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왜 순식간에 망했을까요?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에 졌기 때문일까요? 한 나라의 역사가 단 한 번의 전투 패배 때문에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누적된 잘못이 전투의 패배로 이어질 때만 나라가 망합니다.
스페인은 오랫동안 외적의 지배를 받은 식민지였습니다. 1492년 처음으로 외적의 지배를 물리치고 독립 국가가 됐습니다. 또 무려 800년 가까이, 정확히 780년간 이슬람 국가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그런 나라가 갑자기 세계 최대 강국이 돼 ‘팍스 에스파냐’ 시대를 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스페인이 느닷없이 세계의 대제국이 됐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이슬람 제국의 식민지였지만, 그 기간에 많은 걸 배우고 익혔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럽은 중세 암흑기의 시대였지만, 이슬람은 달랐습니다. 과학과 기술, 문화가 유럽을 압도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습니다.
파올로 코엘료는 "행복이란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라고 했지요. 그런 말을 생각하게 된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게다가 스페인은 평균 해발 660미터로, 스위스 다음으로 고지대 국가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산맥은 역시 유럽에서 스페인으로 들어가려면 꼭 넘어야 하는 북쪽의 피레네산맥입니다. 동서로 가로놓여 프랑스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평균 1,500m의 높이로 스페인을 여타 유럽대륙과 분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 모양은 다릅니다. 이베리아반도는 소의 모양입니다. 한반도는 아시다시피 호랑이나 토끼 형상입니다.
어떻든 스페인은 지역적으로 언어와 민족이 달라 지방색이 강합니다.
스페인 국기는 1785년 카를로스 3세가 제작하고 이를 왕령으로 공포한 것입니다. 국기의 황금색은 국토를, 적색은 국토를 지킨 피를 상징합니다. 이름은 로히괄다(Rojigualda)입니다. 4등분 된 방패 문양 속의 왼쪽 위에 있는 성채는 카스티야 왕국을, 오른쪽 위 사자는 레온 왕국을, 왼쪽 아래 네 개의 적색 세로줄은 아라곤 왕국을, 오른쪽 아래 황금색 쇠줄은 나바라 왕국을 각각 나타냅니다.
또 스페인은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을 49개나 갖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가장 먼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1984년으로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과 왕궁, 카사 밀라가 그것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밖에 카탈루냐 음악당과 상 파우 병원도 문화유산입니다. 세고비아의 구시가지와 로마 수도교, 톨레도의 구시가지, 세비야의 대성당과 중남미 원주민들에 관한 고문서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과 헤네랄리페, 알바이신 등 3곳, 코르도바의 구시가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구시가지, 알타미라 동굴 등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있습니다. 이탈리아, 중국, 독일에 이어 프랑스와 공동 4위입니다(2023년 기준).
마지막으로 다른 점은 스페인은 역사 발전단계에서 봉건제를 겪었지만 우리는 겪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봉건제에서는 봉건 영주의 권한이 막강해서 분권적 경향이 강하고 때로는 왕권보다 더 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봉건제를 겪지 않았기에 분권적 경향이 약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기원이 다양하다는 것은 청각적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언어가 다릅니다. 공식 언어는 스페인어입니다. 카스티야 지방의 언어가 표준어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스페인의 중심부에 있는 카스티야 왕국이 스페인 통일의 주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양쪽에 있는 기둥은 ‘헤라클레스의 기둥’으로 지브롤터와 세우타를 뜻합니다.
인구와 민족뿐만 아니라 각 지방의 지형과 기후도 서로 다릅니다. 스페인은 ‘무척추 스페인’이란 별칭처럼 나라의 중심을 이루는, 척추처럼 남북으로 이어지는 산맥이 없는 지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척추만 없을 뿐, 동서로 뻗은 산맥과 나라의 옆쪽에서 남북으로 뻗은 산맥들, 그리고 거기서 흘러나온 산줄기는 꽤 많습니다. 전 국토의 ⅓이 산지라서 유럽에서는 스위스 다음으로 산이 많은 나라입니다.
스페인은 정말 다양한 나라입니다.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 국가입니다.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베리아족과 켈트족, 게르만족, 아랍족에다 집시 등 여러 민족이 같이 사는 다민족 사회입니다.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인어뿐 아니라 3개의 공용어가 더 있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 등 종교도 오랫동안 공존했습니다.
스페인은 다민족국가로 각 지방의 인종이 다릅니다. 카스티야인, 카탈루냐인, 안달루시아인, 갈리시아인, 바스크인 등으로 나뉩니다. 이민의 물결을 따라 이 나라에 들어온 사람들의 자손들
인구는 2023년 기준으로 4,835만 명입니다. 한국은 5,171만 명이니 스페인이 땅덩어리는 우리보다 훨씬 크고, 인구는 약간 적다는 얘기입니다.
각 지역의 기후도 북쪽은 연중 서늘한 기후입니다. 연평균 기온은 14℃ 정도로 북부를 북동부와 북서부를 나눌 수 있는데 바스크와 아스투리아스, 나바라, 리오하, 아라곤 자치주 등이 있는 북동쪽 스페인은 ‘태양 없는 스페인’으로 불립니다. 잿빛 하늘에 비가 많고 녹색 목초지와 그 사이를 흐르는 맑은 시내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나 지형, 주민들의 성격 등이 남쪽과 확연히 다릅니다.
반도의 동쪽으로 피레네산맥과 지중해 사이에 카탈루냐 자치주가 있습니다. 지중해를 따라 위아래로 뻗어 있어 온화한 기후에 수량이 풍부한 강들이 많아 스페인에서 가장 비옥한 곳입니다.
북서쪽은 더 다릅니다. 굴곡이 심한 화강암 해안, 대서양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차고 습한 안 개, 푸른 언덕과 골짜기들, 겨울의 폭풍을 이겨내기 위한 돌담으로 둘러싸인 밭과 슬레이트 지붕들입니다. 산티아고 성지 순례의 종착지인 갈리시아 자치주의 얘기입니다.
기후는 스페인의 역사와 더불어 지역민의 기질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지역민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있습니다. "낙천적이고 유머 감각이 많으며 허풍이 심한 안달루시아인은 기도를 하고, 명예에 집착하며 일을 경시하는 카스티야인은 꿈을 꾸고, 거칠고 부지런하고 근면한 바스크인은 일을 하고, 경제관념과 이익에 밝아 구두쇠라는 별명이 있는 카탈루냐인은 저축을 한다."
스페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영국보다 먼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나라, 무적함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영국에 패배한 나라,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등입니다. 또 투우, 플라멩코, 축구, 피카소 등도 있습니다. 어두운 기억도 있습니다. 남미 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오를 학살한 나라, 독립을 외치는 바르셀로나가 있는 나라, 2012년 경제위기를 겪었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중의 한 나라 등입니다. 모두 스페인의 일면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각도에서 스페인을 살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점, 다른 점을 중심으로 말입니다. 먼저 비슷한 점입니다. 스페인은 민족성과 지형 및 역사에서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 대략 5가지입니다. 첫째는 외적으로부터의 침략과 식민 피지배의 경험입니다.
넷째는 스페인도 우리처럼 오랜 독재로 국민의 고통이 상당했습니다.
두 번째로 다른 점은 스페인은 대제국이었던 나라라는 점입니다. 영국보다 앞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만큼 영광을 누렸던 대제국입니다.
스페인의 정식 국가명은 에스파냐 왕국(Reino de Espana)입니다. 영어로는 스페인 왕국(Kingdom of Spain)이고, 국왕이 있는(지금은 펠리페 6세)입헌군주국이며, 내각책임제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정치체제입니다.
마드리드의 평균 기온은 겨울이 6℃, 여름은 30℃ 정도입니다. 반면 남부의 안달루시아 자치주는 여름에 몹시 더워 40℃를 넘기도 하며 비가 적어 습도가 낮고 건조합니다. 푸른 하늘과 올리브나무, 포도밭에 내리쬐는 태양 때문에 ‘태양의 땅’으로도 불립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교도인 무어족의 건축물과 플라멩코(Flamenco)의 정열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세비야와 코르도바, 그라나다라는 세 개의 큰 도시가 있고, 그 외 카디스와 말라가, 알메리아, 하엔 등의 도시가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둘째는 끈질긴 저항 정신과 독립 투쟁입니다. 그리 오래 식민 지배를 받았으니, 독립의 열망이 오죽했겠습니까?
노후를 보내기 가장 좋은 곳이라든가 다시 한번 찾고 싶은 나라 1위 등의 설문조사도 있습니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이들의 관광산업은 국가 전체 GDP의 약 12%를 차지하고, 자국 무역 적자의 65%를 해결해 주는 효자 산업입니다. 참고로 한국의 스페인 방문객은 2023년 기준으로 43만 4,372명이었습니다.
세비야 대성당에서 콜럼버스 묘를 4명의 국왕이 메고 있는데, 그 나라가 바로 이들 나라입니다. 석류꽃은 그라나다를, 중앙의 나리꽃 세 개는 현재의 왕실인 부르봉 가문을 뜻합니다. 방패 문양 위의 왕관은 왕실의 관으로 왼쪽 기둥 위에도 있으며, 오른쪽 기둥 위의 왕관은 황제의 관을 나타냅니다.
스페인의 정식 나라 이름은 에스파냐 왕국입니다. 그러면 왜 에스파냐라고 이름을 붙였을까요? 이베리아반도의 라틴어가 ‘히스파니아(Hispania)’입니다. 로마인들은 ‘히스파니아’라는 말을 지금의 스페인에만 사용하지 않았으며, 포르투갈과 안도라, 프랑스 일부를 포함하는 반도 전체를 가리키는 데 사용했습니다. 즉 이베리아반도가 히스파니아입니다. 그런데 라틴어가 스페인어로 진화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에스파냐’로 변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세 가지가 크게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첫째는 오랜 식민지 시절의 문화를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간직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유산을 자신들의 관광 자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게 스페인 관광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해 지금은 스페인인 관광객 수나 관광 수입이 세계 2위의 관광대국으로 이끌었다는 생각입니다.
스페인어는 스페인 및 중남미 20여 개국에서 약 4억 명의 인구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세계 공용어 중 하나입니다. 유엔(UN)의 5대 공용어가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인데 여기에 스페인어가 당당히 들어가 있습니다. 사용자 수에 있어서도 중국어와 영어에 이어 세계 제3위의 언어입니다. 미국에서도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남서부 지역과 마이애미를 포함한 플로리다주 지역, 그리고 뉴욕 등 북동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역에서 영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전 지역에서 사용되는 스페인어인 카스테야노 말고도 세 개의 공식 언어가 별도로 있습니다. 북서쪽의 갈리시아 지방에서 사용되는 가예고(gallego), 북동쪽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사용되는 카탈란(catalan), 중북부의 바스크 지방에서 사용되는 바스크어(vascuence)가 그것입니다. 스페인 헌법은 카스테야노가 아닌 다른 언어도 자치주의 법령에 따라 그 지역의 공식 언어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스페인의 공식 언어는 스페인어(카스테야노)지만 지역에 따라 두 개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마치 소(牛)처럼 생긴, 서유럽 남부의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스페인은 영토 면적이 50만 5,990㎢로 대한민국의 5배, 북한까지 합친 한반도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2.3배입니다.
셋째는 스페인도 우리나라처럼 3년간의 내전으로 동족상잔을 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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