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대장 호랑이 - 촉감 놀이 그림책
데버러 잭슨 글, 얀 루이스 그림, 송정애 옮김 / 보림큐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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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6학년이다. 장차 동화 작가가 되겠단다. 그런 아이가 이 책을 보더니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이런 책 만드는 사람들은 머리가 좋아야겠다나 뭐라나. 아마도 순수하게 독자로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직업을 연관시켜 봤나보다. 아무렴 어떤가.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뒤로 제쳐 놓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이든 집어든다는 건 그만큼 다른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며 혼자 대견해 한다.

요즘은 책도 재미있게 참 잘 만든다. 촉각 놀이 그림책이라고 해서 단순히 촉각에만 신경을 쓴 것인줄 알았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그냥 일반 그림책처럼 메시지를 담고 있다. 즉 거기에 플랩북 형식을 띠고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 호랑이는 무조건 피자를 먹겠단다. 아니 혼자만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모두 피자를 먹어야 한단다. 하지만 마침 집에는 피자를 만들 재료가 다 떨어졌다. 만약 집에 재료가 다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호랑이는 다른 친구들과 사이도 안 좋아지고 타인을 이해하는 기회도 잃었을 것이다.

생선을 좋아하는 펭귄, 국수를 좋아하는 곰, 딸기를 좋아하는 기린 등 제각각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호랑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친구가 맛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마다 타박을 하며 오로지 피자만이 최선이라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래도 호랑이 엄마는 참 현명하다. 대개 이쯤되면 나서서 이러쿵 저러쿵 설명하거나 훈계하기 바쁜데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집에 와서도 묵묵히 모든 재료를 가지고 모두 만족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 게다가 덤으로 그 후로는 호랑이가 음식을 가리지 않게까지 되었잖은가. 비록 피자에 들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긴 하지만.

처음에는 들춰보는 재미에 빠져서 내용을 제대로 안 읽었는데 중반 이후가 되니 뭔가 서서히 문제가 불거질 것 같은 예감에 내용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아이들의 호기심을 외면하지 않는다. 멋진 피자에 붙어 있는 다양한 재료로 만든 장치들-특히 국수-과 먹음직스러운 피자는 보는 아이들을 놀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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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의 세계여행 국민서관 그림동화 84
로랑 드 브루노프 지음, 장석봉 옮김 / 국민서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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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를 처음 만난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 도서관에 드나들면서다. 그러니까 족히 8,9년은 된 것 같다. 그런데 바바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장 드 브루노프라는 작가의 이름이 떠오른다. 아마도 그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커다란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것도 아닌 그저 수수하게 자신을 묵묵히 표현하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요즘은 딱히 도서관을 찾아갈 여유가 없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오랜만에 바바를 만났다. 그리고 바로 작가 이름을 봤다. 어? 장 드 브루노프가 아니네. 이상하다. 그럼 작가소개를 먼저 봐야지.(가끔은 선입견 때문에 작가소개를 나중에 보기도 한다.) 그랬더니 아버지의 바바 이야기를 아들이 계속 쓰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바바를 그래도 썼기 때문인지 그냥 예전의 바바를 보는 느낌 그대로다.

코끼리 왕국의 왕인 바바가 이번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세계 여행을 하기로 했나보다. 바바 가족이 길을 떠날 때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바바 가족의 세계 여행. 독자들은 바바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여러 나라를 구경한다. 그 나라의 유명한 거축물을 보기도 하고 인사말을 배우기도 한다.

어린이책에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인사말이나 유적 또는 음식을 맛보는 이야기는 참 많다. 어차피 전혀 새로운 것이라고는 없는 세상이니 동일한 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긴 하니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 그림을 눈여겨 봐야한다. 그러면 모든 주인공은 코끼리로 바뀌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패션쇼를 하는 모델도 모두 코끼리고 아부심벨 석상도 코끼리 모양이다. 풋, 역시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군.

입체감이 없는 평평한 그림이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에 보았던 바바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 부분은 마지막이었다. 아이들은 아무리 좋은 곳을 데려가도 흥미를 못 느끼면 소용이 없다는 점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아니면 빙산(빙산 모양도 코끼리다.)을 볼 수 없다고 해도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생각한다. 또한 집에 돌아와서도 사진을 보며 회상은 할지언정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뒤로 밀린다는 사실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며 자주 느꼈던 사실이기에 그 부분을 보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사실 예전에 보았던 바바 책에 비해서 플롯이 그다지 탄탄한 것 같지는 않다. 아버지의 바바를 이어받아 30권이 넘는 바바 이야기를 지었다고 하니 참신한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 너도나도 고심하는 가운데 이렇게 잔잔하고 수수한 책을 보며 한 박자 쉬었다 가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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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도망갈 거야 I LOVE 그림책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신형건 옮김, 클레먼트 허드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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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영어 제목이 튀어 나온다. 분명 우리집에 원서로 있었을 텐데... 열심히 책꽂이를 뒤져서 마침내 찾아냈다. 지금이야 내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접하게 해 줄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해서 신경쓰지 않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좋은 그림책이 있으면 영어 서점에 가서 샀던 기억이 난다. 그 중 이 책도 '당연히'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말로 된 책이 나왔다. 아무리 영어공부에 목말라 한다해도 난 역시 우리글 책이 더 좋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선뜻 책을 선택한다. 아마 유아를 키우거나 키웠던 부모들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책 한 권 쯤은 모두 보았을 것이다. 잔잔한 이야기와 선명한 듯하지만 편안한 그림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으니까. 특히 클레멘트 허드와 함께 작업한 그림들을 많이 보아서인지 익숙한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아기 토끼와 엄마 토끼가 의자에 앉아 있는 그림은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한쪽 벽 액자에는 마더 구스에 나오는 장면을 그린 그림도 있고...

사실 아이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엄마나 아빠가 아이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 책은 참 많다. 또한 내용도 비슷비슷하다. 그런데도 이렇게 책을 보며 또 다시 흐뭇함과 따스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만큼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어디나, 누구나 비슷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걸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비록 직접 느끼지는 못하더라도(아이들은 직접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걸 요즘에야 깨달았다.) 이런 책을 보며 엄마 토끼가 아기 토끼에게 느끼는 사랑을 보며 은연중에 자기 엄마의 사랑도 느끼겠지. 부모들이 엄마 토끼에게 자신을 대입해서 읽는 것처럼 아이들은 아기 토끼에게 자신을 대입하며 읽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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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미안해 그림책 도서관 42
한나 쇼 지음,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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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림책을 무척 좋아해서 거의 예찬론자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러면서 남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좋은 그림책이란 글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따라서 그림책을 볼 때는 글씨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림도 '함께' 읽어야 한다고. 그러나 정작 내가 그림책을 읽을 때는 평소의 습관대로 글씨만 열심히 읽는다. 특히 아이에게 읽어줄 때는 더하다.

역시나 이 책도 아이에게 읽어주며 열심히 글자만 읽었다. 그랬더니 중간중간 이야기가 끊기는 느낌이 든다.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을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이야기가 제대로 연결이 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이는 글을 안 읽고 그림만 보고 있었으니 이해를 훨씬 빨리 한다. 좋은 그림책이란 이렇듯 그림이 빠지면 안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글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행간을 그림이 대신해 주면 그림을 읽는 재미는 한층 더해진다.

만약 친구들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는 족제비가 친구들을 초대해 놓고 아무도 오지 않자 친구들 집에 직접 가서 따지는 장면에서 그 친구들이 족제비의 행동을 일일이 설명해 놓았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자칫 지루하고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가 뻔히 드러나는 훈계조의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하고 그림이 나머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림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며 족제비의 못된 행동을 직접 느낀다. 족제비가 잘못 행동했다는 열 마디의 말보다 그림 한 장면이 훨씬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뾰족뒤쥐 입을 통해 족제비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인다. 만약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그건 어린이 책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일 게다. 문제 제기를 했으면 당연히 해결책도 제시해야 하는 법이니까. 족제비는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궁리한다.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고. 그리고 결국 해결책을 찾는다. 물론 갑자기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루기는 힘들다. 하지만 족제비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기뻐해준다. 그리고 족제비는 가장 하기 힘든 사과까지 하며 진짜 멋진 파티를 연다. 이로써 완벽하게 해결한 셈이다. 그렇다고 장난꾸러기 기질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면 그것 또한 지나친 과장이자 억지다. 그래서 족제비는 아주 가끔 장난을 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역시 어린이를 끝까지 배려했다. 아무리 개과천선을 하더라도 완벽하게 바뀔 수는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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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야!
앨리슨 리치 글, 앨리슨 에지슨 그림, 윤희선 옮김 / 세상모든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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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는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다. 특히 어릴 때일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하다. 그렇기에 그림책 주제로 아빠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많은 것일 게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도 이렇게 비슷한 이야기가 또 나오는 이유일 테고.

아기곰의 하루는 아빠로부터 시작한다. 게다가 아빠는 모르는 게 없고 비가 와도 맞지 않고 지나갈 수 있으며 키도 크고 달리기도 잘한다. 그야말로 아기곰이 보기에 아빠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존재인 것이다. 코를 간질이며 뽀뽀로 깨워주는 아침부터 많은 이야기를 해주며 아빠 배 위에서 잠이 들기까지 하루가 온통 아빠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지치지 않고 아무리 되풀이해도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가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포근한 느낌의 노란색 표지와 부드러운 느낌의 본문 그림은 보는 이를 편안하게 만든다. 특별한 기교가 없어도, 자극적인 이야기나 독특함이 없어도 마냥 푸근한 그림책이다. 아기곰이 언제까지나 아빠랑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분명 그러리라 기대한다. 여기서 어른은 대개 생태적으로 접근해서 때가 되면 혼자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이 때만큼은 곰이 아니라 사람으로 치환시킨다. 아마 아이들도 아기곰에 자신을 대입하며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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