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 중국 낙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31가지 근거
데이빗 매리어트 & 칼 라크루와 지음, 김승완.황미영 옮김 / 평사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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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중국으로 출장갔을 때 일행 중 몇 명이 현지에서 직접 비자를 발급받았다. 원칙적으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약간의 돈을 주면 통한다는 게 당시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또한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라면을 미리 부치면 절반 이상은 사라지고 나머지만 겨우 전달받을 수 있기에 아예 넉넉하게 보낸다는 말도 있었다. 중국은 그 정도로 부패가 만연한 나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헌데 아직도 그러한 관행이 별반 나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그 나라 사람들도 자기네 정부가 부패가 심하며 불리한 면은 감추려고 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점이다. 알고는 있어도 바꾸려는 의지가 약한 것인지 아니면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냉전 체제가 무너진 후로 지금까지 미국이 독보적인 세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서서히 중국이라는 나라가 미국의 경쟁국으로 올라올 기미가 보이자 미국에서도 긴장하고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경제성장률이라는 하나의 시각으로 보자면 중국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단순히 경제만 성장한다고 해서 다른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말이다. 거의 '무'에서 어느 선까지 올라가는 것은 쉽지만 거기서부터는 단순히 외적인 성장으로는 표가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다른 부문의 성장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의 경우도 개발독재 시절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후유증과 부작용으로 아직까지도 곳곳에 문제가 있지 않던가. 사실 지금의 중국의 급성장을 보면 우리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나마 우리는 (어느 정도의) 민주주의를 이루었기에 그나마 지금의 상황까지 올 수 있었지만 중국의 경우는 개방경제로 돌아섰다 해도 정치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폐쇄적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리보다 훨씬 많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부정부패 문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아닐런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도 곳곳에 부정부패가 남아 있지만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와 함께 교묘해진다는 점도 확실하지만.

  이 책은 중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주면서 이런 식으로 해서는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지적한 모든 점이 분명 맞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약간 불편했다. 중국이 우리와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지나치게 서구적인 시각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그들의 잣대로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개인중심적인 사고를 기준으로 보자면 동양의 문화는 이해하지 못할 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름'의 문제이지 '틀림'이 아닌데도 틀리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몰고 간다. 패권을 쥐기 위해 벌이는 미국이나 유렵의 여러 나라가 보이는 행태는 정당하고 중국의 행태는 부당하다는 식의 전개도 거슬린다. 물론 저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문제를 직시하자는 의도에서 한 이야기라는 점은 알지만 어쨌든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다고 중국의 문제가 정당화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이 아무리 경제가 급성장하고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해도 그들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일종의 졸부를 바라보는 시각과 같다고나 할까. 내적인 면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적인 것만 남을 따라가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렇다. 그런데 읽으면서 중국의 현실을 이야기하는데 어째 우리 이야기(과거형도 있고 현재형도 있는)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있는가 없는가 주목하고 있는 반면 우리에게는 아예 그럴 가능성이 없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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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2012-02-05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님이 읽은 책들의 리뷰를 들여다보면서..비슷한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