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지팡이 여행 사계절 그림책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김용연 그림, 이승숙 옮김 / 사계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눈이 나쁜데도 안경을 쓰지 않다가 운전을 하면서 도저히 안 되겠기에 쓰기 시작했다. 처음 안경을 쓰고 사물을 볼 때 얼마나 선명하고 세상이 달라 보이던지... 신호등이 점점이 LED가 박혀 있는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냥 전체가 초록색이나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안경의 도움을 받아 사물을 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점점 눈이 나빠진다면...

이게 바로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발레리도 처음에는 두꺼운 안경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불편함 없이 지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안경을 써도 잘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강아지를 모양대로 오려야하는데도 꼬리를 잘라버리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전보다 더 안 보이게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동생이나 친구들은 농담이라지만 눈이 멀었나보다고 핀잔을 준다. 진짜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발레리에게 그 소리는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결국 발레리는 앞이 하나도 안보이게 되자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다른 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따로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씩 수자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다. 발레리는 수자 선생님에게 여러가지를 배우며 차츰차츰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발레리의 시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급기야 지팡이를 사용해야 할 정도까지 간 것이다. 처음엔 발레리도 화가 나서 거부했지만 선생님의 설득과 도움으로 흰지팡이 사용법을 익히고 받아들이게 된다.

친구들은 발레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지만 어른들은 그렇질 않다. 단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인데도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것처럼 발레리 앞에서 동정하는 말을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이 책은 후천적 시각 장애를 갖게 된 발레리의 생활을 통해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나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까지 두루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래야 한다느니 저래야 한다는 식으로 훈계를 하지 않는다. 다만 발레리의 말과 행동을 통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아마도 발레리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긍정적인 사고가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 현실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가 없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 때문에. 과연 우리나라에서 시각 장애 아동이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된 학교가 얼마나 될까. 이제 우리도 제발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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