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전쟁 1 - 풍계리 수소폭탄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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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싸드>를 읽고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이 나온 지 한참 되었는데 본인은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고 말이다. 모르긴 해도 <싸드>는 중국과의 싸드 배치 문제로 실랑이를 하면서 다시 주목받은 책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나도 모임에서 사람들과 올해 그 책을 같이 읽었으니까. 그렇다면 트럼프가 보여온 일련의 행동들을 보았을 때 트럼프 의중에 있는 타깃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지금, 이 책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브레진스키가 <전략적 비전>에서 중국을 일컬어 몸은 비대해졌지만 정신 연령은 아직 청소년기에 머무르고 있다고 묘사를 했단다. 사실 중국이 G2에 오르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하지만 중국을 미국과 같은 위치에 놓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물론 경제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정치적인 면이나 그 외의 가치 면에서 볼 때 다른 지구촌의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철학도 비전도 없이 오직 돈만 있는 졸부 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김진명 작가는 중국을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1권은 돈세탁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비엔나로 날아간 세계은행 직원 김인철의 활약으로 시작한다. 전직 육사출신의 명민하고 다방면에 능통한 그는 비엔나에 도착하자마자 오스트리아 세계은행 총재 슈나이더를 자기 편으로 만든다. 그리고 검은 돈의 대부 요한슨을 소개시켜준다. 일은 도착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읽는 속도가 사건 전개 속도를 못 따라잡을 정도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더 스펙터클하다. 사람 좋아 보이고 인철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던 요한슨의 갑작스런 자살은 도무지 다음 사건을 종잡을 수 없도록 만든다. 앞부분을 조금 읽었을 뿐인데도 벌써 사건은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사건은 더 스펙터클해서 머릿속으로 사건 개요도를 그려가며 읽어야 할 지경이었다.

 

뒷부분에 있는 시진핑의 독백 부분은 작가가 중국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더불어 중국의 방위시스템 규모가 어떤지 이 부분을 보며 조금 알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아차, 이건 소설이지. 맞다. 이것은 소설이다. 그러나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소설이 아니라는 점이 여타의 소설과 다르다. 중국과 미국의 줄다리기와 관련된 최근의 상항도 들어있어 때로는 무슨 기사를 읽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시종일관 소설과 다큐멘터리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간혹 현실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인물의 특징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전개도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우리는 트럼프가 진짜로 이 책의 마지막과 같은 상황(이 부분은 쿠바를 향해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르기 직전의 상황과 흡사하다.)을 만들었는지 어쨌는지 모른다. 다만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이기를 바랄 뿐이다.

 

* 이 리뷰는 쌤앤파커스의 <미중 전쟁>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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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 세상과 당신을 이어주는 테크 트렌드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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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일 관계로 자동차 조립 현장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로봇들이 일사불란하게 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랍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로봇이 그 정도로 정교한 작업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해서 놀랐고, 로봇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지배하는 내용의 영화가 언젠가는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무서웠다. 라인을 향했던 팔들이 갑자기 나를 향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지만 명확히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무인자동차, 드론, 5세대 이동통신기술,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핀테크, 가상현실 등 기술의 발전과 적용이 가져다주는 신세계를 4차 산업혁명이(274쪽)라고 부른단다. 대부분은 워낙 많이 회자되는 단어라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게다기 일부는 현재 직접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 어쨌다는 것일까. 얼마나 영향력이 크기에 혁명이라는 단어까지 붙이는 것일까.

 

아이의 진학 정보를 얻기 위하여 모 사이트에 처음으로 들어가봤다. 그곳에서는 각 과목 접수를 입력하면 지원 가능대학이 주르륵 나온다. 그리고 각 대학의 커트라인 등의 정보를 '돈 내고'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야말로 빅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이트에서 자신의 점수를 입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합격여부를 예측한다. 만약 데이터를 입력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면 그 자료에 대한 신뢰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즉, 많이 모이면 그만큼 데이터가 정확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이트로 몰린다. 둘이 서로 물로 물리는 구조인 것이다. 빅데이터의 효용과 사용에 대한 현장을 목격한 순간이다.

 

처음 휴대폰이 생겼을 때도 굉장한 사건이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그 전의 변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발전했다. 그야말로 길더의 법칙과 무어의 법칙을 실감한다. 디지털 기술의 3대 법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반도체 메모리의 성능은 18개월마나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과 통신 네트워크의 가치는 그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트칼프의 법칙',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섬유 대역폭은 12개월 만에 3배 증가하며 이에 따라 통신 채널의 속도도 2배 증가한다는 '길더의 법칙'(178쪽)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상상하지 못하므로 '설마 그럴 만한 기술이 뭐가 있을까'라고 지레  포기할 뿐이다.

 

특히 저자는 두 개 이상의 연결에 대해 왜와 어떻게를 고민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비록 아직 생각도 못했던 것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되기 위해서는 먼저 증명된 명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의 호들갑의 진정한 핵심은 개별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아니라 주요 기술들이 이미 개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어떤 기술이 개발되어 다른 개발을 촉진하고 유도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은 회사에서도 데이터센터를 따로 두어 관리한다고 한다. 그것도 분산시켜서. 개인은 물리적인 것에 대한 걱정없이 논리적인 것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물리적인 것은 회사가 알아서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어떤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면? 끔찍한 상상이지만 터무니없는 걱정은 아니라고 본다. 책에서는 클라우드에 대해 설명하면서 물리적 소유권에 집착하지 않고 가상적 접근권을 확보하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193쪽)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데이터의 내용에 대한 책임까지 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책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각각의 기술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런데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을 보다가 이런 책을 봐서인지 두께에 비해 알맹이는 그닥 커보이지 않는다. 이 바닥에서 오래전에 떠났지만 그래도 나름 전공분야라 모든 것들이 생소하지 않아 더 이해가 쉬웠을지도 모른다. 즉, 전혀 다른 분야 사람이 본다면 친절하고 부드러운 설명에 흡족할 수도 있겠다. 이런 것들을 차치하고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인문학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는 점이다. 딱딱하고 기계적인 기술에 인간다운 생명을 불어넣는다고나 할까. 저자의 말대로 기술을 모두 알 필요는 없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기술 교양(276쪽)으로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들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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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한국사 - 고조선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고성윤 지음 / 나는나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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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양한 한국사 관련 책을 읽었는데 이 책처럼 편안하게 읽기는 처음이다.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조근조근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딱딱한 기본형 어미를 사용하지 않고 존대말로 설명하기 때문인 듯하다. 게다가 내용도 명확해서 술술 읽을 수 있다. 이 이야기는 한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내용이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한국사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만 쏙쏙 뽑아서 읽기 쉽게 풀어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작년에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을 준비하면서 봤던 내용들이라 더 반가웠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토문강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고조선의 수도인 평양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 낙랑국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 등은 아직도 사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주류 사학계가 주장하지만 훨씬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이야기로 시작을 해서인지 처음부터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읽었다. 즉, '평양'이란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넓고 평평한 땅을 의미(19쪽)하며 대동강 근처에 한사군의 하나인 낙랑군이 아니라 '낙랑국'이 있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있(33쪽)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아니, 그 누구도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역사다. 이러한 사실들이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명확히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우리의 영토가 옛날에는 얼마나 넓었는지를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사실 자체를 알고 싶은 마음에서다.

 

흔히 세조에 대해 공과를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과에 특히 더 주목하고 있다. 왕권을 강화했다는 공에 대한 평가가 있지만 이것을 반박한다. 세종 이래 의정부서사제로 운영되고 있던 국정을 육조직계제로 바꿨는데 의정부서사제는 정승의 권한이 세고 육조직계제는 왕의 권한이 강한 제도이므로 이러한 결론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육조와 의정부를 모두 공신들이 장악하여 측근 정치가 성행했다는 얘기다. 700여 년을 뛰어넘은 요즘 많이 듣던 단어라 더욱 씁쓸하다.

 

흔히 알고자 하고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된 점을 거울삼아 그러한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큰 틀에서 보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절감할 뿐이다. 동학농민운동 때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도 백성들이 참다 못해 들고 일어섰고 그게 겁이 났던 조정은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자 시위대는 그 말을 믿고 해산한다. 그러나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안 봐도 뻔하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떤가. 국정농단을 보다 못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섰고 결국 이겼다. 그러나 그 후 정치권은  국민들의 요구는 뒷전이고 자기들의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그나마 잘못된 정권을 심판하는 결과까지는 갔으니 동학농민운동 때보다는 한발 나아간 셈이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비록 좌절하고 화가 날지라도 무엇이 잘못인지 자각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애쓰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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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박현희 지음 / 뜨인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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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 공주, 신데렐라, 라푼젤은 내게 간섭이론을 입증해주는 좋은 예가 되곤 했다. 조금만 비슷해도 헷갈리기 일쑤인 내게 세 이야기는 도무지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가졌던 의문 하나, 왜 서양의 이야기에서 공주들은 탑에 갇히는 걸까. 라푼젤도 그렇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그렇고. 또한 터키를 여행하던 중 만난 보스포러스 해협 가운데에 있는 처녀의 탑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비슷하다. 그러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서양에는 워낙 돌로 지은 성이 많았고 그러한 성에는 탑이 꼭 있다. 탑이란 입구와 출구가 정해져 있어 고립되어 있으니 이야기 소재엔 딱이라는 생각, 그리고 실제로 왕위를 빼앗긴 사람들은 탑에서 평생을 살게 되었으니 동화에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른 결론, 이야기는 시대와 환경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즉 이야기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다. 그동안 머리로 알았던 지식을 드디어 가슴으로 느끼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는 이 미련함이란.

 

  이 책에는 이솝 우화나 그림 형제 동화, 페로 동화에서 이야기들을 뽑아 삐딱하게 보자고 이야기한다. 왜 백설공주는 매번 당하면서도 문을 또 열어주는지, 나도 몹시 궁금했었다. 과거의 잘못에서 깨우쳐야 한다고 굳게 믿는, 그야말로 교육의 효과를 착실히 믿던 내게 그것은 어리석음 그 자체로 여겨졌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단다. 그러다 아이 키우는 동안 집에만 있으며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던 차에 만나는 방문판매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자신을 보며 백설공주의 심정을 이해했단다. ,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그런데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고 지금도 못 하다가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깨달았다. 사회를 가르치는 교사라서 그런지, 원래 의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보는 눈이 다르긴 하다.

 

  그런데 거창한 부제와 다르게 사회학을 만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때로는 지나치게 단순화하고(외출복이 한 벌만 있으면 오히려 편할 것이라는 생각)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생각(초가집이나 나무집으로 인한 열등감)도 지울 수 없다. 깊이 보고 뒤집어 보고 삐딱하게 볼 필요도 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경우도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사회의 문화가 녹아있는 이야기니까 그 안에서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보편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회학에 대한 식견보다는 오히려 안에 있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교육 에세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고 더 재미있었다. 어린이책을 진정 사랑하고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혹 동화에 얽힌 뒷이야기나 배경 혹은 사회적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길 내심 기대했으나 그 보다는 우리 청소년들의 힘든 현실에 대해 그들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가 읽으면 자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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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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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의 사회, 과학, 문화, 예술분야를 선도하는 그룹은 단연 유럽이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는 것들이 유럽의 음악가들이 남긴 산물이며, 방학만 되면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중앙박물관 회화전에서 놓치지 않고 전시되는 것들이 우리가 흔히 명화라고 일컫는 유럽 화가의 작품들이다. 과학 시간에 배우는 것들의 대부분을 유럽 사람들이 발명하고 발견한 것들이며 수학 공식 또한 그렇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곳은 유럽과 멀어도 너무 멀다는 점이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에 해당하는 나라들은 지금 어떤 모습이던가. 그나마 근래 들어 중국이 체면유지를 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도대체 유럽은 무엇 때문에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지적 유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궁금하던 차에 만난 책이 바로 , , 였다. 다 읽은 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직접 발로 뛰며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작가소개에서도 드러나듯이 사회학과 과학을 두루 섭렵했기에 독자가 쉽게 수긍할 수 있도록 근거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문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러한 문명이 어떻게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수 있었는지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왜 지금처럼 지역적으로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유럽은 대륙을 가로지르는 큰 장애물이 없었기 때문에 종횡으로 전파될 수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오늘날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지 그들이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게다가 중국이 4대 발명품을 최초로 개발했으나 그동안 주도권을 쥐지 못한 이유가, 그들에게는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풍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명쾌하다. 또한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동물을 길들이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진화와 연결된다. 간혹 맛없는 복숭아를 먹을 때마다 맛있는 무화과나무가 선택되는 과정이 생각난다. 언젠가는 이 복숭아나무도 맛있는 복숭아나무에 밀려 사라지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두께에 놀라 선뜻 결심하지 못하지만 읽기 시작하면 의외로 속도가 빨라진다. 중간에 중언부언하는 느낌도 있지만 책을 덮을 때쯤에는 무언가 해 낸 것 같은 뿌듯함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한층 높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칭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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