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 알렝 - 텔레비전이 없었던 시절에 살았던 프랑스 소년 이야기, 물구나무 그림책 67 파랑새 그림책 68
이방 포모 글 그림, 니콜 포모 채색, 김홍중 옮김 / 파랑새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난민이 되어 다른 나라로 가서 살면서 자신들의 전통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이 어렸을 때 살았던 마을이나 동네 사람들에 대한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서 후손들에게 알려준다고 한다. 일종의 옛이야기인 동시에 역사인 셈이다. 후에라도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후손들이 낯선 나라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았던 마을이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함일 것이다. 그와 전혀 상관없는 이 책을 보고 문득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생활이 생각났다. 왜 일까?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생활을 후에 누군가에게 알려주기 위해 서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모든 것이 부족하고 힘든 생활 속에서 그래도 아이들은 지금의 아이들과 똑같은 마음을 갖고 지낼 것이다. 전쟁 속에서도 사람들은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그래서 그 아이들이 여덟 살이 되었을 즈음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며 노는지, 혹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알렝의 모습을 따라가며 알려준다. 아직 전쟁 후유증으로 인해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어야 하고 차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우리 어른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던가. '내가 어렸을 때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에서는 항상 장난감도 만들어서 사용했고 학원 같은 것도 없어서 학교 갔다오면 노는 게 일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비록 지금의 생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할 것 같지만 그 안에 있으면 당연하게 여겨지듯 불편함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가끔 외출하는 극장 구경이나 외식을 하기도 하는 속에서 행복을 맛본다. 10킬로미터도 거뜬히 걸어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때도 미운 사람은 있게 마련인지 알렝도 얄미운 친구 때문에 잘못된 생각을 해서 크게 혼나기도 한다. 이렇듯 이야기 자체가 커다란 사건이 있거나 굴곡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아이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문화가 달라서일까. 책을 덮고 나면 무엇을 읽었는지 별 기억이 안난다. 그냥 알렝이라는 아이가 있었고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된 모습을 이야기하며 끝냈구나 라는 것 정도? 하지만 글이 꽤 많이 있는데도 만화 같은 그림을 보느라 재미있어서 책장이 잘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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