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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태수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평점 :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이 책은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라기 보다 불행을 막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법이지~
나 자신이 소심하고 쫄보라 그런지 불행이 더 신경쓰이고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럼 이제는 건강과 체력을 관리하면서 불행이 더 줄어드는 삶, 그런 삶을 살아보자.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달달한 사랑이나 찐한 우정도 결국 다 건강해야만 가능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에겐 부모도 부부도, 결국은 남이다.
어쩌면 그래서 혼자가 좋다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혼자만 될 수 있으면 이 모든 귀찮음과 짜증, 쓸모없는 대화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그러나 알다시피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 p9
멈춤과 지속. 둘 중 무엇이 더 맞는 일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오래된 유행어처럼 그때그때 다르겠지.
- p14
독일어에는 ‘치타델레(Zitadelle)’라는 말이 있다. 요새 안의 독립된 작은 보루라는 뜻으로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작은 방을 의미한다. 나는 섬세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치타델레라고 생각한다. 챙겨야 할 것, 챙겨야 할 사람, 챙겨야 할 모든 감정들에서 벗어나 오직 나 자신만이 남겨진 시간과 공간이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 고립된 공간 속에서만 남들에게 수도 없이 제공했던 말을 자신에게 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 p15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건 실화였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만큼은. 다만 이 한 가지 의문만큼은 끝끝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행복이 얼만데?’
행복에도 가격표가 필요하다. 막연히 로또 1등 한 장 값은 있어야지라는 상상은 너무 폭력적이지 않은가. 그럼 나는 평생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행복을 구매하기 위해서라도 내겐 좀 더 현실적인 숫자가 필요했다.
- p21
인생의 의미를 잃어도, 누군가의 성공에 까무룩 자존감이 무너져도 꿋꿋이 일어나 제자리로 향하는 너를 응원해.
도망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
빌어먹을 인생에 정직하게 부딪히는 너도,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야.”
- p27
‘우리 서로를 그냥 좀 내버려두자.’
사람을 미워하는 데도 체력이 든다. 시간도 들고 감정도 들며 때때로 큰돈도 든다. 모두 이득 없이 낭비하기엔 너무도 소중한 가치들이다. 그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린 서로를 좀 더 내버려둬야 한다. 사랑은 아니어도 “넌 그렇구나” 정도의 건조한 존중은 보내줘야 한다. 또 모른다. 혐오가 혐오를 부르듯 존중이 존중을 불러올지도.
- p33
말에는 분명 힘이 있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말은 머리 위의 천장이 되어 우리의 한계를 정의 내리는 굳건한 벽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잘해야 한다. 남에게 잘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나에게도 꼼꼼히, 계산적으로 잘해야 한다.
말 한마디로 모든 게 변하진 않겠지만 말 한마디로 내 마음만은 바꿀 수 있으니까. 포기가 도전이 되고 한계가 가능성이 되고 겸손이 자신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
- p39
진짜 건강한 사람이란, 튼튼한 인간이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고통이 찾아올 때 가장 먼저 자신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더 아프기 전에 얼른 병원부터 가자.”
우리 좀 더 자주 아프자. 그리고 빠르게 낫자.
아프지 않기보다는
빠르게 나을 줄 아는 사람이 되자.
- p43
하늘은 여전히 핑크빛이고, 나는 이제 안다.
행복은 선언이다.
- p49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사는 나라다.
한 해 평균 1,900시간을 일하는데도 업무 시간을 더 늘리려는 나라며, 평균 공부 시간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거기다 과로사로만 한 해 500명이 넘게 죽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재수생과 취준생 수는 매년 정점을 찍고, 청년 자살률 또한 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살지만 가장 많은 실패를 하는 나라.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가장 많이 건네는 말은 이렇다.
“누칼협?”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살라고 칼 들고 협박함?
- p57
사람은 나이를 하나 먹을 때마다 타고난 표정 하나씩을 잃는다고 한다. 웃음, 행복, 만족, 기쁨. 신기하게도 맑은 표정부터 잃게 되는 우리는 짜증으로 일관되다 결국 무표정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 p61
그래서 웃음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웃음이 행복이, 모래 위 글씨처럼 인생이란 파도에 쓸려가기 전에 습관을 만들고 몸에 배게 해야 한다. 화밖에 남지 않은 얼굴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지는 않다. 끝까지 삶에 웃어 보이고 싶다.
- p61
말투에는 그 사람이 가진 온도가 드러난다.
- p66
사람의 말에는 그가 가진 참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고 해석하고 결론짓는지는 의외로 내가 평소 쓰는 말투에 담겨 있다. 마치 어릴 적 방학 숙제로 해간 양파 실험처럼 좋은 말, 예쁜 말을 더 많이 듣고 뱉은 나일수록 마음의 크기 역시 잘 자라게 됐다. 예쁘게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예쁜 말을 써야 했다.
- p67
마음이 우울할 때 타이레놀을 먹으면 효과가 있을까?
놀랍게도 의외로 효과가 있다. 마음의 통증은 신체의 통증과 가늘지만 단단히 연결되어 있기에 진통제로도 소기의 효과는 볼 수 있다고. 물론 임시방편에 불과하겠지만 이 신기한 현상은 한 가지 의미 있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마음의 무너짐은 신체의 무너짐으로도 연결된다. 물론 반대로도.
- p69
그간 우린 자신에 대해 너무 과신해왔다. 신체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가 동일하게 먹을 거라 착각해왔지만 마음은 죽을 때까지 늙지 않았다. 여든 먹은 노인의 마음조차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린 좀 더 자신의 마음에 따뜻해져야 한다.
충분히 어르고 달래며 먹이고 재워야 한다.
그게 비록 보이지 않는 어린아이일지라도.
- p71
멈춤은 정지가 아닌 충전이라는 당연한 논리를 우린 자주 까먹는다. ‘쉬는 건 나중에 하면 돼. 다 끝내고 그때 가서 편히 쉬면 돼’라고 말하지만 알다시피 인생이란 도통 끝이 나질 않는다.
학교가 끝나면 직장이, 직장이 끝나면 가정이, 가정이 끝나면 육아가, 육아가 끝나면 노후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인생이란 뺑뺑이는 놀이터에 있던 것과는 많이 달라 아무리 기다려도 알아서 멈춰주질 않는다.
- p80
쉬어야 할 때 쉬지 않으면 정작 뛰어야 할 때 쉬게 된다. 그러니 다 쓰러져가는 나를 위해, 매일같이 지쳐 사는 나를 위해 부디 한 시간에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종을 울려주자. 어린 날의 학교처럼.
지금은 쉬라고.
지금 쉬지 않으면 분명 수업 시간에 졸 거라고.
- p80
타인을 상처 냄으로써 내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 상처 따위는 오롯이 책임지며 웃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부러운 건 부럽고, 아픈 건 아프다고 세련되게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
- p87
분명 승리가 행복이라고 배워왔는데. 세상은 점점 더 승리를 불가능하게 바꿨다. 미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 p90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만 19세가 넘은 모두를 어른이라 공인하기에 세상은 너무 빠르고, 어렵다. 심지어 더 가파른 속도로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린 서로가 서로의 어른이 되어줘야 한다. 다시 한 번 소년 같은 아빠가 될 기회를 줘야 하고 신입사원 같은 부장이 될 용기도 가져야 한다.
- p95
나는 그저 다음 인생을 살 준비가 됐을 뿐이다. 실패는 슬프지만 오늘로 끝낼 것이다. 그게 내가 웃음으로 불행에게 보내는 신호다.
나는 이제 웃으며 다음을 살 것이다.
나는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웃으며 다시 시작할 것이다.
- p98
지식은 때때로 저주가 된다. 철학자는 인간에 대해 너무 많이 이해하다 정신병을 앓고 투자자는 돈을 극한까지 이해하여 세상이 숫자로 보인다. 세상과 인간에 대해 많이 알고 많이 겪는 것이 꼭 더 많은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 p106
세상에는 메달이 없는 레이스가 더 많다. 누군가는 그딴 걸 왜 하냐고 묻고 또 누군가는 그래서 뭐가 남았냐고 따진다. 매 순간 효용을 증명해야 하는 세상이기에 우린 점점 더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 p112
우리 세대는 유독 ‘작은 실패’에 더 큰 수치심을 느낀다. ‘되’와 ‘돼’ 같은 맞춤법을 틀린다거나 옆 나라의 수도가 어디인지 맞히지 못할 때 우린 상상 이상의 조롱을 만나게 된다. 회사 일도 비슷하다. 뜬구름 잡는 기획은 참아줄 수 있다. 말 그대로 신입이니까. 그런데 복사를 못하는 건 뭐랄까… 어딘가 급이 다른 한심함을 느끼게 한달까?
- p118
세상에는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우리가 병이라고 지칭하는 것들 중 대부분은 사는 데 지장 없는 성격이나 개성인 경우가 더 많고, 진짜로 치료가 필요한 건 오히려 그토록 작은 것조차 쉽게 넘어가지 않는 사회적 시선이다.
별것 아닌 것은 별것 아니게 둬야 한다.
늘려야 할 건 포비아가 아닌 성향이다.
우린 그렇게 많은 곳이 아프지 않다.
- p119
나쁜 강연자는 희망을 팔아서 돈을 번다. 자신의 커리어가 아닌 타인의 성공을 예시 삼아 인생 역전의 용이함을 말하고 외제차와 아파트, 큰 매출만을 강조하며 듣는 사람들의 생각을 마비시킨다.
그들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경제적 자유와 불로소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젊음을 갈아야 하는지. 더러운 꼴은 또 얼마나 많이 견뎌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성의 가능성은 얼마나 작은 바늘구멍 사이에 놓여 있는지.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그건 안 팔리기 때문이다.
- p128
그래서 우린 좀 더 신중하게 희망을 사야 한다. 그 잘난 비법들을 왜 생면부지인 나에게만 이토록 쉽고 저렴하게 알려주려 하는지,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한다.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의심해야 한다. 내 감정과 시간, 그리고 희망이다.
슬프지만 성공은 어렵다.
쉬운 건 성공이 쉽다는 말 한마디일 뿐이다.
인생에도 족보가 있다는 간편한 한마디에 쏟아붓기에 우리의 시간과 감정은 너무 소중하다.
- p128
‘게으른 완벽주의자.’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특징은 간단하다. 뭘 하든 완벽을 추구하기에 반대로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잘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내일로 미루는 것을 선택하고,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기 위해 결국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병은 슬픈 병이다.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잘 알아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이다.
- p133
우린 시작이 어렵지 끝을 맺지 못하는 놈들은 아니다. 일단 뭐든 시작만 하면 퍼펙트하게 끝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기에 시작만 하면 스스로를 멈출 줄 모른다. 정리하자면 이런 것이다.
우린 할 수 있는 일들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는 사람들이다.
- p135
공감은 단순한 감성을 넘어 지적 능력까지 필요한 영역이 되었다. 요즘 시대의 공감이란 전혀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유추할 수 있는, 꼼꼼한 이해가 필요한 능력이 됐기 때문이다.
- p140
사람에겐 때때로 말 없는 위로가 필요하다. 몇 마디 따끔한 말로 구성된 무정한 위로보다 너의 상처를 이해하고 있다는 깊은 끄덕임과, 진심으로 네 말에 공감하고 있다는 눈 마주침이 우리에겐 훨씬 더 절실할 때가 있다. 아니, 많다.
- p151
조용한 게 좋다. 심심한 건 편안하다. 나른한 건 안정적이다. 짜릿함은 여전히 즐겁지만, 뭐랄까. 조금 피곤하다. 예상치 못한 일은 이제 기쁜 이벤트가 아닌 새로운 숙제다. 어제와 같은 하루가 나쁘지 않다. 즐거워할 일은 없지만 실망할 일도 없는 이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나도 이제 어른이 다 됐나 보다.
- p152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조용한 인생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냐고 묻겠지만, 물론.
- p153
때로는 소유하지 못한 고통보다 소유하는 불편함이 더 크다. 그 말처럼 빗금 쳐진 관계까지 끌어안으려다 소중한 마음까지 다치지는 않을 것이다. 놓아줄 것은 놓아주고 소중한 것에 더 집중하는 성숙함을 배울 것이다.
사람을 싫어해도 괜찮다. 소중한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
- p162
마음이 지옥 같은 날, 모든 게 실패한 것 같은 날일수록 보다 공들여 웃고 감사하고 인사하자. 나를 위해서.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그 작은 태도가 어떤 말보다 강력한 신호가 되어줄 테니.
- p168
어릴 땐 사람이 없는 시간이 외로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사람이 진짜 외로워지는 순간은 혼자일 때가 아니라, 함께 있음에도 여전히 혼자 같은 순간이었다. 내가 아니라 누군가가 되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때, 사람은 진심으로 외로워졌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아니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옆 사람이 아니었다. 내 사람이었다.
- p170
잃지 않고 싶은 기억과 추억이 많아질수록 우린 보다 고요해져야 한다. 감각의 셔터를 내리고 조용히 더 조용히 스스로에게 정적을 제공해야 한다. 깨끗한 밤에만 활동하는 반딧불이처럼 그제야 감각은 스트레칭을 하고 차 한 잔을 즐길 테니까.
감각은 정지가 아니라 정적을 좋아하니까.
- p177
최근엔 의도적으로 혼자가 된다. 의미 없는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려다 가족에게 써야 할 에너지까지 낭비하지는 않는다. 지인들의 때 묵은 감정 배설은 정중히 사양할 줄도 알게 되었다. 거기다 한 달 중 며칠은 나와의 대화를 갖기 위해 공실로 비워둔다. 외롭지만 생산적이다. 맞다. 생산적인 외로움이다.
- p182
현명한 사람일수록 함부로 불행해지지 않는다.
- p187
그래서 현명함이란 의외로 행복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불행의 양을 줄이는 데 더 많이 쓰인다. 일단 한번 불행으로 물든 마음은 어떤 행복으로도 쉽게 퇴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 p187
내 인생은 생각만큼 불행하지 않고, 생각보다 행복하다.
나는 불행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행하다고 하니 불행했기 때문이다. 부족했던 건 행복의 양이 아니라 일종의 기준점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불행이 발견되면 일단 연필로 기준점을 긋는다. 거기서 통과하지 못한 것들은 절대 불행으로 등록해주지 않는다. 이게 내가 불행을 수비하는 방식이다.
- p188