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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한 알로 정승 사위가 된 총각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6
배서연 엮음, 전갑배 그림, 권혁래 감수, 박영만 원작 / 사파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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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어린이 책 모임에 나갔을 때 이 이야기를 가지고 그림자극 공연을 하는 걸 보았다. 물론 비슷한 이야기의 다른 판본이다. 워낙 옛이야기는 같은 이야기라도 여러 판본이 전해지기 때문에 똑같은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처럼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잊어버리면 그 고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그래서 옛이야기가 재미있는 법이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듣는 사람의 반응에 따라 길이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기억이 안 나면 살짝 바꿔도 듣는 이는 알지 못하니 부담도 없다. 예전에는 이런 걸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파리 출판사에서는 박영만 원작의 옛이야기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데 요 시리즈가 은근히 재미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많고 이미 동일한 이야기가 다른 유명한 책으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좋아한다. 딱히 그림이 멋지다거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좋아한다. 지난 번에는 2학년들을 대상으로 1분기 동안 읽어준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걸 뽑으라고 했는데 이 시리즈의 하나인 <붙어라 떨어져라>가 압도적인 1위였다. 그냥 사람한테 붙는 게 재미있고 똥을 쌌다는 게 웃긴 것이겠지만 책의 재미라는 게 뭐 별건가. 강하게 기억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재미있으면 전부 재미있다고 느끼는 거지. 아직 이 책은 읽어주지 않았는데 이건 약간 강렬한 부분이 없긴 해도 좁쌀 한 알이 개가 되고 말이 되고 소가 되는 점층법이 재미를 더하지 않을까 싶다. 원래 아이들은 반복되는 걸 좋아하니까.

 

  좁쌀 한 알이면 웬만해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그걸 갖고 과거를 보러 가는 총각이나 그걸 맡아 주는 주막집 주인이나 특이하긴 하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니 일단 넘어가자. 다음 날 좁쌀 한 알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쥐가 물어가지 않았더라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줌도 아니고 한 알이라니. 총각은 언제나 패기있고 당당하다. 나중에 정승이 총각의 소를 잡아갔다고 해도 굽신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의 소를 내놓으라고 하니 꼿꼿한 성품의 총각인가 보다. 또 그걸 알아보는 정승도 보통 인물은 아니다. 여하튼 '그래서 이렇게 되었대요'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다음에 어떻게 될지 대충 짐작이 가는데도 계속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옛이야기는 은근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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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재판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21
홍성찬 글.그림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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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옛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다. 유독 우리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많이 나오는데 죽을 때까지 인간 가족(이라고 믿는)에게 고기를 갖다 주는 착한 호랑이부터 엄마를 잡아먹고 그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는 못된 호랑이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 이야기의 호랑이는 후자에 속한다. 구덩이에 빠졌기에 기껏 구해줬더니 배고프다며 잡아먹어야 한다나. 아니, 나그네도 그렇다. 이왕 물어보려면 인간에게 유리한 동물에게 물어볼 것이지, 왜 하필 모두 인간에게 유감이 많은 것들에게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러고 보니 인간에게 우호적인 동물이 얼마나 될까.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면 나그네 편을 들어줄만한 동물은 없어보이긴 한다.

 

  이렇게 옛이야기는 긴장을 유지한다. 반 정도까지는 나머지 동물들이 호랑이가 잘못했다고 하면 나그네가 살아날 가망이 있으니 기대를 하지만 반이 넘어가면 이젠 나그네가 죽었구나 싶을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 토끼를 만나기 전까지 모두 인간이 나쁘다고만 하니 이제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누군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그네는 처음부터 별로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다. 장끼가 아무리 말려도 약속은 지켜야한다며 구해주더니 호랑이가 잡아먹겠다고 할 때에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하니 언젠가는 선이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이 호랑이는 원래부터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을 못 살게 구는 등 못된 짓을 일삼던 호랑이라서 다시 구덩이에 빠져도 전혀 불쌍하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호랑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나 보다. 만약 그 모습이 없었다면 약간의 측은함을 가질 수도 있을 테니까.

 

  노구의 저자가 가까스로 작업한 책이라고 한다. 시력이 점점 안 좋아지는 과정에서 작업한 책이라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땅속나라 도둑괴물>보다 선이 거칠어진 듯하다. 그러나 거친 선도 나름대로 괜찮다. 아니, 원래부터 이런 의도를 가지고 그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는 세상을 배우는 통로라고 한다. 선과 악이 있고 살아가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이야기를 하나씩 만나는 과정이 재미있으면서 의미있다. 그래서 보림의 까지호랑이 시리즈가 여전히 사랑받고 꾸준히 재창작되어 나오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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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어라 떨어져라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5
이미애 엮음, 송교성 그림, 권혁래 감수, 박영만 원작 / 사파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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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끈따끈한 책을 2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지금 2학년들은 지난 해, 그러니까 걔들이 1학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도서실 수업을 했기 때문에 유난히 정도 많이 들었다. 작년에도 1학년들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기를 했는데 그때는 2학년들에게 치여서 뒤쪽에 밀려나 듣다가 나중에는 가끔씩 듣는 정도여서 실제로 책은 많이 읽어주지 못했었다.

 

  그러다 올해는 아예 학년별로 날짜를 달리해서 읽어주기로 했다. 1학년은 화요일, 2학년은 수요일, 이런 식으로. 작년 2학년들은 책을 읽어주는 도중에 싸우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얘들은 아주 조용하다. 게다가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은 아이가 있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가 용이하다. 먼저 제목을 들려주며 무슨 이야기일거 같냐고 물어보니 잘 모르겠단다. 한 아이만 비슷하게 유추한다. 사실 이와 비슷한 옛이야기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나 보다. 하기야 아직 두꺼운 책을 읽기는 버겁고, 그렇다고 집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드디어 읽어주기 시작. 못된 주인 때문에 머슴살이를 하고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들이 더 안타까워한다. 아이들이 머슴이 무엇인지 아는지 묻고 싶었으나 처음부터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여가며 읽으면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될까봐 묻지 않는 이상 굳이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열심히 일했는데 얻은 거라고는 꽁보리밥 한 사발에 된장 한 종지가 다였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한숨까지 쉰다. 그러다 귀신이 나오는 장면에서 잠시 멈칫한다. 뭐, 귀신이 무섭지도 않은데. 머슴은 단지 바람을 막고 돗자리를 둘러친 것뿐인데 무덤 주인은 오히려 고마워하니 다행이다. 나중에 이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뽑은 아이들이 꽤 있을 정도였다.

 

  결국 귀신한테 받은 종이로 주인집에 가서 멋지게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더 신나한다. 특히 주인 영감이 놀라서 똥을 싸는 장면에서 웃음보가 터진다. 책 읽어 주기가 다 끝난 뒤에도 달려들어 그 장면 어디있냐고 물어본다. 마지막에 옛이야기가 으레 그렇듯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대'하며 별 생각없이 책을 덮는데 아이들이 그런다. 머슴이 귀신들과 술 먹고 있다고. 그래서 다시 그림을 보니, 정말 머슴이 귀신에게 술을 대접하고 있다.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 진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나 보다. 오랜만에 모든 아이들(그래봤자 11명이지만)이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어 주는 나도 무척 즐거운 책 읽기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읽어준 경험으로 보아 옛이야기는, 그것을 알고 있든 모르든 집중도가 상당히 높았다. 이래서 옛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전해지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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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장수 우투리 꼬불꼬불 옛이야기 3
서정오 글, 서선미 그림 / 보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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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희님의 <옛이야기의 발견>을 보면 우투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분석해 놓은 부분이 있다. 그림책과 동화책은 많이 읽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이론서도 보았지만 옛이야기만은 따로 공부하지 않아 그쪽 지식은 미흡하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주워들은 지식이 전부였는데 그 책을 보며 옛이야기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전에도 우투리에 대한 이야기는 읽었지만 별 생각없이 읽기만 했기 때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다른지 몰랐다. 지금도 안다고 말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우투리에 대한 글을 읽었다고 다른 때보다 좀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옛이야기에는 삶의 다양한 모습이 들어있고 지혜가 들어있으며 때로는 사회상이 들어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은 언제나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표현한 이야기는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일 게다. 항상 어려운 시절에는 영웅을 기대한다. 피지배자들은 영웅을 기다리는 반면 지배자는 그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러니까 우투리도 그러한 시절에 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다.

 

  태어나는 것부터 범상치 않다. 가위로 탯줄을 자를 수 없어서 억새풀로 잘라야 한다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자라는 속도도 다르다. 게다가 날개가 있어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평범한 아이는 절대 아니다. 우투리 부모님은 영웅이 태어났다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를 당할까봐 걱정해서 산속에 들어가 숨어지낸다. 만약 우투리가 지배계급의 아들이었다면 대대적으로 영웅 대접을 받으며 귀하게 자라겠지만 원래 평범한 백성 집에서 나와야 이야기가 되는 법이다.

 

  기존의 우투리와 기본 서사는 동일하지만 미시적인 부분에서는 약간 다르다. 특히 우투리의 특이점이나 숨어 있는 곳을 대라는 관리의 말에 대응하는 태도가 이야기마다 다른데 여기서는 엄마가 비단과 곡식에 눈이 멀어 말해준다. 뭐, 이런 엄마가 다 있나 싶지만 워낙 궁핍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을 꼬집는 것일지도 모르고. 영웅이 날 뻔 하지만 하루가 모자라 우투리는 그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 안타까운 이야기. 안타깝기 때문에 영웅이 되어 나라를 바꿨다는 이야기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니까. 그러면서 언젠가는 영웅이 다시 나타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오늘을 사는 것이겠지.

 

  옛이야기는 어떤 식의 그림이 마음이 가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때는 그냥 글만 있어서 독자가 상상하며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긴 한데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이 읽어주기  훨씬 좋으니 말이다. 대신 비슷한 이야기라도 다양한 그림을 만나게 해주면 아이들 스스로 여러 그림을 보며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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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 물고 간 노루 꽁지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4
박영만 원작, 원유순 엮음, 이웅기 그림,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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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이야기에 나오는 범 혹은 호랑이는 대개 어수룩하다. 표지 그림에서도 눈만 커다란 것이 무섭다기 보다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 곶감을 무서워하는 호랑이처럼 여기 나오는 호랑이는 방울을 무서워한다. 그런데 곶감을 무서워하는 호랑이는 단순히 곶감만 무서워하는데서 이야기가 끝나지만 여기 나오는 호랑이는 노루의 꽁지까지 물고 가는 바람에 지금의 노루 꽁지가 그처럼 뭉툭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어수룩한 호랑이 이야기와 '이래서 그렇게 되었대요'식의 이야기가 합쳐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식의 이야기까지 있으니 다양한 옛이야기를 한꺼번에 만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우선 방울소리에 놀라 지레 겁먹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어수룩한 호랑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호기심이 많기도 하다. 처음 보는 동물이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 보니 말이다. 게다가 소금장수는 비록 몸은 약하지만 꾀가 많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기회로 이용했으니 호랑이에게는 이래저래 볼리한 상황이었다. 방울이 범을 잡아먹는 오르릉새라고 말해도 호랑이는 '용감'하기 때문에 다까이 다가갔으나 소금장수가 한 수 위였다. 오르릉새를 범의 꼬리에 잽싸게 매달았으니까. 호랑이가 용감하긴 했으나 호기심이 더 강해서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 

  보이지도 않는 꼬리에서 범을 잡아먹는 오르릉새가 소리를 내고 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원래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더 두려운 법이다. 그렇게 도망가다 만난 노루는 범을 보고도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먼저 다가가 말을 건다. 어쩔 수 없이 호랑이가 무서워하는 물건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호랑이를 데리고 간다. 노루의 꽁지를 물고 가는 호랑이 모습이라니. 어쨌든 소나무에 걸려 있던 방울 소리에 놀라 지레 겁먹고 도망간 호랑이 때문에 노루 꽁지가 지금처럼 짧아졌다나 뭐라나. 

  흔히 옛이야기는 교훈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억지로 교훈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서운 호랑이가 골탕 먹고 어수룩하게 나오는 것도 일종의 은유가 아닐까. 무서운 존재를 곯려주고 싶은 백성들의 마음 말이다. 재미있게 웃고 기억에 남아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연상될 것이고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비약이 너무 심했나. 그러나 옛이야기에는 풍자와 해학이 들어 있는 것은 확실하니 언젠가는 삶의 지혜로 되살아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라고 하는 것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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