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유
아흐메드 카스라다 지음, 박진희 옮김 / 니케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소박한 자유]만델라와 함께 인종해방운동을 이끈 캐시의 이야기!

 

 

인간의 존엄,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간으로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주거와 행동의 자유, 모두가 소중한 가치이다. 특히 구속과 속박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자유의 가치가 남다를 것이다.

이 책은 표현의 자유, 주거의 자유, 행동의 자유가 간절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인 아흐메드 카스라다(캐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위대한 7인'의 한사람이다.

 그는 만델라 대통령과 함께 남아프리카 흑인들의 인권,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싸우다 26년간의 긴 감옥생활을 했다. 그 기간 중에 그는 많은 기록들을 남겼다. 그는 신문이나 책의 인용구를 적었고, 학위를 따면서 메모를 했으며 무엇보다 남아공의 인권 투쟁기록을 남겨서 외부에 알렸다.

그렇게 그는 조직의 기록보관소 역할을 담당한 기록의 달인이었다.

 

역사는 기록의 산물이다. 만약 그의 기록이 없었다면 남아프리카의 인종해방운동이 온전히 전해지기나 했을까. 그렇기에 그의 글은 감옥에 갇힌 모든 죄수들, 정치범들에게 감옥에서의 삶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8 살 때 겪은 인종분리 정책이 그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백인 학교, 흑인학교의 분리로 그는 어느 곳도 다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도시로 이주했고 그런 생활환경이 그에게 자유와 평등의 소중함을 일깨웠다고 한다. 학창시절의 정치적 활동으로 한 달 간 감옥생활을 했던 그는 자유와 평등의 소중함을 늘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인도에서 이민 온 이민 2세대인 그는 정부에 대항하는 인종차별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26년간 지루한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서른 살이 넘어 아프리카민족회의 지도자들과 갇힌 감방은 대화가 허용되지 않는 독방이었다. 얇고 더러운 담요 두 장과 목욕용 양동이 하나, 철제 식판과 숟가락이 전부인 비루한 곳이었다. 최소한의 인권마저 지켜지지 않았던 곳, 인간적인 감정은 사치였던 곳에서 그는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그것은 끊임없는 기억과 기록, 배움의 힘이었다고 한다.

 

동료들이 고문으로 죽었다는 소식은 그에게도 두려움이 되었고 그럴수록 감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색뿐이었다. 사색을 할수록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과거의 기억들을 마주하며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릴 적에 배운 노래, 시, 글귀까지 기억이 나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기억을 방패로 내면의 강인함과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험난한 독방 생활을 견딜 수 있었으리라.

 

생각 속에 지은 나만의 작은 세계에서 나는 비로소 살았음을 느꼈다. 내 안의 두려움을 발견하고 당당히 맞서 싸웠다. (책에서)

 

로벤 섬의 긴 옥중 생활 중에 그는 쓰레기장에서 주운 신문, 죄수들이 몰래 들여온 책, 교도소 도서관의 책, 잡지 등에서 속담, 경구, 시, 희곡, 구절 등을 발췌 했다. 그만큼 손에 잡히는 대로 책과 신문들을 다양하게 접하고자 했다.

 

그는 그렇게 글에서 용기를 받아 두려움에 맞설 수 있었고 열악한 감방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감옥을 나온 후에 그는 남아공에서 최초로 실시된 민주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었고,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정무참사관이 되었다.

이상향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있다는 그.

 

나는 아프리카 민중의 투쟁을 위해 나 자신을 대변하는 백인 우월주의에 맞서 싸웠으며 흑인 우월주의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기회를 얻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이상적 사회를 오랫동안 꿈꿔왔다. 이는 내 존재의 이유이자 반드시 이룩하고자 하는 이상향이다.(책에서)

 

감옥에서 학위를 따고 공부를 하면서 모은 구절들은 분명 그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으리라.

그가 모은 구절들이 먼 이국의 나에게도 힘이 되고 용기를 주는데.

 

인간을 초라하게 만드는 위인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위인이란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느끼게 하는 위인이다. -찰스 디킨스(책에서)

 

진정한 위인이란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는 말, 정말 공감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신은 우리에게 영겁의 시간을 선사했다. 그런데 어떤 형태로 주어졌을까? 수천 년의 시간을 지루할 정도로 길게 이어 붙여서? 그렇지 않다. 신은 영겁의 시간을 새로운 아침의 연속으로 간단히 정리해서 우리에게 주었다.―랠프 왈도 에머슨(책에서)

 

시간을 하루 단위로 쪼개어 지루하지 않은 삶을 선사한 신의 배려, 매일 찬란한 아침을 선물로 받았다니! 매일 감사해야 할 이유인 걸......

 

원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용서이다. 적에게는 관용, 친구에게는 경청, 자식에게는 자랑스러운 행동, 스스로에게는 자존감, 그리고 모든 인간에게는 타인에 대한 이해가 가장 좋은 선물이다. -밴저민 프랭클린(책에서)

 

만델라가 남아공의 대통령이 되면서 백인우월주의를 청산하고 화합의 정치로 갈 수 있었던 것도 용서와 화해였다. 가해자들에 대한 사죄를 받고 용서해 주는 것이었다. 이들은 가슴에 담긴 응어리를 과감히 내려놓고 마음을 열고 진심어린 용서를 했다. 진정한 화해의 모습을 보여준 남아공의 위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에는 아흐메드 카스라다의 평화와 자유를 갈망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감옥에서 몰래 글을 쓰기 위해 애썼던 흔적들, 만델라 자서전 원고를 몰래 반출할 때의 일들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사색과 기록, 글쓰기는 그가 감옥에서 버티기 위한 한 방편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기록이 더 치밀해지고 사색이 더 깊어지면서 알찬 열매들을 거둘 수 있게 되었으리라.

박탈된 자유를 향한 소박한 열망들을 담은 그의 기록들이 이젠 남아공의 훌륭한 유산이 되었다.

개인의 기록이 역사가 되고 유물이 됨을 깨치게 하는 책, 한 장 한 장을 소중히 넘기게 한 책이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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