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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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그림과 독특한 이름 때문에 기억 속에 콕 박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이름이 결코 쉽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한번에 기억이 되었다. 처음 <파란 막대 파란 상자>를 만났을 때부터. 아마도 그녀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폴란드 사람인데도 한글에 매력을 느껴 외국인이 한글에 대한 그림책을 냈으니 어찌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있을까.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 이 책은 어른이 꼭 보아야 할 책인 것 같다. 특히 막 결혼을 했거나 아무 생각없이 결혼을 해서 상대가 나에게 맞춰 주기만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나도 한때는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나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나타나는 크기가 다른 두 개의 옷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단추가 하나는 웃는 모습이고 하나는 찡그린 모습이다. 물론 옷은 하나는 여자 것, 다른 하나는 남자 것이다. 둘이 함께 산다는 것은 더 쉽기도 하고 더 어렵기도 하다며 말문을 연다. 당연한 말씀. 또한 열쇠와 자물쇠 같다고도 이야기한다. 수많은 열쇠와 자물쇠가 있어도 꼭 맞는 것은 딱 한 개씩이라며. 그리고 결정적인 한 마디. 가끔 열쇠가 없어지기도 하고 자물쇠가 막히기도 한단다. 아마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서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특히 내 잘못보다는 상대의 잘못이 더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하나하나의 그림과 이야기들이 어쩜 이리도 공감할 수밖에 없을까 감탄을 하며 읽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다 읽어주고 책장을 덮으며 '그럼 결혼이란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라며 혼잣말을 했다. 이런 것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힘들었던 시기는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책들을 읽으며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법을 어려서부터 알게 된다면 그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결혼을 하면 우리처럼 그런 시행착오는 덜 겪지 않을까.(책에서는 두 사람이란 형제일 수도, 모녀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내내 부부에 대입하며 읽었다.) 독서란 그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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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1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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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엄마 이야기 사계절 그림책
신혜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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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목만 들었을 때는 엄마가 셋이라는 것에 다른 의미를 뒀었다. 엄마가 둘이라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셋이라면...? 그러나 그림을 보는 순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겉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그림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을 떠나 어딘가로 끝없이 달려가는 이삿짐 센터 차가 보인다. 도로의 상황을 보아하니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로 이사를 가는 것 같다. 그림이 마치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그림이지만 그렇다고 정확히 위에서 내려다봤다고도 할 수 없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아이가 이 그림을 보더니 짧은 한 마디를 내뱉는다. 상식을 무시한 그림이라는 뜻이겠지. 이런 비슷한 구조, 즉 도시를 떠나 어딘가로 이사를 가는 그림이 표지 안쪽부터 나오는 그림이 생각난다. 바로 권윤덕 작가의 <만희네 집>. 그러고보니 그림풍도 비슷하다.

그렇게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곳은 복숭아꽃 살구꽃이 활짝 핀 어느 시골이다. 넓은 밭이 딸리 작은 집이라는데 정말이지 밭이 엄청 크다. 저 넓은 밭에 무얼 심을까 고민하던 엄마는 콩을 심기로 한다. 그리고 콩을 사다가 심는데 맙소사, 숟가락으로 땅을 파고 콩 한 알을 넣는다. 그렇게해서 언제 다 심으려나 내가 다 걱정이 된다. 오죽하면 동네 할머니들도 놀라서 눈을 동그렇게 뜨고 있을까. 그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국 엄마는 자신의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여기서 잠깐. 할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사위도 지나치며 쌩 달려가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난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고. 그렇게 해서 조금 일손이 늘었으나 그것으로는 역부족이다. 결국 할머니가 자신의 엄마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고야 만다. 그런데 엄마와 엄마의 엄마가 밭일을 하는 사이 아빠는 빨래를 해서 널고 있다. 음... 여느 집 모습과는 좀 다르네.

그런데 이 할머니의 등장은 더 웃기다. 소를 타고 나타난 것이다. 여자들은 반색을 하고 남자들은 황당해하는 모습이라니. 우여곡절 끝에 콩을 다 심고 농기구를 닦는다. 그러나 곡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심기만 한다고 되나.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하는 것이지. 콩밭에 풀이 난 것인지 풀밭에 콩을 심은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엉망인 밭을 가꾸느라 사대는 다시 한번 뭉친다. 이때도 역시나 남자들은 새참 내오는 역할을 맡는다. 남자들은 추수하는 장면 이후로 함께 참여한다. 그렇다면 그 전까지는 할일이 없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희망이 없는 것 같아 아예 뒤로 빠졌던 것일까. 

여하튼 좌충우돌 일 년 농사가 끝났다. 처음하는 밭일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콩꼬투리를 하나씩 하나씩 손으로 까질 않나 폴 뽑는다고 콜까지 뽑질 않나... 그런데 정말 처음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직접 경험했던 것을 쓴 것이라고 하니 더 실감이 나는 것일 테다. 콩을 심기부터 거두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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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은 엉망진창! 미래그림책 85
마티아스 조트케 글, 슈테펜 부츠 그림, 김라합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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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순간 모두 둘째를 보고 외친다. 네 방 이야기다! 얼마나 정리를 안하는지 책상 위에서 공부를 할 수가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누나가 그 위에서 잠깐 뭔가를 하려다가 너무 지저분한 책상을 치워준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바닥은 또 어떻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지금은 깨끗한 거라며 오히려 큰소리다. 더 어렸을 때는 온통 장난감 투성이였다나 어쨌다나.

올레 방도 만만치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더 심하다. 아빠 곰이 올레의 방을 보고는 화를 억누르며 방을 치우라고 말하는 모습이 꼭 우리집 같다. 그러나 그 후에 보여지는 모습은 우리집과 너무나 너무나 다르다. 우리집 같으면 조금만 꾸물대거나 다른 일을 먼저 했다가는 당장 큰소리가 나고 말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울면서 장난감을 치우겠지.

그런데 올레 아빠는 비록 화를 억누르긴 했어도 아이의 말을 들어줄 줄 알고 마음을 이해할 줄 아는 근사한 아빠다. 비록 올레가 치우기 싫어서 변명을 하는 것이 뻔히 보이더라도 그럴듯한 근거를 대자 오히려 똑똑하다며 감탄을 하지 않던가. 그리고 청소하지 않은 것을 꾸짖는 것이 아니라 똑똑한 생각을 했다며 올레를 칭찬한다. 그리고 서로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머리싸움에 들어간다. 와, 우리나라 아빠들 중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모르긴해도 십중팔구 어디 아빠에게 대드냐며 더욱 화를 내겠지. 이런 게 바로 문화의 차이라는 건지...

그렇게 둘은 질서와 무질서의 장단점을 주장하느라 지저분한 방은 그대로 둔 채 사이좋게 앉아서 토론을 한다. 이렇게 아이와 이야기를 한다면 창의력은 걱정 없겠다. 완전 산교육이잖아. 어쨌든 아빠의 찬찬한 설명 덕분에 올레가 자신의 방의 무질서에 대해 자각한다. 그렇다면 아빠의 승리?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오만한 어른이 아닌 듯하다. 아빠가 함께 치우자고 제안하는 것을 보면.

둘은 깨끗하게 방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논리도 정리한다. 인생의 반은 질서가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무질서가 차지한다는 진리도 함께 말이다. 그러면서 아빠 곰은 시종일관 똑똑한 자기 아들을 보며 얼마나 흐뭇해하던지. 그리고 정리된 방에서 신난게 놀아준다. 결국 방은 다시 엉망이 되고 만다.

아이의 논리를 인정해주고 받아주는 것도 모자라 함께 청소도 하고 나중에는 다시 놀아주기까지... 아주 완벽한 아빠다. 이 책은 아이들이 볼 것이 아니라 아빠들이 봐야할 것 같다. 리모콘 갖고 싸우는 아빠가 아니라 이렇게 아이와 논리로 싸우는 아빠로 만들려면 어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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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지팡이 여행 사계절 그림책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김용연 그림, 이승숙 옮김 / 사계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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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쁜데도 안경을 쓰지 않다가 운전을 하면서 도저히 안 되겠기에 쓰기 시작했다. 처음 안경을 쓰고 사물을 볼 때 얼마나 선명하고 세상이 달라 보이던지... 신호등이 점점이 LED가 박혀 있는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냥 전체가 초록색이나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안경의 도움을 받아 사물을 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점점 눈이 나빠진다면...

이게 바로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발레리도 처음에는 두꺼운 안경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불편함 없이 지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안경을 써도 잘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강아지를 모양대로 오려야하는데도 꼬리를 잘라버리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전보다 더 안 보이게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동생이나 친구들은 농담이라지만 눈이 멀었나보다고 핀잔을 준다. 진짜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발레리에게 그 소리는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결국 발레리는 앞이 하나도 안보이게 되자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다른 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따로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씩 수자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다. 발레리는 수자 선생님에게 여러가지를 배우며 차츰차츰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발레리의 시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급기야 지팡이를 사용해야 할 정도까지 간 것이다. 처음엔 발레리도 화가 나서 거부했지만 선생님의 설득과 도움으로 흰지팡이 사용법을 익히고 받아들이게 된다.

친구들은 발레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지만 어른들은 그렇질 않다. 단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인데도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것처럼 발레리 앞에서 동정하는 말을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이 책은 후천적 시각 장애를 갖게 된 발레리의 생활을 통해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나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까지 두루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래야 한다느니 저래야 한다는 식으로 훈계를 하지 않는다. 다만 발레리의 말과 행동을 통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아마도 발레리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긍정적인 사고가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 현실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가 없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 때문에. 과연 우리나라에서 시각 장애 아동이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된 학교가 얼마나 될까. 이제 우리도 제발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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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에 싹이 나서 낮은산 그림책
김성종 글.그림 / 낮은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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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에 얽힌 웃지 못할 추억이 있다. 시골에서 자랐고 지금도 부모님은 시골에 계시건만 감자에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감자꽃은 없다고 박박 우겼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웃겼던지.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자주 감자꽃이 자주빛인 걸 보았던 기억이나 감자꽃 열매를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도 한다. 즉 감자꽃이 핀다는 것을 몰랐던 게 아니라 그냥 지나쳤다는 얘기다.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이라는 시를 그때 알았더라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감자를 심을 때는 눈을 한 두개씩 있도록 자르고 재를 묻힌 다음 밭에 심는다는 것은 안다. 비록 직접 심은 적은 없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유치원 때 심어봤지만 정작 난 감자를 잘라서 재를 묻힌 것을 보기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감자 심기 체험을 하면서 감자를 심었다.


책에 나오는 그림과 어쩜 이리 똑같을까. 이 책에서도 창고에 떨어졌다가 생쥐 도움으로 밖으로 나온 감자를 잘라서 땅에 심었다. 이런 감자를 심었다가 여름이면 훨씬 생생하고 맛있는 감자를 수확한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감자를 심었던 경험을 쓰고 그려서그런지 정말 실제와 똑같다. 집안 한켠에 있는 밭에 여러 가지 채소와 감자를 심으며 생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림에 나오는 아저씨가 혹시 저자가 아닐까라는 생각부터 집이나 마당, 한켠에 쌓여 있는 나무들 모습이 모두 직접 보고 그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안 그러면 이렇게 시골의 모습이 그대로 나올 리가 없을 테니까.

감자를 심고 싹이 나는 과정까지를 자세하게, 그리고 푸근하게 보여주고 있는 정감있는 책이다. 비록 기교나 흔히 말하는 문학성은 차치하고라도 이렇게 시골의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책을 보면 언제나 따스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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