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은 엉망진창! 미래그림책 85
마티아스 조트케 글, 슈테펜 부츠 그림, 김라합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보는 순간 모두 둘째를 보고 외친다. 네 방 이야기다! 얼마나 정리를 안하는지 책상 위에서 공부를 할 수가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누나가 그 위에서 잠깐 뭔가를 하려다가 너무 지저분한 책상을 치워준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바닥은 또 어떻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지금은 깨끗한 거라며 오히려 큰소리다. 더 어렸을 때는 온통 장난감 투성이였다나 어쨌다나.

올레 방도 만만치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더 심하다. 아빠 곰이 올레의 방을 보고는 화를 억누르며 방을 치우라고 말하는 모습이 꼭 우리집 같다. 그러나 그 후에 보여지는 모습은 우리집과 너무나 너무나 다르다. 우리집 같으면 조금만 꾸물대거나 다른 일을 먼저 했다가는 당장 큰소리가 나고 말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울면서 장난감을 치우겠지.

그런데 올레 아빠는 비록 화를 억누르긴 했어도 아이의 말을 들어줄 줄 알고 마음을 이해할 줄 아는 근사한 아빠다. 비록 올레가 치우기 싫어서 변명을 하는 것이 뻔히 보이더라도 그럴듯한 근거를 대자 오히려 똑똑하다며 감탄을 하지 않던가. 그리고 청소하지 않은 것을 꾸짖는 것이 아니라 똑똑한 생각을 했다며 올레를 칭찬한다. 그리고 서로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머리싸움에 들어간다. 와, 우리나라 아빠들 중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모르긴해도 십중팔구 어디 아빠에게 대드냐며 더욱 화를 내겠지. 이런 게 바로 문화의 차이라는 건지...

그렇게 둘은 질서와 무질서의 장단점을 주장하느라 지저분한 방은 그대로 둔 채 사이좋게 앉아서 토론을 한다. 이렇게 아이와 이야기를 한다면 창의력은 걱정 없겠다. 완전 산교육이잖아. 어쨌든 아빠의 찬찬한 설명 덕분에 올레가 자신의 방의 무질서에 대해 자각한다. 그렇다면 아빠의 승리?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오만한 어른이 아닌 듯하다. 아빠가 함께 치우자고 제안하는 것을 보면.

둘은 깨끗하게 방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논리도 정리한다. 인생의 반은 질서가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무질서가 차지한다는 진리도 함께 말이다. 그러면서 아빠 곰은 시종일관 똑똑한 자기 아들을 보며 얼마나 흐뭇해하던지. 그리고 정리된 방에서 신난게 놀아준다. 결국 방은 다시 엉망이 되고 만다.

아이의 논리를 인정해주고 받아주는 것도 모자라 함께 청소도 하고 나중에는 다시 놀아주기까지... 아주 완벽한 아빠다. 이 책은 아이들이 볼 것이 아니라 아빠들이 봐야할 것 같다. 리모콘 갖고 싸우는 아빠가 아니라 이렇게 아이와 논리로 싸우는 아빠로 만들려면 어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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