트에게 부탁하게 된다. 파우스트는 미녀, 미남의 모습을 재현시켜주다가 스스로 헬레네의 미에 매혹되어 버린다. 마법의 열쇠에 몸을 대자 폭발과 함께 쓰러진 파우스트…….

의식을 깬 파우스트는 저승의 여왕을 만나 헬레네를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헬레네는 저승으로 가버리고 헬레네의 의상만 남게 된다.

황제를 도와 적을 무찌른 공으로 광대한 해안의 영토를 보상으로 얻은 파우스트는 그 토지를 개척하여 많은 사람들이 일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나라를 건설하려고 한다. 그 계획 이 성취되어 인생의 의의를 비로소 깨달았을 때 파우스트는 감격한 나머지 최후의 말을 외친다.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함께 살고 싶다.

그러면 나는 그 순간을 향해 이렇게 부르짖어도 좋을 것이다. 멈추어라! 너는 진정 아름답구나!(책에서)

 

백 살이 된 파우스트가 많은 인생 여정을 거친 후 도달한 최후의 이정표는 아름다운 나라 건설이었다.

결국 파우스트의 영혼은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 천상의 무리에 이끌려 하늘로 승천하게 된다.

파우스트가 인생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가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은 절규에 가깝다.

<파우스트>는 지칠 줄 모르는 인간 욕망에 대한 탐구다. 인간 세상에서 완전한 것은 없음을 말하는 희곡,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야말로 하늘의 구원을 받는 법임을 말하고자 하는 희곡이다.

 

평소 셰익스피어를 존경했던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셰익스피어가 묘사하는 주인공들처럼 자연스러운 인간을 갈구하던 괴테는 드디어 <파우스트>에서 완성하게 된다.

그는 쉴러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의 대표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

 

괴테는 어려서부터 프랑스 문학을 접했고 대학에서는 법률학을 공부해서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변호사 시절 만난 샤를롯데 부프와의 비련의 삼각관계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내놓았다.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럽 청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기도 했다. 20세부터 시작해 노년에 이르러 완성한 <파우스트>는 그의 일생의 최고작이라고 할 수 있다. 60여 년의 세월동안 집필했기에 <파우스트>에는 그의 인생의 고민과 가치관 등이 집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공직을 수행하면서도 창작활동과 연구를 멀리한 적이 없었던 괴테는 생전에 이미 기념비적 인물로 대우를 받은 몇 안 되는 행복한 예술가였다.

나치 독일에서조차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던 유일한 작가라는 사실은  그의 존재감을 말해주고 있다. 

 

극장 감독, 국가 최고의 행정가, 자연과학자, 시인 등 이 모든 역할을 동시에 맡아서 당대의 대표적 인물로 기록될 수 있었던 괴테는 세계라는 극장에서 삶이라는 주제를 아쉬움 없이 연출하고 연기한 최고의 명배우가 아닐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전의 힘을 새삼 획인하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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