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후의 선택 - 제1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70
김태호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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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도서관에 들여놓은 게 2017년이니까 읽은 것도 그 때였을 게다. 참 많이 늦은 리뷰다. 이 책을 읽고 얼머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그 해에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말하고 다녔고 어린이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다녔다. 이번에 어떤 분이 이 책의 한 단편을 가지고 독서토론을 한다기에 다시 살펴보게 되었고, 마구마구 리뷰를 쓰고 싶어졌다.

 

총 9편의 단편이 들어있는데 처음부터 일반의 상식을 깬다. <남주부전>이라니. 별주부전은 들어봤으니 그걸 패러디한 것이려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아빠가 이상한 곳에서 내리는 걸 본 담이가 아빠를 따라가다 마주한 사건은, 정말이지 말이 안 나온다. 토끼와 용 사장 등 주변 상황은 별주부전을 생각나게 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니 말이다. 하긴 용사장이 '간'을 찾으려고 했으니 별주부전에서 아주 빗나간 것은 아닐 게다.

 

표제작인 <제후의 선택>은 확실히 일반의 상식을 깬다. 이 또한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니 말이다.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웃게 만드는 이야기다. 가장 기가 막혔던 단편은 <나목이>다. 오죽하면 읽고 나서 혼자 웃었을까. 쫓겨난 아이들에게 감정 이입하며 읽었는데 마지막에 밝혀진 진실이라니. 완전 배신 당했다.

 

<창 안의 아이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뭔가 답답하고 얘네들 지금 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고양이가 다쳐서 누워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왜 담요를 던져주고 심각한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내려 앉고, 콧김을 연기처럼 뿜어내며 신경질을 부리는 건 또 뭐고. 그러나 이들은 모두 인터넷 대화창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 그동안 아이들의 행동이 그려졌다. 그리고 허무했다. 현실이지만 대화창 안에서는 현실로 인식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철없음이. 그러면서 한편 오싹했다. 어디 이게 아이들 뿐일까라는 생각에.

 

이처럼 나머지 이야기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재미있고 신선하며 톡톡 튀는 이야기들이다. 이 작품을 통해 김태호 작가에게 홀딱 빠졌다. 다음부터 이 작가의 책은 무조건 읽기로 했고 실제로 그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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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재와 키완 - 두 아이가 만난 괴물에 대한 기록,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75
오하림 지음, 애슝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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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분야에서 참으로 독특한 책이다. 서술자 '나'가 등장해서, 아니 등장한다기 보다 불쑥불쑥 나타나서 끼어드는 느낌이다. 처음에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시점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인 경우 서술자가 등장인물들과 함께 있어야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즉, 관찰자(혹은 서술자)가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독자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모든 상황을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는 용이하지만 감정이입의 강도가 약하다. 이럴 때는 대개 작가가 설정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거나 독자의 취향에 맞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이 책은 서술 방식을 보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인데 어느 부분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 같은 느낌이 든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가다가 갑자기 서술자가 불쑥 나타나서 이야기에 개입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어디에 마음을 두고 읽어야 할지 모호해서 왔다갔다 하게 된다. 처음에 당황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 미래에서 타임슬립을 했다는 이야기지만 장르를 SF라고 부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주로 이야기하는 게 미래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우정과 성장에 대한 것이니까. 그러면서 감수성 예민한 순재의 말을 통해 어른들이 강요하는 일반 가치를 교묘하게 꼬집는다. 

 

한 번 읽으면 '뭐지?"하다가 두 번째 읽으면 '아하!'하게 되고, 또 한 번을 읽으면 '우와!!' 감탄하게 되는 책이다. 올해 읽은 우리 동화 중 제일 인상 깊은 책으로 꼽는 책.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란다. 그러고 보니 재작년에도 <제후의 선택>을 그 해 읽었던 최고의 책으로 꼽았는데 그것도 동일 출판사의 대상 수상작이었다. 작년 수상작인 <와우의 첫 책>은 그저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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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교사지회 목록 선별 작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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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비아
모르텐 뒤르 지음, 라스 호네만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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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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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현대사
장석준 지음 / 노란상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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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 이게 바로 미래야!
제시 하틀랜드 지음, 피노 옮김 / 책읽는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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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럼포의 왕 로보 - 세상을 바꾼 한 마리 늑대 이야기
윌리엄 그릴 글.그림, 박중서 옮김 / 찰리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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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세상을 바꾼 한 마리 늑대 이야기'다. 그래서 행복한 결말을 기대했으나 역시나 아니었다. 커다란 그림책 판형에 80여 페이지라 묵직한 책이다. 1학년 꼬마가 반납하며 재미있었다는 혼잣말에 혹 해서 읽었다.

 

1862년 뉴멕시코 주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국이 형성되는 과정이 만화처럼 작은 그림으로 이어져 있다. 첫 페이지 설명에는 그 당시에는 늑대가 자유롭게 돌아다녔지만 유럽인 정착민들이 나타나면서 동물들의 서식지에 변화가 생겼다는 글이 있지만 그림은 원주민들이 이주민(유럽 정착민)들에 의해 쫓겨나는 그림이다. 그래서 혹시 늑대가 원주민을 의미하는 단어일까 살짝 의심하고 다음 페이지를 읽었으나 다음부터는 진짜 늑대에 대한 이야기다.

 

회색 늑대 무리를 이끌고 커럼포 계곡을 누비는 늙은 로보는 영리하고 용감하다.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목장과 농장 주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들의 가축 떼가 공격당할 것을 암시하는 울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로보가 죽기를 바란다. 또한 누군가가 죽여주기를 바라며  현상금을 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사냥꾼이라도 로보에게는 못 당한다. 그만큼 로보가 영리하기 때문이다.

 

이때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이 나타난다. 그렇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턴 동물기'의 그 시턴이다. 동물의 특징을 관찰하고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시턴이 사냥꾼이라니. 원래 시턴은 정교한 관찰화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에 사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단다. 로보를 사냥하기 위해 나선 시턴은 몇 번의 실패 끝에 로보를 생포하기에 이른다. 시턴이 로보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동물의 습성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시턴은 로보를 잡기 위해 궁리하면서 동시에 로보가 단지 먹이를 얻기 위해 농장의 가축을 습격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들이 숲을 점령하면서 늑대들의 서식지가 줄어들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로보를 잡았지만 로보는 물과 먹이를 모두 거부하고 이튿날 죽는다.

 

'이 일은 내 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었다고.'고 회상할 정도로 로보의 죽음은 시턴이 변하는 계기가 된다. 이 후 시턴은 두 번 다시 늑대를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머지않아 시턴은 <커럼포의 왕, 로보>를 썼고 늑대 종과 큰 위기에 처한 미국의 야생을 보호하는데 남은 생을 바친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시턴은 로보의 죽음 이후의 시턴이었던 것이다. 

 

주인공이 시턴이 아니라 로보였기에 읽는 내내 로보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안타까웠다. 마지막에 로보가 잡힐 때는 혹시 달아나지 않을까, 신기한 힘으로 탈출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았다. 그러나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로보를 담담하게 그리는 작가와 자연을 자연으로 바라보는 시턴의 시선과,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독자의 현실이 얄미웠다. 로보는 죽어서 세상을 바뀌게 만들었다. 시턴이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로보에 대한 이야기이자 시턴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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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위대한 해적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42
다비드 칼리 글, 마우리치오 A. C. 콰렐로 그림, 박우숙 옮김 / 현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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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튼튼한 산 같기만 했던 아빠가 어느 순간 내가 돌봐드려야 할 만큼 쇠약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식의 마음은 슬프기도 하고 감사하고 죄스런 마음일 것이다. 그런 순간순간을 느낄 때 철 드는 것이라고 말하겠지.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 한 가지는 고등학생 때인지 대학생 때인지로 기억되는 어느 추운 겨울날 약속이 있어 버스타러 가는데 아버지는 경운기를 끌고 나무하러 가는 모습이다. 엄마와 동생과 나는 따스한 방에서 뒹굴고 있다가 약속이 있어 나가던 차였다. 시골의 겨울은 농한기라고 하지만 당시만 해도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시절이라 아버지는 겨울에도 쉬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무엇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낮잠 한번 주무시지 않고 그렇게 일을 했을까. 아니 쉬고 싶다거나 하기 싫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을까. 아버지의 숙명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자식에게 하는 것도 그렇다. 이래서 내리 사랑이라는 것일까. 그 겨울에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철이 조금 들었던 듯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부모로만 보다가 그때 처음으로 개인으로서 아버지를 생각했다고나 할까.

 

이 책 <우리 아빠는 위대한 해적>도 내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궤적을 따른다. 이 책의 주인공은 훨씬 어린 나이에 철이 들었다는 점만 다르다. 주인공의 아빠는 일하러 멀리 떠났다가 여름에만 2주 정도 머문다. 아빠는 집에 오면 주인공에게 갖가지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적으로서 했던 모험 이야기를. 그 이야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러다 아홉 살 여름에 아빠는 오지 않고 전보가 도착한다. 엄마는 말 없이 주인공을 데리고 아빠에게 간다. 해적인 아빠를 보러 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기차를 타고.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만난 아빠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아빠가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날'이기도 하다.

 

해적으로 모험을 한 줄 알았던 아빠가 사실은 타국의 광산에서 석탄 캐는 일을 했던 것이다. 물론 그동안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고. 주인공은 아빠를 사랑하긴 하지만 거짓말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 날 지하실에서 아빠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바다로 나가고 싶어했으나 돈을 벌기 위해 광산으로 가야만 했던, 그래서 자신의 꿈은 이야기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광산이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고 후 처음으로 간 광산에서 진정으로 아빠를 이해하게 된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그동안 아빠가 들려주었던 모험 이야기에 등장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이 있는 바다가 아니었을 뿐 광산은 그들의 희망호였고 동료를 집어삼킨 바다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제야 인정한다. 아빠는 해적이 아닌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아빠에 대한 시선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책이다. 거짓말 했다고 따지지 않지만 이해하지 못해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에 대한 오해가 풀렸을 때 사랑과 감동이 더 배가되었을 것이다. 이때 사랑은 주인공의 아빠에 대한 감정이요, 감동은 주인공이 아빠를 이해하는 깊이에 대한 것이다. 독자는 어느 순간 주인공이 되었다가 다시 빠져나와 독자가 되는 두 가지 경험을 한 셈이다.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나 <적>에서 만났던 다비드 칼리는 유쾌하게 비판하는 작가라는 인상이었던 데 반해 이 책은 인생의 깊이와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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