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깜짝
초 신타 지음, 엄혜숙 옮김 / 창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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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표현된 코끼리와 화사한 주황과 노랑색으로 보아 유아들이 좋아할 책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겉표지를 넘겨서 제목이 나오는 부분에 주황색 펜으로 코끼리가 그려져 있다. 어린 아이들이 흔히 그리는 그림처럼.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볼 때서야 그 그림이 무엇인지 알았다. 

과감하게 생략된 배경과 삐뚤빼뚤하게 그린 테두리, 그리고 겉표지에서 짐작했던 화사한 색상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또한 등장하는 동물들도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다. 원숭이는 도형으로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아이들처럼 동그라미와 선으로 대충 그린 듯하지만 척 봐도 원숭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익살스럽고 장난꾸러기인 원숭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역시나 원숭이는 코끼리 몸에 낙서를 한다. 약간 간지럽긴 해도 낙서를 한 줄은 꿈에도 모르는 코끼리. 그런데 그 낙서가 기묘하고 재미있다. 물론 다른 동물들은 무서워하지만. 심지어는 사자까지도 코끼리를 보고는 힘이 쭉 빠질 정도로 두려워하니 말 다했지. 특히 뒤에서 본 모습은 무시무시함 그 자체다. 악어가 겁을 줘도 도대체 본 척도 안 하니... 아마 원숭이는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짐작도 하지 못하는 코끼리는 모두들 도망가자 외로워서 속상하고 슬프다. 아마 자기 모습을 보았다면 왜 그런지 금방 알았을 텐데. 그런데 결자해지라고 했던가. 원숭이는 자기가 한 일을 말끔히 해결해준다. 코끼리는 너무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라지.

페이지를 넘길 때 간혹 두 장을 한꺼번에 넘긴 것은 아닌가해서 다시 앞으로 넘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만큼 이야기가 간략해서 한 장을 넘기는 동안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셈이다. 하나의 사물에 집중하는 유아들의 특성에 맞게 중요한 것만 부각시키는 그림을 보며 어린 아이들 또한 책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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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냥꾼 잠자리
안은영 글.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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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이야기가 나오면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집주변에서 보는 작은 잠자리 말고 용잠자리라 부르던 큰 잠자리를 잡기 위해 애쓰던 기억이 난다. 그처럼 큰 잠자리는 이상하게 저수지 주변에 많아서 일부러 저수지로(걸어서 족히 20분은 걸린다.) 잡으러 간 기억이 있다. 작은 잠자리보다 큰 잠자리를 잡으면 왜 그리 기쁘던지.

잠자리는 지금도 시골에 가면 흔하게 만날 수 있어서 그런지 신기해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알면 알수록 신기하다. 잠자리가 나뭇가지에서 한 바퀴 돌고 앉았다가 다시 빙 도는 모습을 본다면 그것은 영역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단다. 또 주로 저수지에 사는 왕잠자리는 서로 먹이를 먹기 위해 날아다니는 시간대가 다르다고 한다. 그냥 허공인 것 같은데 서로의 영역이 있고 질서가 있다니. 그럴 때마다 그들도 인간보다 못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겸손한 마음이 든다.

또 잠자리는 한 곳에서 멈춰서 날고, 위 아래로 수직으로 날 수도 있으며 갑자기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제일 신기한 것은 뒤로도 난다고 한다. 그러니 멋진 사냥꾼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도 하지. 하루에 곤충을 500여 마리를 먹는다고 하는데 사냥을 잘 하기 때문에 많이 잡아 먹는 건지 많이 먹기 위해 사냥을 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을에 물가에 있으면 알 낳는 잠자리를 많이 본다. 그러나 그 유충들은 본 기억이 없다. 아니,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물속에서 이상하고 징그럽게 생긴 벌레들을 보았어도 그것이 잠자리 유충이라 생각하진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물고기가 아니고 벌레라서 놀라 집어던졌을 것이다.

지난 여름에 둘째가 매미 허물을 구하러 나갔다가 입이 헤벌쭉해져서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엄청 많이 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잠자리 허물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 잠자리가 허물을 남겨두리라는 것을 몰랐다. 잠깐만 생각해 본다면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돌아오는 여름에는 아이와 잠자리 허물을 발견하는 행운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물가 주변 풀잎을 살펴봐야겠지.

아름답고 정겨운 자연을 만나고 잠자리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이런 책은 한 번 보고 말기에는 아깝다. 은은한 수채화에서 묻어나는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겨서인지 괜히 푸근하다. 섬세하게 그려진 잠자리를 볼 때와 배경을 볼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이가 곤충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서 더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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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 - 우리어린이 자연그림책, 도시 속 생명 이야기 2
이태수 지음 / 우리교육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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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책을 처음 접한 때는 이태수 작가에 대해, 아니면 생태 그림책에 대해 공부를 할 때였던 것 같다. 보면서 그림이 참 예쁘다 생각만 하고 있다가 잊어버렸는데 얼마전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황조롱이에 대한 다큐를 보았다. 그러자 잊고 있던 이 책이 퍼뜩 생각났다. 그래서 이 책이 도착하자 남편에게 얼른 보여줬다. 그때 보았던 황조롱이에 대한 책이 바로 이거라면서.

맹금류인 황조롱이는 원래 산에 살아야겠지만 요즘은 산을 깎아서 아파트를 짓기 때문인지 사람이 사는 곳에서도 산단다. 그것도 아파트 발코니 밖에 있는 화분 받침대에서. 이 책의 배경이 된 곳은 산본의 어느 아파트란다. 18층이면 꽤 높은 곳인데... 하기야 날개가 있는데 높은 게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화분 받침대에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만들고 그곳에서 알을 낳고 품어주는 황조롱이 부부를 그리고 있다. 발코니 밖이기 때문에 햇빛이 비치면 따가운 햇살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 또 비가 와도 그 비를 그대로 맞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알을 품고 있으면 드디어 새끼 황조롱이들이 태어난다. 그런데 막내는 힘이 약해서인지 알에서 제일 늦게 나왔고 먹이도 다른 황조롱이들이 다 먹은 뒤에야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엄마는 끝까지 먹이를 뜯어먹여준다. 

그리고 드디어 날아야 할 시기. 언니 황조롱이들은 쉽게 날개짓을 하는데 막내는 역시나 못한다. 엄마와 아빠 황조롱이는 멀리서 막내를 부르며 날아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쉽게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는 늦어도 괜찮다며 용기를 준다. 둥지를 맴돌며 열심히 연습을 하던 막내도 결국 날기에 성공한다. 그때의 감동이란... 게다가 그때 보았던 다큐멘터리와 오버랩되어 더 감격스럽다. 분명 언니 황조롱이들도 쉽게 날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이루어진 것이겠지. 막내는 그 과정을 단지 조금 늦게 거친 것 뿐이고.

펜으로 그린 세밀한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쏙 빠져들게 한다.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알을 깨고 나올 때 엄마 황조롱이가 두 면 가득 배경처럼 그려진 모습과 그 앞에 있는 갓 깨어난 새끼는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이야기할 때 먼 곳에 있는, 큰 마음 먹고 찾아가야만 하는 자연도 좋지만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을 보여주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는 삭막한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큰 선물일 것이다. 멀리 있는 그대로의 자연도 좋지만, 쉽게 접할 수 있고 맨날 만나는 (인위적인 속에서의)자연과 먼저 친해지는 것도 좋겠지. 그래서 이 시리즈가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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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벌타령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2
김기정 지음, 이형진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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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보지 않았을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무엇보다 벌타령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선뜻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지를 보면 장승을 업고 가니 장승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은 짐작하겠는데 그림은 도깨비불을 연상시키니 알 수가 있나. 그러나 읽고 나니 모든 것이 한꺼번에 확 다가오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이형진 작가의 그림을 만났다. 약간 무서운 그림이 기억에 남아서 이번에는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붉은색과 검정색을 많이 써서 나타낸 배경과 투박하면서도 해학적으로 표현한 인물들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아주 게으름뱅이 가로진이는 옛이야기에서 그렇듯이 뒹굴뒹굴하며 밥 값을 못 하는 아이다. 결국은 보다 못한 엄마가 나무를 해 오라고 산으로 쫓아보내지만 그 게으름이 어딜 가겠나. 엄마가 싸 준 개떡을 먹으며 멋진 단풍구경을 하다가 낮잠이나 실컷 잔다.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돌아가는 길에 엄마에게 혼날까봐 좋은 땔감이 될 나무를 구해서 집으로 가져온다. 그것이 장승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장승이 울면서 하소연한 소리가 우두머리 장승의 귀에까지 들어가서 온 나라의 장승이 모여들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읽는 재미를 놓칠 수가 없다. 바로 사투리. 팔도의 장승들이 그 기가 막힌 소식을 듣고 한 마디씩 하는 소리가 모두 각 지방의 사투리였던 것이다. 저 아래 제주도에서부터 백두산까지 맛깔스런 사투리가 나온다. 물론 나중에 서로 주고 싶은 벌을 이야기할 때도 사투리가 나오고.

여하튼 각 지방의 장승들이 모두 가로진이에게 벌을 주기로 하는데 합의한 것이 팔만 가지가 되는 병을 온몸에 칠한다. 그런데 과연 그 커다란 장승이 가로진이에게 벌을 칠하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세상에, 도깨비 불로 표현을 한 것이다. 만약 장승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서 표현했더라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겠지.

가로진이의 병은 결국 뽑아온 천하대장군과 그 옆에 지하여장군을 세워줌으로써 서서히 나았다. 덕분에 게으름 병까지 나았다지 아마. 장승을 지금은 특정한 곳에나 가야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민속촌이나 박물관 야외에서 본 것이 다가 아닐까. 하긴 나라고 다르지 않다. 장승에 얽힌 재미있는 옛이야기 하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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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만져 보세요 책읽는 손가락 1
송혜승 글 그림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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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만져 보다니 무슨 소리일까. 그런데 가만히 표지를 들여다보면 아래쪽에 연두색으로 무언가가 있는 것이 보인다. 바로 점자다. 그리고 별딱지로 된 원에 점자 촉각 그림책이라는 문구가 들어온다. 아, 책 읽는 손가락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 중 한 권이구나. <점이 모여 모여>라는 책을 보고 너무 예뻐서 감탄했는데 이 책은 어떨까. 

이것은 각 계절에 따른 나무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림책이다. 왼쪽에는 점자 그림과 글을 배치하고 오른쪽에는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왼쪽 페이지에는 사람과 나무가 단순화되어 그려져 있다. 올록볼록하게. 그리고 아래에는 점자가 찍혀 있다. 계절 별로 각기 다른 꽃을 설명하는데 점자 그림도 보면 이미지가 딱 맞다. 봄이면 민들레, 여름이면 봉숭아, 가을이면 코스모스, 해바라기. 또 가을이면 사과 나무니까 사과도 열린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져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면 겨울이라 눈이 온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그림을 어쩜 저리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책을 넘기다 보면 종이가 겹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좀 특이하게 만들려고 그랬나보다 생각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바로 점자때문이란 것을 알았다. 점자란 오목과 볼록이 나타나야 하니 양면에 함께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많은 점자들을 보면서 이것은 아마도 작가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여하튼 그림책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시각 장애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이 나왔다는 것이 마냥 좋다. 어렸을 때 그림책을 못 보고 자란 어린이들을 보면 안타까워서 어떻게든 그림책을 접하게 해주고 싶어 안달을 하는데 시각 장애 어린이들은 미처 생각 못했었다. 아직도 난 멀었나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천만다행이다. 그렇지만 다음은 어떻게 하지? 모임에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해야겠다. 그럼 자원봉사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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