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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낸시와 예쁜 강아지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89
제인 오코너 글, 로빈 프레이스 글래서 그림, 김영선 옮김 / 국민서관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보라색 표지에 화려하게 치장을 한 여자 아이가 그려져 있다.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는 요란하고 정신없어 보이는 아이다. 그러나 나와는 정반대인 딸이 보기에는 '멋을 아는' 아이다. 항상 취향의 차이 때문에 티격태격 하는 모녀가 책에서도 여전히 시각차이를 드러낸다.
그런 딸이 책을 읽다가 혼자말로 '맞아 맞아'라고 한다. 도대체 뭔 이야기에 그리 공감을 하느냐니까 '우리 집에서 나만 혼자 멋쟁이라서 가끔 힘들다'는 낸시의 말이 딱 맞는단다. 맙소사. 지금 딸은 6학년이다. 물론 멋을 알고 한창 관심있는 나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림책을 보며 너무나 공감을 하기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딸은 종종 그림책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고 완전히 공감하기도 한다. 하긴 어른인 나도 그러는데 아이가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겠지.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난 단순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안도 꾸미는 건 절대 안한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자마자 리본이 한가득이고 레이스가 온천지다. 한마디로 정신 사납다. 이게 바로 낸시의 취향인 것이다. 낸시는 똑같은 말이라도 멋지게 말할 줄 알고 남들보다 미적 감각이 뛰어나서 어디서든 튀는 그런 아이다. 그럼 부모가 그러냐? 절대 아니다.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만약 내 딸이 없었다면 어떻게 저런 부모에게서 낸시 같은 아이가 태어났을까 무척 의심했겠지만 이미 경험을 하였기에 그런 의심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건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낸시 옆집 아주머니가 낸시와 취향이 비슷하다. 요란한 옷을 입고 집안도 온통 리본과 레이스로 꾸미는 것이 똑같다. 문제는 강아지도 그렇게 꾸몄다는 것이다. 그 셋이 차를 마시는 장면은 과히 압권이다. 공주과 아이들이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장면이다. 그러다 다음 장에서 낸시 엄마 아빠가 나오는 장면은 갑자기 너무 평범해져서 이게 같은 그림책 맞나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그 두 집의 차이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낸시가 진짜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물색하던 중 옆집 아주머니네 개를 잠시 돌봐 주기로 한다. 왜냐하면 낸시가 키우고 싶어하는 개와 엄마 아빠가 키우고 싶어하는 개가 (취향의 차이 만큼이나)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의 살림살이를 잔뜩 싣고와서 키워보지만 물놀이도 못하고 공 물어오는 것도 못하는 그야말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기만 해야 하는 강아지였다. 결국 낸시는 자기에게 맞는 개는 그런 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른 종을 택한다. 예쁜 것보다 개성 있는, 아니 별난 개가 좋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포기하진 않았다. 별난 것을 시키면서도 옷은 둘 다 화려하게 입었으니까. 그래도 전보단 훨씬 수수해졌다.
낸시의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표정의 변화를 보는 재미도 한 몫 한다. 기운 빠져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걷는 모습이란... 멋진 글과 매력적인 그림이며 톡톡 튀는 이야기라는 뒤표지 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