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이십여 년 전 일이다. 전화로 점을 볼 수 있는 철학관이 있다는 지인의 말에 귀가 솔깃해서 돈을 송금하고 점을 본 적이 있다. 나의 생년월일과 생시를 알려 주고 전화를 끊으면 역술인이 한 시간 뒤쯤 우리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와 ‘나’에 대해 얘기해 주는 방식이었다. 오래돼서 역술인에게서 들은 것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내가 뭔가 일을 하고 있고 ‘바위를 뚫는 의지’를 가져서 결국 해 내고 만다고 했던 말만 뚜렷이 기억한다. ‘바위를 뚫는 의지’라는 말이 문학적 표현 같아 지인과 통화하며 함께 웃었던 것까지 기억난다. 


그때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독서에 열중하던 시절이라 그 말이 기분 좋게 들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뭔가 열중하는 일이 있긴 한데 내가 재능을 타고 나지 못했으나 지구력이 강해서 포기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기한 것은 내가 주부이고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고 딱 잡아뗐는데도 역술인이 한사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우겼다는 점이다.


‘나의 서재’에 첫 번째 글을 올린 날(2009-01-30)부터 시작하여 오늘이 천 번째 글을 올리는 날(2025-11-14)이다. 그때 듣던 ‘바위를 뚫는 의지’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충 계산해 보면 약 십칠 년간 한 달에 다섯 개의 글을 올린 셈이다. 어떤 달은 네 개의 글을 올렸겠고 어떤 달은 여섯 개의 글을 올리기도 했겠다. 확실히 난 지구력이 있는 사람이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인가 보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노력했다기보다 즐  겼  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라고 내게 묻는 이가 있다면 나의 대답은 이러하다. “낱말과 문장을 가지고 많이 노십시오. 많이 놀수록 효과가 커집니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부분에 밑줄을 그어 놓고 그 문장들을 노트북을 사용하여 타이핑으로 필사해 ‘나의 서재’에 올린 적이 많다. 그것들을 포함해 이곳에 올린 모든 글은 내가 약 십칠 년간 ‘낱말과 문장을 가지고 놀던 시간들’의 결과물이다. 예전에 비해 나의 글쓰기 능력이 조금이나마 향상되었다면 ‘낱말과 문장을 가지고 놀던 시간들’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며칠 전 남산에 가서 가을을 느끼고 왔다. 


  간 김에 2025년의 가을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천 번째 올리는 글을 기념하며 가을 풍경을 함께 올린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스피 2025-11-14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폐크님.천밴째 글쓰기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25-11-14 13:54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에 비하면 천, 이라는 숫자는 아무것도 아니지요.ㅋㅋ
그러나 저 개인으로 볼 땐 의미가 있어요. 처음에 리뷰를 올렸더니 서재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올 줄 몰랐어요. 우연, 이 큰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차트랑 2025-11-14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 년 후에도 저 단풍이 지금과 같기를.....

아, 저도요 축하드립니다 천번 째를요!

축하를 하러왔다가
깜박 잊었지 뭡니까.
카스피님 축하 글 보고 다시....

페크pek0501 2025-11-14 14:00   좋아요 0 | URL
천 년 후엔 단풍도 달라질까요? 잘 모르겠어요. AI 시대가 자연까지 변화시킬지 모르죠.
차트랑 님의 축하 댓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hnine 2025-11-14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0이라는 숫자가 각별하지요.
저도 1,000번째 리뷰를 올리고 나서 혼자 흐뭇하여 자축하는 페이퍼를 올린 적이 있어요. ‘올해 몇권 읽기‘ 같은 목표도 세워본 적 없는데 어느 날 문득 리뷰가 1,000번째 된 걸 보니 그때까지의 시간이 감격스러웠나봐요.
pek님, 천번째까지 꺾이지 않는 의지로 달려오셨듯이 앞으로도 한결같으시리라 봅니다.

페크pek0501 2025-11-14 13:59   좋아요 0 | URL
나인 님, 대단하십니다. 리뷰가 천 편이라니요. 우와!!!
알라딘에는 리뷰의 고수들이 많이 계시긴 하죠. 비교하면 저는 햇병아리이죠.
그래도 천 번째, 이다 보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
별 일 없는 한, 앞으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달릴 듯 합니다. 나인 님 뒤를 살살~~ 따라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잉크냄새 2025-11-14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 초기에 즐겨찾는 서재의 의미있는 숫자를 갭쳐해서 알려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일 100명 방문이라든지, 누적 1000명이라든지, 서재지수 999 라든지, 페이퍼 100이라든지....
의미있는 숫자를 캡쳐해주는 방문자에게 책 선물을 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또 방문자는 알 수 없는 즐찾 100명이라든지 하는 날에는 작게 이벤트를 열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5-11-15 13:26   좋아요 1 | URL
저도 생각나는 게 있어요. 방문자 3만 명이 넘었다고 제가 페이퍼를 썼었지요. 그땐 그 숫자가 황송하더라고요.ㅋㅋ
맞아요, 책 선물 이벤트가 있었어요. 저는 삼행시를 짓는 어느 서재 님이 연 이벤트에서 책 선물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이벤트를 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희선 2025-11-14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축하합니다 오랜 시간 글을 쓰셔서 천번째 글에 이르렀군요 앞으로도 즐겁게 글 쓰시기 바랍니다 단풍이 예쁘네요 이번엔 좀 늦었지만 아직 단풍을 볼 수 있군요 시간이 흐르면 한국에서 단풍 보기 어렵다는 말이 있기도 하던데... 가을 얼마 남지 않았겠습니다 이번 가을을 더 짧은 느낌이 들 듯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5-11-15 13:32   좋아요 0 | URL
1000번 째, 라고 제목을 붙였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같은 뜻이라도 숫자가 주는 느낌이 따로 있지요.
단풍을 이번엔 못 보게 될 줄 알았어요. 단풍을 볼 수 있는 기간이 길었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오래 버티지 못하네요. 꽃도 그렇고요. 짧아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님은 저보다 글을 더 많이 올리셔서 훨씬 많은 누적수를 기록할 것 같군요. 딱 떨어지는 숫자가 될 때 저처럼 페이퍼로 알려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stella.K 2025-11-1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는 여름 보단 가을이 화려하죠.
저 화려함도 이번 주까지고 내일 비가 오고나면 거의 다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천번의 글 축하해요!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2천 때 또 알려 주세요!^^

페크pek0501 2025-11-16 19:41   좋아요 1 | URL
아, 누구신가요? 너무 오랜만인 것 같아요. 반가워요.
저는 꽃보다 단풍이 더 맘에 끌려요. 뭔가 익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천 번이 대단한 것 같지만 제 서재에 댓글 남기시는 분들 중에서 천 번을 옛날에 넘으신 분들이 많죠.
2천 때라 하시니 너무 먼 미래 같습니다. 글 올리는 행위를 앞으로 천 번을 더 해야 한다니...ㅋㅋ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또 하나씩 올리면서 2천회를 맞이해 보겠습니다.^^

모나리자 2025-11-15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천 번째 글이라니요 대단하세요 ~!!
바위를 뚫는 의지 정말 있으시군요. 남산의 가을 풍경도 너무나 아름다워요! 자연이 주는 색깔은 흉내 낼 수 없는 것 같아요. 눈이 호강 하네요.^^

페크pek0501 2025-11-16 19:45   좋아요 2 | URL
모나리자 님, 대단하지 않습니까!!! 하하~~
그러나 모나리자 님은 마이페이퍼와 마이리뷰의 수를 합치면(제 서재 오른쪽 상단에 나와 있는 숫자를 더하면 되지요) 저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어느 새 즐찾 등록은 643명이 되었답니다. 백 명을 기록한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바위에 낙숫물이 떨어져 구멍을 내는 ‘기적‘을 믿겠습니다.^^

서니데이 2025-11-18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도 알라딘 서재에서 리뷰와 페이퍼를 많이 쓰셨군요.
자주 읽어서 잘 몰랐는데, 벌써 1000번째가 되다니 축하드립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11-19 13:0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은 저보다 훨씬 많이 올리셨죠.
천 번, 이라고 하니 정말 많아 보이지 않습니까?ㅋㅋ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겨울이 와서 저는 좋습니다. 폭염에 시달리느라 여름이 지내기 힘들었거든요. 창문을 열면 찬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져요. 강추위만 없다면 겨울을 가장 사랑하겠습니다.^^

yamoo 2025-11-21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1천번째 글을 쓰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그무렵부터 알라딘을 했는데...왜 저는 500개도 못썼을까요?? 게을러서 그럴 겁니다. 아마도..그런 지구력을 가진 페크님이 부러울 따릅입니다. 얼마 전에 하루에 그림 하나씩이라도 그리자..라거나, 하루에 글 하나 쓰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은 했더랬습니다만..여전히 생각만..^^;;

페크pek0501 2025-11-26 16:19   좋아요 0 | URL
1천번째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앞으로 1천번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숫자 같아요. 야무 님은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까. 화가 겸 글쟁이, 는 더 멋지지요.
저도 ‘매일 쓰자‘라는 폴더가 있답니다. 몇 번 하다가 흐지부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