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아빠다! - 물구나무 그림책 66 파랑새 그림책 63
마이클 그레니엣 글.그림, 김정화 옮김 / 파랑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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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화와 언어는 달라도 이 세상의 어린이들과 부모의 마음은 똑같은가 보다. 유치원에 다니는 또래의 아이들은 과학이고 논리고 없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 거기에 맞춰 부모들은 자식의 터무니 없는 요구라도 들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꿈꾼다. 그래서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도 부모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서슴없이 한다.

책을 펴는 순간 정말이지 크레파스로 대충 그려진 듯한 그림부터 심상치 않다. 키아라를 데리러 온 아빠 품에 안기려 하는 모습은 절로 따스함이 느껴진다. 집으로 가는 도중 장난감 가게가 있나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지. 그 안에 있는 코끼리를 들여다 보며 그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망을 품는다. 그러나 아무리 허무맹랑하더라도 들어주고 싶은 게 또한 부모의 마음이다. 키아라 아빠라고 다를 리 없다.

우연히 만난 코끼리가 전해 준 코끼리가 되는 비법에 대한 책을 따라 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특히 코끼리의 상징인 기다란 코를 만드는 방법은 접혀 있는 책장을 펼치며 작가의 재치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변신한 아빠를 알아보고 오히려 좋아하는 아이. 이 또한 전형적인 아이들 모습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또 어떤가. 이제 원하던 코끼리를 얻었으니 행복해 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마지막에 놓여 있는 사자 그림이 그려진 상자를 보면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안 봐도 알 수 있다. 

말도 안 되고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으며 생활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그래도 웃을 수 있고 키아라가 사랑스러운 건 아마도 그림책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만약 지나치게 어른의 사고방식을 고집했던 사람이라면 웃음을 지을 수 없는 그런 책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진정 아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금방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게 바로 그림책의 매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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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야, 날아라! -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새잡이 소년의 이야기, 물구나무 그림책 70 파랑새 그림책 70
존 윈치 글.그림, 조민희 옮김 / 파랑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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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중반까지 읽을 때만해도 왜 부제에 레오나르도가 언급되었는지 갸우뚱했다. 그저 새잡이 아버지의 아들인 자코모가 아버지처럼 새잡이가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인데 왜 그랬을까. 그러나 조금만 더 책장을 넘기니 그 의문이 풀렸다. 어렸을 때는 많은 아이들이 아버지가 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일이 특히 어렵고 험한 일일수록 부모는 자식에게만은 그일을 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코모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비록 당신은 새잡이 일을 할지언정 아들은 공부를 해서 더 좋은 직업을 갖길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집에 없는 어느 날 왕궁에서 전령이 와서 붉은꼬리솔개를 잡아오라고 한다. 물론 자코모는 이 기회를 그냥 넘길 리가 없다. 온갖 방법으로 솔개를 잡으려고 하지만 엉뚱한 새만 눈에 띈다. 그런데 한 면에는 어떤 노인이 자코모와 상관없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모습으로 나온다. 처음에는 혹시 자코모의 아버지일까 라는 생각에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와서 살펴보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여하튼 자코모는 그물망도 쳐보고 올가미도 만들어 보지만 솔개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아까의 그 노인이 나오는 페이지에는 자코모가 보았던 새들이 함께 나온다. 무슨 수수께끼처럼 느껴질 정도로...

결국 포기하고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치게 된 솔개를 찾아 들어간 곳엔 신기한 것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순간 독자는 알게 된다. 아, 그 노인이 레오나르도였구나. 어떻게 금방 아느냐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하면 가장 유명한 모나리자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 자코모와 레오나르도는 금방 친구가 되어 함께 붉은꼬리솔개 연을 만들어 왕자에게 갖다 준다. 임무는 완수한 셈이다. 그러나 자코모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그 후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자주 갔을 테고 그래서 그에게 그림을 배웠을 것이다. 새를 그리는 새잡이가 되었다고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모두 알게 된 레오나르도의 진면목. 단순히 화가만이 아니었고 예술가이자 발명가였던 그는 많은 설계도를 남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 그것은 그냥 어딘가에 묻혀 있다가 한참 후에, 과학이 이미 많은 발명을 이룩한 뒤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너무 일찍 시대를 앞서가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은 셈이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가 어느 한 소년을 만났다는 짤막한 구절에서 힌트를 얻어 작가가 상상으로 써 낸 이야기라고 한다. 열 살의 한 소년을 만났다고 한 후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단순히 지나가는 아이를 만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그가 레오나르도에게 그림을 배우는 소년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 아닐까. 짤막한 글에 자코모의 새를 잡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둘의 우정 이야기는 오히려 우정의 깊이가 특별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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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알렝 - 텔레비전이 없었던 시절에 살았던 프랑스 소년 이야기, 물구나무 그림책 67 파랑새 그림책 68
이방 포모 글 그림, 니콜 포모 채색, 김홍중 옮김 / 파랑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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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난민이 되어 다른 나라로 가서 살면서 자신들의 전통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이 어렸을 때 살았던 마을이나 동네 사람들에 대한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서 후손들에게 알려준다고 한다. 일종의 옛이야기인 동시에 역사인 셈이다. 후에라도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후손들이 낯선 나라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았던 마을이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함일 것이다. 그와 전혀 상관없는 이 책을 보고 문득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생활이 생각났다. 왜 일까?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생활을 후에 누군가에게 알려주기 위해 서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모든 것이 부족하고 힘든 생활 속에서 그래도 아이들은 지금의 아이들과 똑같은 마음을 갖고 지낼 것이다. 전쟁 속에서도 사람들은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그래서 그 아이들이 여덟 살이 되었을 즈음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며 노는지, 혹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알렝의 모습을 따라가며 알려준다. 아직 전쟁 후유증으로 인해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어야 하고 차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우리 어른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던가. '내가 어렸을 때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에서는 항상 장난감도 만들어서 사용했고 학원 같은 것도 없어서 학교 갔다오면 노는 게 일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비록 지금의 생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할 것 같지만 그 안에 있으면 당연하게 여겨지듯 불편함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가끔 외출하는 극장 구경이나 외식을 하기도 하는 속에서 행복을 맛본다. 10킬로미터도 거뜬히 걸어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때도 미운 사람은 있게 마련인지 알렝도 얄미운 친구 때문에 잘못된 생각을 해서 크게 혼나기도 한다. 이렇듯 이야기 자체가 커다란 사건이 있거나 굴곡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아이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문화가 달라서일까. 책을 덮고 나면 무엇을 읽었는지 별 기억이 안난다. 그냥 알렝이라는 아이가 있었고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된 모습을 이야기하며 끝냈구나 라는 것 정도? 하지만 글이 꽤 많이 있는데도 만화 같은 그림을 보느라 재미있어서 책장이 잘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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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모두가 친구 8
메네나 코틴 지음, 유 아가다 옮김, 로사나 파리아 그림 / 고래이야기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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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까맣다.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라...가 아니라 까만 건 종이요 하얀 건 글씨다. 옆으로 길쭉한 책에 색이라곤 두 가지 밖에 없다. 처음에 책을 본 것이 밤이라 그런지 오른쪽에 있는 그림만 보았다. 그런데 책을 본 아이가 점자 글씨도 있네라며 혼자말을 한다. 그제서야 알았다. 하얀 글씨 위쪽에 점자가 있었다는 걸...

이책이 나오기 전부터 시각 장애인과 함께 보는 책을 만들고 있다는 얘길 들었던 터라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보니 느낌이 새롭다. 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그림에서는 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빨간 딸기를 이야기하지만 올록볼록한 딸기가 까만색으로 그려져 있다. 색깔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감각, 즉 청각이나 후각, 촉각 등을 함께 이야기한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글 자체가 하나의 시 같은 느낌이 든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읽다 보면 마지막에 나오는 '볼 수는 없지만 모든 색을 좋아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에 창비에서 나온 점자책은 점자가 확실했는데 이 책은 그렇질 못하다. 한 장에 양면으로 에폭시 인쇄를 하느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단가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그래서인지 아쉽다기 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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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먼저 그랬어요! 모두가 친구 9
가브리엘라 케셀만 글, 유 아가다 옮김, 펩 몬세르랏 그림 / 고래이야기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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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서 괜히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잔뜩 화 난 채로 누가 걸리기라도 하면 바로 싸움을 걸겠다는 심정으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나 다행히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으면 그날은 무사히 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좀 가라앉고 나서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이들도 그럴까. 아니, 어쩌면 아이들이 그런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어른보다는 감정 조절이 서투를 테니까.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남의 감정을 읽는 기술이 부족하기에 결국은 싸움이 되는 것일 게다. 여기 나오는 타틴처럼. 그러기에 타틴이 먼저 화를 냈으니까 나도 화를 낸다는 자연스러운 결말에 다다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금방 풀어지니까. 친구가 내민 초콜릿에 마음이 점점 누그러진다. 여기서 초콜릿은 단순히 먹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타틴이 몸도 마음도 지쳐서 자신이 왜 화를 냈는지도 모르겠고 후회도 되는 참에 친구가 내민 따뜻한 마음을 받았기에 그런 것이겠지. 

무엇엔가 잔뜩 화가 난 타틴의 표정이 참 잘 표현되었다. 그리고 마주친 친구와 싸웠을 때 친구의 부모가 와서 데리고 가며 '쟤는 왜 저래?'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장면은 이상하게 눈길을 잡는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아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 같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화된 그림과 채도가 낮은 배경색이 끝까지 이어지는 그림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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