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에 싹이 나서 낮은산 그림책
김성종 글.그림 / 낮은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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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에 얽힌 웃지 못할 추억이 있다. 시골에서 자랐고 지금도 부모님은 시골에 계시건만 감자에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감자꽃은 없다고 박박 우겼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웃겼던지.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자주 감자꽃이 자주빛인 걸 보았던 기억이나 감자꽃 열매를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도 한다. 즉 감자꽃이 핀다는 것을 몰랐던 게 아니라 그냥 지나쳤다는 얘기다.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이라는 시를 그때 알았더라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감자를 심을 때는 눈을 한 두개씩 있도록 자르고 재를 묻힌 다음 밭에 심는다는 것은 안다. 비록 직접 심은 적은 없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유치원 때 심어봤지만 정작 난 감자를 잘라서 재를 묻힌 것을 보기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감자 심기 체험을 하면서 감자를 심었다.


책에 나오는 그림과 어쩜 이리 똑같을까. 이 책에서도 창고에 떨어졌다가 생쥐 도움으로 밖으로 나온 감자를 잘라서 땅에 심었다. 이런 감자를 심었다가 여름이면 훨씬 생생하고 맛있는 감자를 수확한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감자를 심었던 경험을 쓰고 그려서그런지 정말 실제와 똑같다. 집안 한켠에 있는 밭에 여러 가지 채소와 감자를 심으며 생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림에 나오는 아저씨가 혹시 저자가 아닐까라는 생각부터 집이나 마당, 한켠에 쌓여 있는 나무들 모습이 모두 직접 보고 그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안 그러면 이렇게 시골의 모습이 그대로 나올 리가 없을 테니까.

감자를 심고 싹이 나는 과정까지를 자세하게, 그리고 푸근하게 보여주고 있는 정감있는 책이다. 비록 기교나 흔히 말하는 문학성은 차치하고라도 이렇게 시골의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책을 보면 언제나 따스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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