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야, 날아라! -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새잡이 소년의 이야기, 물구나무 그림책 70 파랑새 그림책 70
존 윈치 글.그림, 조민희 옮김 / 파랑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중반까지 읽을 때만해도 왜 부제에 레오나르도가 언급되었는지 갸우뚱했다. 그저 새잡이 아버지의 아들인 자코모가 아버지처럼 새잡이가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인데 왜 그랬을까. 그러나 조금만 더 책장을 넘기니 그 의문이 풀렸다. 어렸을 때는 많은 아이들이 아버지가 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일이 특히 어렵고 험한 일일수록 부모는 자식에게만은 그일을 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코모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비록 당신은 새잡이 일을 할지언정 아들은 공부를 해서 더 좋은 직업을 갖길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집에 없는 어느 날 왕궁에서 전령이 와서 붉은꼬리솔개를 잡아오라고 한다. 물론 자코모는 이 기회를 그냥 넘길 리가 없다. 온갖 방법으로 솔개를 잡으려고 하지만 엉뚱한 새만 눈에 띈다. 그런데 한 면에는 어떤 노인이 자코모와 상관없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모습으로 나온다. 처음에는 혹시 자코모의 아버지일까 라는 생각에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와서 살펴보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여하튼 자코모는 그물망도 쳐보고 올가미도 만들어 보지만 솔개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아까의 그 노인이 나오는 페이지에는 자코모가 보았던 새들이 함께 나온다. 무슨 수수께끼처럼 느껴질 정도로...

결국 포기하고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치게 된 솔개를 찾아 들어간 곳엔 신기한 것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순간 독자는 알게 된다. 아, 그 노인이 레오나르도였구나. 어떻게 금방 아느냐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하면 가장 유명한 모나리자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 자코모와 레오나르도는 금방 친구가 되어 함께 붉은꼬리솔개 연을 만들어 왕자에게 갖다 준다. 임무는 완수한 셈이다. 그러나 자코모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그 후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자주 갔을 테고 그래서 그에게 그림을 배웠을 것이다. 새를 그리는 새잡이가 되었다고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모두 알게 된 레오나르도의 진면목. 단순히 화가만이 아니었고 예술가이자 발명가였던 그는 많은 설계도를 남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 그것은 그냥 어딘가에 묻혀 있다가 한참 후에, 과학이 이미 많은 발명을 이룩한 뒤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너무 일찍 시대를 앞서가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은 셈이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가 어느 한 소년을 만났다는 짤막한 구절에서 힌트를 얻어 작가가 상상으로 써 낸 이야기라고 한다. 열 살의 한 소년을 만났다고 한 후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단순히 지나가는 아이를 만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그가 레오나르도에게 그림을 배우는 소년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 아닐까. 짤막한 글에 자코모의 새를 잡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둘의 우정 이야기는 오히려 우정의 깊이가 특별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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