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의 춤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4
리바 무어 그레이 지음, 황윤영 옮김, 라울 콜론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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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하지 말고 추억을 물려주라는 말을 들었다. 그 전부터 아이들에게 무언가 남을 만한 것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은 하면서도 그처럼 거창한 말을 염두에 두진 않았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내 육아방식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이라는 생각에 그 후로는 더욱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당장은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지난 날을 회상하며 웃음짓는 때가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인 여자 아이도 어렸을 때의 추억을 밑거름 삼아 현재의 모습이 이루어진 것일 게다. 엄마와 함께 봄이면 비를 맞으며 춤을 추고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춤을 춘다. 그들은 계절을 단순히 눈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춤이라는 매체로, 온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어느 한 계절이라도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모든 계절이 그들에게는 축복이었으며 아름다움이었다. 그러한 기쁨을 아이 혼자 느꼈다거나 엄마 혼자 느끼고 아이는 구경꾼으로 머물렀다면 결코 지금의 발레리나가 탄생하지 않았겠지.

엄마는 딸에게 발레리나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함께 즐겼고 마음껏 누렸으며 그것을 표현한 것 뿐이리라. 그러기에 딸은 발레리나가 되어서도 언제나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춤을 췄던 기억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별다른 의미없이 딸과 엄마가 계절마다 그 계절을 느끼며 거기에 맞는 춤을 추었구나라고 보았을 때와 나도 아이들에게 이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보았을 때 느낌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모든 것에는 의미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른가보다. 처음에 봤을 때는 낯선 표현 방식(그림에서)과 별다른 사건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가 밋밋하게 느껴졌는데 의미를 내 아이에게 두고 보니 좀 다르게 다가온다. 나도 아이들에게 이런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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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양은 누굴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78
미지 켈리 글, 강미라 옮김, 러셀 아요토 그림 / 국민서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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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이야기책들은 아이들이 잠이 안 온다고 할 때 눈을 감고 양을 세라고 한다. 그런 것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알았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샘은 그런 상상의 양이 아니라 진짜 양을 세야만 한다. 그러니 당연히 끝까지 셀 리가 없다. 아마도 샘은 어려서부터 잠자리에 누우면 습관적으로 양을 세며 잠을 자지 않았을까.

샘은 양을 자신이 돌보아야 하는 가축이 아니라 가족으로 생각하나보다. 밖에 비바람이 몰아치자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털양말을 신기고 털모자를 씌우고 함께 침대에 누우니까. 그리고는 모두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훈련된 탓인지 열을 세기도 전에 항상 잠이 들고 만다. 양들은 자신들을 세는 샘을 보며 일종의 야유를 보낸다. 분명 이번에도 다 세기 전에 잠들 것이라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한 마디씩 내뱉는 모습이라니...

그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샘은 무조건 문을 열고 추위에 떨고 있는 양을 얼른 맞이하려고 한다. 양을 전부 센 적이 없으니 안에 몇 마리가 있는지 알 리가 없다. 그러나 주인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할 것 같으면 스스로 지켜야 하는 법. 양들은 일단 문을 닫고 주인에게 자기들을 세어보라고 한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양을 세다가 안 자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큰소리 치는 샘을 보며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샘과 양의 대화 속에서 작가의 재치를 느낄 수 있다.

양들은 샘이 다 세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대책을 마련한다. 그 모습이라니... 양들이 샘을 잠에 굴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쇼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은 귀엽기까지하다. 그들의 가상한 노력 덕분인지 샘은 열 마리가 전부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늑대를 내친 다음 편안히 잠을 잔다.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양들의 재치있는 말과 그림이 재미있다. 어른들은 무심코 넘겨 버리는 표지에서도 아이들은 금방 늑대를 찾아낸다. 이렇듯 아이들은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들여다보기에 더 재미있게 그림책을 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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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 그림책 보물창고 43
제임스 럼포드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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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책을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문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저 이름만 들어보았던 것 같은 이야기, 베오울프. 그 이야기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게다가 멋진 그림책으로... 베오울프는 고대영어로 쓰여진 영웅 서사시라고 한다. 고대 작품들을 보면 대개 영웅 서사시가 많다. 원래 구전되던 것을 어떤 수도사가 기록한 3128행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을 최대한 원전에 충실하며 읽기 쉽고 재미있게 고쳐 쓴 것이 바로 이 책이란다. 다양한 매체로 나왔지만 원전에 충실했다는 말에 일단 의미를 두고 싶다.

예이츠의 청년인 베오울프는 괴물 때문에 힘들어하는 덴마크의 왕을 돕기 위해 그 나라로 떠난다. 예전에 베오울프의 아버지가 도움을 받았었기에 이번에는 위기에 처한 덴마크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닌가. 목숨을 걸고라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과 한번 마음을 먹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끝까지 맞서는 모습. 이런 식으로 큰 줄거리는 괴물을 물리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온 베오울프가 왕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단순히 왕이 되고 나서 잘 살았다던가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면 그저 그런 옛이야기 정도로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늙은 나이지만 마지막까지 용기를 보여주고 숭고한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진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거기에는 베오울프 말고 또 다른 영웅이 등장한다. 바로 마지막까지 베오울프와 함께 싸운 그의 동지 위글라프. 그래서 베오울프는 왕위를 위글라프에게 넘겨준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아마 그래서 베오울프는 끝까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용기와 꿈을 잃지 않았으며 권력에 눈멀지도 않았고 진짜 훌륭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아보는 혜안을 가졌던 것이다. 권력이란 단순히 자신이 누리며 안주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에 따르는 자신의 책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천했을 때에야 비로소 참된 권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 그런 인물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 그러기에 베오울프가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 게다. 거친 듯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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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내기 이야기 보물창고 1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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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만 봐도 알겠다. 김재홍 작가의 그림이구나! 워낙 이 그림작가의 그림을 좋아하는 탓에 굳이 이름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원래 <영구랑 흑구랑>에 들어 있는 단편을 자매 브랜드인 보물창고에서 그림책으로 펴 냈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 미리 만나게 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 중에는 그림책은 쉽게 집어들어도 동화책은 선뜻 집어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동해네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윷놀이를 하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그림을 보고 있으니 어렸을 때 자랐던 시골 마을이 생각난다. 동해가 겁도 없이 태어날 송아지를 걸고 영도 할머니와 윷놀이를 한다. 나도 어렸을 때 내기를 했었단다. 솔직히 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엄마는 지금도 가끔 이야기하신다. 동네 친구와 걔네 삼촌들과 내기 화투(어려서 좀 쳤다!)를 해서 우리들이 지면 강정을 몰래 가지고 갔었다고. 커다란 것은 아니었으니 동해처럼 두근거리거나 후회할 일은 아니었겠지만 어린 나이에 그래도 부담은 되지 않았을까.

영도 할머니는 시작할 때야 내기를 걸었지만 막상 이기고 나서는 생각지도 않는데 동해 혼자 속을 끓이며 냉가슴을 앓는다. 게다가 온 식구가 새로 태어날 송아지게 거는 기대가 어떤지를 뻔히 알고 있으니 오죽했을까. 걱정이 되어 집을 나와있으면 안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말소리에 더욱 초조함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저 단란함을 깰 것이라는 압박감에. 그 분풀이는 결국 영도에게 향한다. 그래서 동해를 혼내주러 오는 할머니를 보고는 지레 겁을 먹고 송아지를 끌어 안고 울먹인다. 동해는 그렇게 거한 내기를 한 탓에 한바탕 마음 고생을 했지만 그것도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동해가 내기에서 이겨 송아지를 끌고 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 또 내기에서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풀 죽은 동해 그림은 황량하고 삭막한 겨울의 한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끝없이 길게만 느껴지는 집으로 가는 길과 더 커 보이고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고목까지 동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풍당당해 보인다. 담벼락에 붙어서 할머니를 훔쳐보는 그림은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그려져 있어 마치 나무 위에서 동해를 관찰하는 듯하다. 그러나 동해 식구들이 식탁에서 밥 먹는 모습이 이상하게 겉도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주방이라는 공간은 따스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마련인데 이 그림에서는 그런 것을 못 느끼겠다. 뒤에 나오는 굴뚝과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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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제일 좋지?
엘리자베스 베이글리 지음, 윤희선 옮김, 제인 채프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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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에서 흔히 집이 싫다고 떠났다가 결국은 집이 제일 좋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꽤 많다. 그것은 아마도 진짜로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못하고 일일이 간섭을 받으며 생활하는 것이 싫겠지. 그래서 혼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굴 속에서 옹기종기 많은 식구들이 함께 뒤엉켜 잠을 자야하는 모즈도 그렇다. 토끼들이 자고 있는 모습은 얼마나 재미있던지. 뒤엉켰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 보인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모습이라니. 그 중에 유일하게 깨어 있는 토끼가 있으니 그게 바로 모즈다. 모즈를 꽉 껴안은 채로 입을 벌리고 있는 누나의 모습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하지만 모즈는 그게 너무 싫단다. 그래서 굴 밖으로 뛰쳐나오고 만다.

알바트로스 등에 타고 어딘가로 가다가 눈 덮인 곳에 떨어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신나게 논다. 처음에는 조금 무서운 마음도 있었지만 늘 식구가 많다고 투덜댔는데 혼자니 얼마나 좋을까. 얼음 거울을 보며 폼도 잡아보다가 드디어 그렇게 고대하던 혼자만의 잠을 청한다. 그러나 거기서 잠을 잘 잔다면 이야기가 아니지. 춥고 무서워서 더 이상 혼자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젠 뒤엉켜 자는 게 오히려 행복하고 포근하게 생각되니 모즈의 하룻밤의 외출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집에 돌아와서 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생각난다. 온 방안을 누비고 다니며 자는 아이들 말이다. 모즈가 떠날 때의 위치와 완전히 뒤집어져서 누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도 한 토끼는 알겠다. 모즈를 껴안고 자던 누나 토끼. 입은 헤 벌리고 팔 다리는 들어올린 채 무언가를 껴안은 자세로 자고 있다. 모두 비슷비슷해서 이 토끼가 그 토끼 같지만 유일하게 알 수 있는 토끼다. 실컷 방황하다가도 돌아와서 편안함을 맛보는 곳이 바로 집인 것이다. 그런 집을 만들어야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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