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쟁이 열세 살>을 읽으며 도대체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다. 이렇게 톡톡 튀면서 현재의 아이들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해 내는 능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 후로 이 작가의 작품을 몇 번 더 보았고(우연히) 급기야 만나고 싶은 작가 일순위에 올랐다. 결국 강력히 주장해서 회보에 실을 작가로 결정!!
막상 만나고 보니 여린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 이건 책을 읽으며 그렸던 작가의 모습이 아닌데라는 생각과 함께. 이건 비단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같이 갔던 모든 회원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점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 본 건 아니구먼.
<<< 작가 소개 >>>
최나미
동화 작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겨레작가학교’를 졸업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손녀와 할아버지의 관계, 죽음의 의미를 잔잔하게 이야기한 『바람이 울다 잠든 숲』(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들의 관계 맺기와 상처 치유하기를 섬세하게 그린 『진휘 바이러스』를 펴냈다. 최나미의 두 번째 창작집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선정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스24에서 발췌. 인터넷에는 아무리 뒤져도 정보가 제대로 없다.)
최나미 작가는 유난히 열세 살에 집착하는 듯 보인다. 현재 나와 있는 모든 작품의 주인공은 열세 살이다. 왜 하필이면 열세 살일까. 지금 내 딸도 열세 살인데. 마침 최나미 작가의 책들을 하나씩 읽고 있는데 <창비어린이> 봄호에 그에 관한 글(신인 평론)이 실렸다. 요즘 나오는 책들을 살펴보면 열세 살을 주인공으로 하는 책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장수 만세>도 열세 살이 주인공이고 김리리 작가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의 주인공도 열세 살, 6학년이다.
초등학교에서 최고 학년이 되어 자아도 생기고 사춘기를 한창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그 때문에 주목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그 이유도 있지만 일종의 마지막 몸부림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최고 학년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최저 학년이 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점도 있지만 그 때는 대입이나 앞날에 대한 생각과 어느 정도 머리도 컸기 때문에 무작정 기분이 들뜨는 상태는 조절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그럴 여유도 없을 테고.
평론에서는 열세 살을 주인공으론 한 동화의 포문을 연 작품이 최나미 작가의 <진휘 바이러스>라고 이야기한다. 그것도 어른의 입장에서 계도를 목적으로 한 그런 동화가 아니라 철저히 아이들 입장에서 현재의 아이들을 다루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구나. 독자는 자신에게 맞는 책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니까.
<<< 작품 소개 >>>
1. 바람이 울다 잠든 숲
작가의 첫 번째 책. 아직 읽어보진 못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이 후의 책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즉 기존의 잔잔한 어린이책을 연상하면 된단다. 작가학교를 다니면서 썼던 작품이라고 한다. 대개 작가들이 처음 등단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반해 최나미 작가는 위기철 선생님 덕분에(당시 청년사에 계셨다고) 쉽게 첫 책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가학교에서 동화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썼던 작품이기에 색이 달랐던 게 아닐까싶다.
2. 진휘 바이러스
평론가가 이 책을 계기로 우리의 동화에서 열세 살이 주목을 받았고 활개를 치게 되었다(이건 내 표현이다. 평론가는 열세 살 바이러스를 퍼트렸다고 표현했다.)고 평한 바로 그 책이다.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은 친구들과의 소통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여기에 나오는 단편단편마다 주인공은 모두 열세 살이다. 작가는 주로 친구 문제에 천착한다. 따지고 보면 그 즈음이면 가장 중요한 게 친구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현재 아이들의 고민을 정확히 간파한 셈이다.
[진휘 바이러스]는 딸 친구-친하지도 말고 눈밖에 나지도 말기를 바라는 그런 친구-를 모티브로 했단다. 또한 [청소함 옆자리]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란다. 나머지 한 이야기 [턱수염]은 두 개의 이야기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3. 걱정쟁이 열세 살
딸이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고 광고하고 다녔던 책이다. 주인공이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 딸은 상우의 누나에 자신을 대입하며 읽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작가는 MBTI 성격유형을 중심으로 인물의 성격을 결정한단다. 즉 상우는 무엇이든 계획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신경쓰는 전형적인 ISTJ형으로 설정하고 엄마는 감성적인 NF형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누나는 짐작컨대 ESTP가 아닐까 싶다. 그러기에 상우는 아빠가 자신의 길을 찾아 가족을 떠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빠가 돌아와야 그제서야 '정상적인' 가정이 된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마당의 감나무를 보며 울 수밖에 없다. 물론 누나는 자기 마음대로 언제나 긍정적으로 살며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다. J형인 상우가 보기에 P형인 누나가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것은 당연하지. 여기서 잠깐 작가의 에피소드를 소개해줬다. 자세한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J형과 P형의 인식차이에 대한 것이었다. 그만큼 둘의 성격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4.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흔히 나이 마흔을 고비라고 이야기한다. 난 아직 마흔이 안 되어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봐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마음이 불안하고 뭔가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마흔과 종잡을 수 없는 열세 살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한 지인은 벌써부터 걱정한다. 자신의 나이 마흔이 될 때 아이가 열세 살이 된다며.
둘째 연호네 반에 한 여자 아이가 있는데 축구를 잘 한다고 한다. 남자 아이들과 같이 매일 점심 때 축구를 하나보다. 이 책의 주인공 가영이도 그런 아이다. 그러나 정작 시합에는 나갈 수가 없단다. 왜? 여자니까. 나이 마흔에 자신의 삶을 찾고 싶어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두고 밖으로 나가는 엄마를 온 식구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가영이는 자신이 겪은 일을 계기로 조금은 엄마를 이해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참 의견이 분분했다. 엄마는 꼭 그렇게 식구들에게 설득이나 설명도 없이 집을 나갔어야만 했을까. 작가는 대답한다. 우리나라 남자들, 그리고 어른들은 아무리 설명을 하고 이해를 시키려고 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차라리 그냥 조용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고. 어느 정도 공감은 간다. 사실 여성문제라는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는데 작가는 시종일관 경쾌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때문에 그다지 무겁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게 바로 최나미 작가의 특성이자 매력이다.
5. 셋 둘 하나
세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두 이야기는 친구와의 문제를 다루고 하나는 성장을 다룬다. 여자 아이들은 어디를 가든 친구와 붙어 다닌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표제작의 경우 단짝이 셋이라서 불편한 경우가 생기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즉 필요에 의해 왕따인 한 친구를 끼워주면서 일어나는 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쩜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이 현실과 똑같을까. 나중에 (어찌보면)경계인이었던 은혜가 셋에게 퍼붓는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성장을 다룬 [마술모자]의 경우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효주를 주인공으로 한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중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며 '멋있는 친구네'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만약 우리 아이라면을 대입하면 '절대 안 돼'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아마도 어른인 나는 모든 것을 아이들 입장에서 보려 '노력'하지만 그 기저에는 결국 부모의 마음이 자리잡고 있음일 게다.
위에서 살펴본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어른은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를 양육하거나 보조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기존의 동화에서 보여줬던 어른이 문제를 해결하고 뒷마무리를 하거나 결말에 가서 급하게 봉합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