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어떤 측면에서는 오만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나와 내 가까운 이는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 배반으로 슬픔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내가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기에 슬프고, 화나고, 분노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나여서는 안 되는 것인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고, 죽음, 고통은 우리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부디 분노와 슬픔으로 시간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한 번 지나오면 결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간다. 우리 삶은 리허설이 있는 연극 무대가 아니다. 시간을 되돌려 같은 길을 두 번 걸을 수도 없다. 죽은 자식을 그리워하다 정작 살아 있는 자식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걸 방치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나. 이 얼마나 부조리한 일인가.

지금 누구와 걷고 있는지, 누구와 마음을 나누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곁에 있는 이에게 미소를 보내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일. 일상의 소중함을 함께 누리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이미 떠난 사람을 붙잡고 슬퍼하느라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지옥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유한한 시간을, 더 늦기 전에 곁에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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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기에 안전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정당하고 완전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죽음은 바로 그 당사자에게 원인이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나 혹은 범죄로 누군가가 사망했다면 가장 먼저 그 사람의 부주의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가 부주의했기 때문에, 혹은 그 옆의 누군가가 부도덕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 뿐, 완전하고 주의 깊은 우리는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래야 나는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서 불안을 다스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사실 얼마나 위험에 가까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죽음이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생애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우리가 누구와 누구의 혼인으로 출생되었다는 사실을 기록하듯이,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앎으로써 인생을 이루어나가듯이, 죽음에도 앎의 완성이 필요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죽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망자를 대신하여, 살아남은 우리가 죽음의 육하원칙을 완성해야 한다. 그것은 떠나간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또 그들을 밀어낸 이 세상을 살아갈 우리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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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의 생존에 더 중요했던 것은 ‘진실’과 ‘평판’ 중 과연 어느 쪽이었을까?

인간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 책임감의 망(網)?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테틀록은 아주 유용한 비유를 든다. 즉, 우리는직관적인 정치인처럼 행동하는데, 각양각색의 유권자를 앞에 두고 호소력 있는 도덕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그것을 확증하는 식으로 새로운 증거를 찾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은다른?이들이?내놓는 진술에는 잘도 이의를 제기하다가도,자신의?믿음이 도마에 오르면 태도가 달라진다. 그 믿음을 내 것(거의 내 자식)처럼 소중히 여겨 지키려고 하지, 괜히 이의를 제기해 그것을 포기해야 할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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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도덕성이 주로 도덕적 추론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면, 선천성과 사회적 학습이 어떻게든 조합되어 도덕성이 형성된다는 주장이 가장 가능성 높은 대답으로 남는다. 앞으로 이 책을 진행시켜가는 동안 나는 도덕성이 어떻게 선천적인 동시에(일련의 진화한 직관의 형태로 나타난다)?학습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아이들은 그러한 직관을 특정 문화 속에 적용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설명하려고 한다. 우리 인간은 날 때부터 바른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정확히 무엇을 바르다고 여기는지는 반드시 배움을 통해야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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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 책은 그 까닭을 밝히기 위해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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