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7번째 일요일 소담 팝스 1
자비네 루드비히 지음,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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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A를 선택했을 때의 삶과 B를 선택했을 때의 삶을 보여주던 게 생각난다. 살아가면서 중대한 결정을 해야하지만 어느 것으로 해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두 가지를 다 살아보고 결정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요즘 어느 개그 프로에서도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보며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하다. 두 가지 삶을 살아볼 때는 다른 삶에 대해 전혀 개입을 못하는 반면 시간을 되돌리는 이야기에서는 시간이 되돌아갔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이 책도 시간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나온다.  

가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대개는 일이 크게 잘못되었거나 큰 실수를 했을 때다. 둘째는 일요일 저녁만 되면 무척 아쉬워하며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단다.편안한 일요일이 거의 끝나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긴 나도 예전에 그랬다. 여기서 내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과 둘째가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시간'을 통제하고 싶다는 생각은 같다. 시간은 절대 돌이킬 수 없다는(적어도 아직까지는) 사실 때문에 그러한 이야기에 은근히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진짜로 시간이 되풀이되고 있다면 어떨까. 프레디처럼 말이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일요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방학 마지막날이라면 누구라도 다음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프레디는 우연히 계속 일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고, 그것이 실현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혼자만 그 사실을 눈치챘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도 함께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냥 휴가와 같은 날을 보내면 되는데 프레디 혼자만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기껏 청소하고 성적표에 사인 받아놓고 보고 싶지 않은 편지를 버려도 다음 날이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와있다니, 한편으로는 고통스럽겠다. 

그러나 반복되는 프레디의 일요일은 똑같은 날이 하나도 없다. 전날 실수한 부분을 만회하거나 미리 사건을 예방하려고 하지만 결국 다른 사건을 만들고 만다. 물론 그 다음 날이 되면 결론적으로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똑같은 시간의 띠를 혼자만 맴돌고 있다. 왜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프레디 혼자만 그걸 느끼는 것일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시간의 뫼비우스 띠를 끊을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것은 당연히 주인공인 프레디였다. 그러니까 작가가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장치였던 셈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반복되는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과연 프레디는 똑같지만 새로운 날을 어떻게 맞이할까에만 신경썼다. 그러나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프레디뿐만 아니라 가족이 안고 있던 문제가 드러나고 조금씩 해결되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언니와 사사건건 부딪치자 언니를 미워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니 일요일이 반복될수록 언니와의 추억을 생각해낸다. 그러면서 언니가 일방적으로 화나게 만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엄마 아빠와의 관계도 그렇고 요양병원에 있는 할머니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시간만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프레디의 성장이 들어 있다. 그리고 가족의 화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가 들어있다. 단순한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고 이처럼 주인공의 변화가 들어있는 진정한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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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2016-12-2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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