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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 ㅣ 그림책 보물창고 43
제임스 럼포드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비록 책을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문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저 이름만 들어보았던 것 같은 이야기, 베오울프. 그 이야기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게다가 멋진 그림책으로... 베오울프는 고대영어로 쓰여진 영웅 서사시라고 한다. 고대 작품들을 보면 대개 영웅 서사시가 많다. 원래 구전되던 것을 어떤 수도사가 기록한 3128행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을 최대한 원전에 충실하며 읽기 쉽고 재미있게 고쳐 쓴 것이 바로 이 책이란다. 다양한 매체로 나왔지만 원전에 충실했다는 말에 일단 의미를 두고 싶다.
예이츠의 청년인 베오울프는 괴물 때문에 힘들어하는 덴마크의 왕을 돕기 위해 그 나라로 떠난다. 예전에 베오울프의 아버지가 도움을 받았었기에 이번에는 위기에 처한 덴마크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닌가. 목숨을 걸고라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과 한번 마음을 먹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끝까지 맞서는 모습. 이런 식으로 큰 줄거리는 괴물을 물리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온 베오울프가 왕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단순히 왕이 되고 나서 잘 살았다던가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면 그저 그런 옛이야기 정도로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늙은 나이지만 마지막까지 용기를 보여주고 숭고한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진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거기에는 베오울프 말고 또 다른 영웅이 등장한다. 바로 마지막까지 베오울프와 함께 싸운 그의 동지 위글라프. 그래서 베오울프는 왕위를 위글라프에게 넘겨준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아마 그래서 베오울프는 끝까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용기와 꿈을 잃지 않았으며 권력에 눈멀지도 않았고 진짜 훌륭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아보는 혜안을 가졌던 것이다. 권력이란 단순히 자신이 누리며 안주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에 따르는 자신의 책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천했을 때에야 비로소 참된 권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 그런 인물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 그러기에 베오울프가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 게다. 거친 듯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