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엄마 이야기 사계절 그림책
신혜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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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목만 들었을 때는 엄마가 셋이라는 것에 다른 의미를 뒀었다. 엄마가 둘이라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셋이라면...? 그러나 그림을 보는 순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겉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그림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을 떠나 어딘가로 끝없이 달려가는 이삿짐 센터 차가 보인다. 도로의 상황을 보아하니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로 이사를 가는 것 같다. 그림이 마치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그림이지만 그렇다고 정확히 위에서 내려다봤다고도 할 수 없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아이가 이 그림을 보더니 짧은 한 마디를 내뱉는다. 상식을 무시한 그림이라는 뜻이겠지. 이런 비슷한 구조, 즉 도시를 떠나 어딘가로 이사를 가는 그림이 표지 안쪽부터 나오는 그림이 생각난다. 바로 권윤덕 작가의 <만희네 집>. 그러고보니 그림풍도 비슷하다.

그렇게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곳은 복숭아꽃 살구꽃이 활짝 핀 어느 시골이다. 넓은 밭이 딸리 작은 집이라는데 정말이지 밭이 엄청 크다. 저 넓은 밭에 무얼 심을까 고민하던 엄마는 콩을 심기로 한다. 그리고 콩을 사다가 심는데 맙소사, 숟가락으로 땅을 파고 콩 한 알을 넣는다. 그렇게해서 언제 다 심으려나 내가 다 걱정이 된다. 오죽하면 동네 할머니들도 놀라서 눈을 동그렇게 뜨고 있을까. 그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국 엄마는 자신의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여기서 잠깐. 할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사위도 지나치며 쌩 달려가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난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고. 그렇게 해서 조금 일손이 늘었으나 그것으로는 역부족이다. 결국 할머니가 자신의 엄마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고야 만다. 그런데 엄마와 엄마의 엄마가 밭일을 하는 사이 아빠는 빨래를 해서 널고 있다. 음... 여느 집 모습과는 좀 다르네.

그런데 이 할머니의 등장은 더 웃기다. 소를 타고 나타난 것이다. 여자들은 반색을 하고 남자들은 황당해하는 모습이라니. 우여곡절 끝에 콩을 다 심고 농기구를 닦는다. 그러나 곡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심기만 한다고 되나.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하는 것이지. 콩밭에 풀이 난 것인지 풀밭에 콩을 심은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엉망인 밭을 가꾸느라 사대는 다시 한번 뭉친다. 이때도 역시나 남자들은 새참 내오는 역할을 맡는다. 남자들은 추수하는 장면 이후로 함께 참여한다. 그렇다면 그 전까지는 할일이 없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희망이 없는 것 같아 아예 뒤로 빠졌던 것일까. 

여하튼 좌충우돌 일 년 농사가 끝났다. 처음하는 밭일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콩꼬투리를 하나씩 하나씩 손으로 까질 않나 폴 뽑는다고 콜까지 뽑질 않나... 그런데 정말 처음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직접 경험했던 것을 쓴 것이라고 하니 더 실감이 나는 것일 테다. 콩을 심기부터 거두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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