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우유일지도 몰라 - 장독대 그림책 9
리자 슐만 글, 윌 힐렌브랜드 그림, 서남희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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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모양을  생각할 때면 으례 직사각형을 떠올린다. 아이들 책이든 어른들 책이든 대부분 길쭉한 네모 모양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각각의 책들이 나름대로의 모양을 고집하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꽂이에 꽂으면 조로록 줄이 맞는 획일화된 모양이었다. 오죽하면 그 틀을 깬 책들을 꽂아 놓았더니 나이 많은 어른들이 책을 왜 엉망으로 꽂았냐고 했다는 일화까지 있을까. 하긴 지금도 들쭉날쭉한 모양이 싫어서 되도록이면 크기가 똑같은 전집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가 이렇게 서론이 길어졌는지 모르겠다. 아, 이 책은 모양이 정사각형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크기가 결코 작지 않은... 이런 경우 책꽂이에 꽂으면 불쑥 튀어 나와 자꾸 나모 모르게 밀어넣으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은 이런 판형의 책이 꽤 있어서 그 옆에 꽂으면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상식을 따르지 않는 모양처럼 내용도 과연 그럴까. 뭐, 제목을 봐서는 아이들이 흔히 궁금해 하는 그 어떤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득, 정말 어느날 갑자기 떠오른 궁금증을 아이들은 속으로 삼킬 줄 모른다. 로지도 마찬가지다. 항상 보았던 달을 보고(하긴 항상은 아니었겠다. 밤이 새벽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보았다는 것은 특별히 늦게 잤거나 자다가 깼다는 얘기일 테니까.)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가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옆에 있는 고양이에게 물으니 우유가 담긴 접시란다. 즉 우유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로지는 물론 믿고 싶지만 어디선가 의문이라는 것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결국 닭에게로 가서 물어보기로 한다.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렸으니 얼마나 많이 참은 것인가.

그러나 모든 사람들 생각이 다 다르듯이 동물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당연하다. 동일한 동물도 아니고 종이 다른 동물에게 물어봤으니 각자가 생활하는 모습이나 가치를 두는 것이 다르다 보니 대답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이렇게 고양이와 닭과 나비, 개, 쥐 등을 만나고 다니지만 동일한 대답은 하나도 들을 수 없다. 그러니 로지는 더 의심이 든다. 결국 할머니에게 가 보는데... 

흔히 어린이책에서 나타나듯 반복과 점층법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신선했던 것은 마지막에 모아지는 결론이었다. 모두 틀리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어느 한 동물만 맞춘 것도 아니었고 게다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취합해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로지의 능력이었다. 동물 친구들도 모두 수긍할 만한 달을 이루고 있는 물질에 대한 로지의 정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려고 하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또한 남의 말을 자신의 견해에 맞춰서 생각하려 애쓰기도 한다. 그래서 똑같은 말을 들었음에도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해석하는 데는 차이가 있는 것일 게다. 어른도 그럴진대 아이들은 어떨까. 자신의 말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사고 더 나아가 '자신만' 맞다고 우기는 아이들도 있다. 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가. 하지만 그것도 자라고 성숙하는 한 과정일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고 그들의 말도 맞다는 것을 안다면 편협하고 고집스런 어른으로 자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소양을 길러줄 수 있을까. 그건 바로 이런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내면 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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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낮은산 그림책
정소영 글 그림 / 낮은산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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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둘째가 사진첩을 보다가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이땐 할머니가 좀 젊으셨네." 불과 4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사진이건만 아이의 눈에도 세월의 흔적은 지나칠 수 없었나보다. 하긴 나도 가끔 부모님이 젊으셨을 때 찍었던 사진을 보며 '이렇게 젊은 시절이 있었지.'를 자꾸 읊조리게 된다. 분명 내가 초등학교 때거나 중학교 때일 텐데도 부모님의 모습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도 젊었을 때의 내 모습은 기억하지 못할 테지. 오로지 사진으로 남아있는 것만을 기억하겠지.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을 차분하게 들려줌으로써 자신의 아들에게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뭉클함을 느낀다. 아마 나도 모르게 작가의 마음으로 동화되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과연 아이들은 이런 감정을 얼마나 느낄 수 있으려나. 그저 언제까지나 자신의 옆에서 든든하게 방패막이가 되어 주는 걸 당연하게 느낄 뿐일 것이다. 하긴 어른인 나도 그리고 작가도 부모님의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 할 말이 없긴 하다. 그래도 작가는 이렇게 사진첩을 찾아내서 느낀 감정을 표현이라도 하는데, 난 아직도 표현에 서투르다.

누구나 아이가 태어나서 옹알이를 하고 걸음마를 하고 무엇보다 엄마, 아빠를 부를 때 느끼는 벅찬 기쁨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은 같건만 왜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지는 것일까. 음... 반성하고 또 반성. 여하튼 엄마가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추억하며 아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작가가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에 몰입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그나저나 오늘은 나도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 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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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뛰빵빵 아기그림책 보물창고 3
낸시 쇼 지음, 마것 애플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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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그리고 지금도 좋아하는 둘째. 그래서인지 이 책도 읽어달라고 한다. 사실 처음에 보여주면서 유치하다고 얘기하면 어쩌나 했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본 듯 하면서도 다른 것 같은 그림 때문에 읽기 전에 어디서 봤었는지 이야기하느라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결론은 못 내렸지만... 

그림이 선명하지 않으면서 잔잔한 색조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게다가 여백이 많아서 유아들이 보기에 딱 알맞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책을 읽어주면서 다음에는 어떤 내용이 오겠구나를 생각하며 아이에게 슬쩍 물어보기도 했다. 여간해서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다음 이야기가 뻔하다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했다. 예를 들자면 양들이 너무 많이 타서 모두 뛰어 내려 지프차를 밀기 위해 내린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지프차가 저 혼자 미끄러져 내려갈 줄 알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둘째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런 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차가 진흙 속에 파묻혀 버린 것이다.

속으로 좀 놀랐지만 일단 그냥 읽어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다시 한번 뒷 이야기를 예상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맞겠지. 아무도 운전대를 잡지 않고 신나게 웃고 떠들며 차를 타고 가는 바람에 나무에 부딪쳐 차가 완전 고물이 되었다. 바로 큰 나무가 있고 바닥에는 차가 찌그러져 있으며 타이어가 뒹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둘이 모두 타이어를 가지고 그네를 만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예상이 빗나갔다. 그래서 처음에 가지고 있던 뻔한 이야기일 거라는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다. 그래서일까. 분명 유아들이 보는 아기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재미있게 들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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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연주해야지! 그림책 도서관 39
피터 시스 글.그림,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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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이면 대부분 피아노 교육을 시킨다. 물론 나도 그렇다. 뭐, 피아노를 대단히 좋아해서도 아니고 그쪽으로 진로를 생각해서도 아니고 그저 남들이 하니까 내지는 조금이라도 음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보내게 된다. 하지만 큰 아이가 가끔 피아노를 열심히 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안 배우는 것보다는 배우는 것이 정서적으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 모차르트 이야기를 하려다 엉뚱하게 피아노 얘기만 했다. 그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모차르트를 알 것이다. 

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둘째도 알고 있을 정도면 '피아노를 배우는 모든 아이들'이라고 일반화를 시켜도 되지 않을까. 음악의 신동으로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경외의 대상인 모차르트. 그런 모차르트에 대해 피터 시스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까. 역시나 피터 시스는 간략하고 환상적으로 풀어낸다. 어렸을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다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다만 어려서부터 연주 여행을 다녔으며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피아노 치는 방법을 보여줌으로써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바로 모차르트가 연습하는 장면이다. 아이들과 놀고 싶은 나이임에도 연습하느라 놀지 못하는 아이의 심정을 그림으로 멋지게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연습하라고 말하는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줌으로써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보여준다. 또한 혼자 연습하면서 악보 속에 있는 것들이 의자가 되고 코끼리가 되고 고양이가 되어 한 편의 오페라를 공연하는 장면은 놀랍다. 사실 아버지의 계속되는 연습하라는 이야기에 모차르트가 우울해 하거나 도망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것을 환상 속으로 멋지게 끌어들인 것이다. 그리고 엉망이 된 방의 모습이란... 역시 피터 시스답다.

맨 뒷부분에 나와 있는 모차르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앞에서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을 다룬다. 그러나 너무 어려서부터 순회 공연을 다니느라 힘들어 했다거나 결코 순탄하고 쉬운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의 연령대를 보아서 그랬나보다. 이 책은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림을 보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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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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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아이들 학교 도서관에서 사서 도우미를 할 때 파손된 책을 정기적으로 보수하는데 특히 그것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며 거의 전담하다시피 한 사람이 있었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보수해 봐야 얼마나 잘하겠냐만은 그래도 여타 사람들보다 잘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보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이 책을 읽어 보니 그것은 단순히 보수 차원을 넘어 새책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를리외르가 그저 누군가의 이름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것은 일종의 직업이란다. 를리외르에는 '다시 묶는다'는 뜻도 있다고.  

소피가 아끼는 도감이 우수수 흩어져 버리고만다. 좋아하는 책인데 많이 봐서 책장이 하나씩 떨어지면 얼마나 속상할까. 다시 사면 되겠지만 책에는 단지 지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추억과 손때까지 묻어 있는 법이다. 따라서 새로 사면 왠지 낯설고 거북하게 느껴질 것이다. 소피도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망가진 책을 들고 수소문 해서 찾아간 곳이 바로 를리외르 아저씨 집이다. 거기를 가기까지 소피는 파리 시내를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커다란 건물과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 있는 소피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러다 마침내 찾아냈다.

아저씨 집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에 정신이 없다. 그래도 아저씨는 소피의 책을 고치기 위한 재료들을 어디 있는지 잘 찾아낸다. 둘은 서로 이야기를 하지만 대화를 한다기에는 뭔가 석연찮다. 소피는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저씨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그래도 뭐 어떤가. 둘은 끝내 마음이 통했고 서로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데.

다음날 소피 손에 들려진 책은 예전의 그 책이 아니다. 오로지 소피만의 책인 것이다. 금박으로 이름이 적혀 있고 겉표지도 소피가 좋아하는 나무인 아카시아(아까시가 아닐까?)로 되어 있으니... 와, 나도 그런 책 하나 갖고 싶다. 일일이 모든 공정을 손으로 하는 를리외르라는 직업은 분명 쉽지만은 않은 직업일 것이다. 요즘은 이 직업을 수공예적 예술이라는 아트 장르로 본단다. 이 책을 감수한 프랑스 정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를리외르는 이렇게 말한다. "이 그림책 한 권으로 내 작업을 장황하게 설명할 수고를 덜게 되었다."라고. 왜냐하면 를리외르의 정신 뿐만 아니라 책을 다시 제본하는 방법도 나와 있기 때문이다. 잔잔한 수채화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뭉클한 것은 자신의 책을 찾으러 싹이 튼 작은 화분을 들고 가는 소피의 마음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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