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냄새 나는 개 (양장) - 할리의 심각한 문제
대브 필키 지음, 임영라 옮김 / 푸른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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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을 보자마자 우리집 개가 떠올랐다. 입 냄새가 어찌나 심한지 장난으로 손을 물기라도 하면 바로 씻어야 할 정도다. 처음부터 양치를 해줬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미루다 보니 이젠 엄두도 못 낸다. 그런데 우리개와 똑같이 입 냄새를 풍기는 개가 있다니... 오죽하면 혹 입 냄새 없애는 방법이라도 있지 않을까라는 허무한 생각마저 들었을까.

토시스 가족은 할리의 지독한 입 냄새 때문에 항상 코를 틀어막고 있다. 하지만 할리는 아는지 모르는지 입을 헤~ 벌리며 좋아한다. 그럴 때마다 주변으로는 초록색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사실 처음엔 그 초록색이 뭘까 한참 들여다봤다. 한참을 넘긴 후에야 그것이 할리 입에서 나는 냄새라는 걸 알았다. 어쩜 이리도 순진할까. 식구들은, 아니 식구들 뿐만 아니라 할리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주위 사람들은 숨 막혀 죽을 것 같은데 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좋아서 입을 헤벌쭉 벌리고 다닌다. 스컹크마저 할리를 피할 정도라니 말 다했지.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엄마 아빠는 개를 남에게 주기로 한다. 그것도 공짜로. 물론 아이들은 할리를 보내고 싶지 않으니 냄새 없앨 방법을 이리저리 궁리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롤러코스터를 타면 혹 냄새가 사라질까 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그림이 너무 재미있다. 하필이면 할리가 맨 앞에 타서 또 입을 헤 벌리며 좋아하는 바람에 뒤에 있던 사람들은 실신 직전이 되고 만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난다. 그냥 미소가 아니라 폭소가.

결국 아이들은 포기를 하고 마지막 밤 인사를 한다. 이 때도 아이들은 슬픈 표정인데 할리는 순진무구한 표정 그 자체다. 그런데 마침 도둑이 들고 아무나 좋아하는 할리는 도둑들에게 멋진 키스를 해주고 만다. 그 다음은 어찌 되었느냐고? 그 입 냄새를 진하게 맡고도 제정신일 리가 없지. 그렇게해서 할리는 떠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식구들은 집게로 코를 막고 생활하고 집 앞에는 경고문을 붙인다. "개 조심 입 냄새 고약함"이라고.

아이가 책을 다 보더니 이 작가는 재미있는 책을 쓰나보다고 한다. 왜? <빤스맨>도 재미있으니까. 그러면서 도둑이 나타나기 전에 창문에 보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래? 난 못 봤는데.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서 아이가 가리키는 데를 보니 정말 작고 검은 그림자로 도둑이 있다. 역시 아이들은 어른보다 그림을 더 자세히 관찰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게 만드는 책. 그나저나 할리의 입 냄새의 원인을 찾거나 없애는 방법은 아예 없으니 우리 강아지도 포기하고 그냥 살아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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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우리 동네가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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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판형에 오밀조밀 배열된 그림들. 평면적인 그림들이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보다. 사실 처음엔 의욕적으로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넘어가도 끝날 줄을 몰라서 결국 뒷부분은 내일 읽어주기로 했다. 그만큼 내용이 은근히 많다는 얘기다.

아이들의 발달 순서 상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다가 조금씩 주변으로 관심을 넓혀간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도 이웃에 관해 배우지 않던가. 처음엔 유아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했다가 문득 아이가 마을 지도를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니 오히려 저학년들이 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네 주변을 돌며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여러 가게들도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거창하고 길게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한 두 줄의 글로 모든 것이 설명가능하다. 특히 가게 제목만 봐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떻게 하는 곳인지 알 수 있다. 편지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보여주고 각 병원에서 어떤 진료를 하는지도 보여준다. 그리고 둘째가 좀 더 어렸을 때 엄청나게 좋아했던 모든 탈 것들이 총출동한다. 불도저와 압착기, 소방차, 기차, 주유소와 정비소, 항구까지 모든 것이 다 있다. 아이도 알고 있다. 예전에 이런 걸 보며 본인이 얼마나 흥분했었는지를.

수리가 필요한 분야를 읽다 보니 그에 관한 다양한 직업이 있음을 알고 나 또한 놀랐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이렇게 묶어 놓으니 엄청 다양한 것이다. 또 한 그루의 나무가 어떻게 가구가 되고 어떤 가구가 되는지도 나와 있다. 마지막에는 질서를 지키기 위해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며 마무리한다. 이 한 권이면 우리 동네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싹 풀리겠다. 또한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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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동시 그림책 I LOVE 그림책
조이스 시드먼 지음, 신형건 옮김, 베스 크롬스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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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자마자 탄성이 나온다. 와, 내가 좋아하는 판화그림책이구나. 사실 판화그림책은 색이 다양하지 않고 표현도 섬세하지 않은데도 왜 그리 멋있는지 모르겠다. 겉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양면 가득한 그림은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아이들에게 동시책을 잘 안 사주는 이유는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먼저 나조차도 썩 내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훈련이 되지 않은 부모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시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죄책감마저 든다. 

그런데 이건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닌가보다. 오죽하면 옮긴이도 그런 얘기를 했을까. 정말이지 시 좋아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어도 수수께끼 좋아하는 아이들은 대부분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둘째도 시는 결코 좋아하지 않는데 수수께끼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인지 열심히 보고 있으니 말이다.

첫 장부터 시를 읽고 또 읽으며 그림도 보고 힌트를 얻는다. 혹 이거 아닐까하고 생각하고는 뒷장을 넘기면 답이 나온다. 특히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에서 말하는 것이 살짝 보이기 때문에 눈치로 맞출 수도 있다. 물론 가끔은 너무 생소한 식물이라 그림을 뻔히 보면서도 알 수가 없지만.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초원에서 생각의 일치를 이뤄낸 듯하다. 둘 다 초원을 보고 경이로움을 느끼거나 마법과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고 하니 말이다. 하긴 그러니까 이렇게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치 글과 그림을 한 사람이 작업한 것처럼 잘 어울린다.

다양하지 않지만 강렬한 색상과 섬세하지 않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선에서 초원의 마법이 느껴진다. 거기에는 유순한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있다. 먹고 먹히는 관계도 있는 것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니 나도 저 멀리 있는 초원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봐도 그림이 참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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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니?
안체 담 지음 / 보림큐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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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면서 내 상상력과 창의력에 대단히 의문(아니 의심)을 품었다.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로 시작해서 난 왜 이런 생각을 전혀 못할까로 방향전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저 독자일 뿐이고 안테 담은 작가라며 위안을 삼는다. 그런데 저자는 원래 건축학을 공부하고 그 분야에서 일하다가 두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어린이 책을 썼단다. 이런 상상력과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너는 누구니'가 반복되어 나타나고 그 옆에는 변하기 전의 물체가 나온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내 창의력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물체가 나온다. 당근이 나오면 당근으로 토끼 귀를 만들고 그 아래에는 토끼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이건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털실 뭉치가 놓여 있으면 복슬복슬한 양의 몸통을 만들고 종이로 양을 그려 놓는다(요건 표지에 있으니 쉽게 짐작 가능하다). 또 단추 네 개를 놓고는 돼지를 그려 넣는다. 참 이상하지. 단추로 만든 코가 놓인 돼지 그림을 보고 앞장의 단추를 보면 돼지가 어른거리는데 단추 먼저 보면 절대 돼지가 어른거리지 않으니 말이다.

계속 이어지는 너는 누구니에 이어서 상상을 뛰어 넘는 기발한 그림과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절로 키워질 것 같다. 아니 꼭 이 책을 보고 대단한 효과가 없더라도 하나의 사물이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 해도 어딘가. 유아들이라고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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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3
버나 알디마 지음, 김서정 옮김, 다이앤 딜론 외 그림 / 보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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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부족이라면 그들의 문화보다 걷는 방법 때문에 신발 이름으로 먼저 접한 부족이 아닐까 싶다. 요즘 모임에서 세계의 신화를 읽고 있는데 마침 잘 됐다. 아프리카 부족의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낸 것은 모두 인상깊게 보았던 터다. 게다가 딜런 부분의 그림이라니 더 기대된다. 

책을 펼치면 마사이 부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막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대부분 여자들로 보인다. 남자들은 연극에 투입된 걸까. 황토색의 단조로운 옷에 비해 목에 두른 장식과 귀걸이와 머리띠가 엄청 화려하다. 이런 모습은 일러스트레이터인 딜런 부부가 전통을 그대로 되살려 낸 것이라고 한다. 가면만 그들 부부의 작품이라지.

무대 뒤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때까지는 독자는 그저 제 3자다. 배우들을 보고 있고 배우를 기다리는 관객을 보고 있는 책 밖의 독자일 뿐이다. 드디어 막이 열리고 연극이 시작된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전형적인 옛이야기다. 모두 가면을 쓰고 있고 물결 무늬의 천이 막대에 묶여 있다. 실은 이게 무엇인지 처음엔 몰랐다. 나중에 토끼가 호수에 빠졌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하며 그림을 보다가 그것이 호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연극이 시작될 때까지 그런가 보다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어, 내가 독자이면서 관객이 되었네.

많은 동물들이 나오고 각각의 동물들이 어리석은 방법으로 토끼를 도우려고 할 때마다 저런 멍청하긴 하며 완전 관객으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렇다. 처음에 나왔던 관객들은 그 후에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읽는 내내 중간에 죽 그어진 줄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혹 글과 그림을 구분하기 위해서 그런 걸까. 그렇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그림이 그 선을 넘어서도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차근차근 그림을 살펴보니 그것은 막을 설치하기 위해 매어 놓은 줄이다. 실내가 아니라 밖에서 하는 연극이니 나무와 나무를 끈으로 묶고 거기에 막을 설치했던 것이다.

연극을 하는 마사이 족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들은 좋은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참 즐길 줄 아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추석 때 연극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모두 전문가의 공연을 보러 가거나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참여는 없어지고 오로지 관객으로만 존재한다. 문득 이들의 문화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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