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카미유 드 페레티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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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나이 들어도 마음은 청춘!!

 

 

 

나이 든다는 건 서러운 걸까, 아니면 축복일까.

 

 

이왕이면 축복에 한 표를 던지고 싶지만 요즘 현실이 그래선지 서러운 쪽에도 마음이 기운다. 예전과는 달리 장유유서의 유교질서가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경로사상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도 아니어서 주류에서 밀려난 서러움이 가득할까. 어쩌면 살아본 만큼 얻은 지혜로 느긋하게 인생을 관조하는 멋스러움도 있을 것이기에 편안한 행복을 누리게 될까. 아니면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래도 건강 앞에서는 장사가 없을 텐데....

 

몸 한 구석이 아프기라도 하면 젊은 때와 같지 않아서 긴장을 하게 될 것이고 깜박깜박하는 머리에 치매라도 앓게 되면 힘들 거라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몸의 기운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 서럽게 느껴질까. 아프면 약해지는 법인데....

 

 

 

 

 

이 책의 저자는 카미유 드 페레티다. 1980년 파리에서 태어난 프랑스 문단에 떠오르는 신세대 작가다. 이십 대의 발랄하고 매력적인 그녀가 살아보지도 않은 노년의 삶을 꿰뚫어 보며 세밀하게 묘사해서 놀랍다. 살아보지 않아도 넓은 경험과 깊은 관심만 있으면 알 수 있는 걸까.

 

 

<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이 소설은 베고니아라는 요양원에서 어느 일요일 오전 9:00에서 다음날 00:30 까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의 기록이다. 처음 들어오는 노인, 이미 그곳에 정착한 노인들과 그를 면회 온 가족들, 그리고 요양원 종사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로비, 복도, 휴게실, 원장실, 안뜰, 각자의 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도 자세하게 그려져서 요양원을 감시카메라로 훑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동감 있다.

 

 

전두측두엽성 치매를 앓고 있는 드레퓌스 선장은 이 요양원을 바다 위에 떠 있는 선박처럼 진두지휘한다. 물론 갑판은 안뜰이다. 그의 호령 한마디에 묘하게도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행동 개시 하는 것을 보면 마치 소꿉놀이를 보는 것 같다. 나이 들면 아이 같아진다는 옛말이 떠오르기도 하는 장면이다.

 

저자는 15분 단위로 장소를 바꾸어 가며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그래서 마치 연극을 보는 느낌도 준다.

기억망상증을 앓고 있는 드레퓌스 선장, 과거 성폭력의 악몽에 시달리다 죽어가는 조슬린,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알마 부인, 우표 수집에 열을 올리며 어수룩한 간호사의 육체를 탐하는 원장, 남자들에게 이용당하는 간호사,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남작부인 주느비에브와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는 열혈 남편, 애정과 관심에 굶주려 변덕과 불평을 일삼는 변덕쟁이 니니, 니니의 대녀인 작가의 분신 같은 카미유의 이야기들.....

 

 

 

 

작은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연세 많은 분들의 이야기지만 마치 축소한 작은 세상 같다. 미니어처 세상....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할 분들, 곧 죽음을 앞둔 노년의 삶이지만 그 속에도 희노애락애오욕의 칠정이 다 있다.

욕망과 질투, 시기와 따돌림, 사랑과 오해들.....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는 가득하다. 나이가 들어도 그 본성은 변하지 않는 걸까. 하긴 누구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변할 거라는 건 모두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착각의 배신~~

 

인간은 살면서 좋은 기억보단 나쁜 기억을 더 많이 갖게 되나 보다. 아기일 때의 자지러지는 웃음을 나이 들수록 잃어가는 것을 봐도 그렇고, 성공보단 실패가 더 많은 것을 봐도 기쁨은 슬픔에 비해 빙산의 일각 정도 일 터이다. 그래서인지 베고니아 요양원의 노년에도 슬픔이 더 많이 배어 있다.

 

요즘 우리의 노년도 집에서 가족들과 단란히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요양원에서 보내는 삶이 늘고 있는 듯하다. 요양병원, 요양원의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의료시설이 잘 되어 있고 즉각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요양원의 장점도 많겠지만 과거 대가족제도의 미덕을 볼 때 아직은 자기 집에서 자식들에게 둘러싸여 편안한 죽음을 맞고 싶을 것이다. 간간이 손자들의 재롱을 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가 있고... 그러면서 간혹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아닌가. 요양원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덜 외로울까. 나이 들수록 외롭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늙고 병든다. 자식이 부모를 업어준다는 한자어 '늙을 노(老)'가 새삼 눈에 아른 거린다. 미덕은 단지 글자로 끝날 것인가. 가족의 따뜻함, 자식들의 부모 사랑, 노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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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6-26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금세 나이 들겠죠. 화살보다 빠른 세월이니까....노년의 삶을 한번 돌아본 계기였어요.


봄덕 2013-06-26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 동안의 일인데도 인생을 담아내서 감동인 소설입니다.^^ 나이 든다는 게 쓸쓸한 것만은 아니겠죠. 청춘과 똑 같음에 흥미로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